클래식은 밥을 먹게 하는 힘이 된다
서로 자기 소리만 내다보면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바흐 음악은 조화롭죠. 저는 세상 사람들도 각각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부조화 속의 조화를 찾아 어울려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머리가 복잡할 땐 무조건 바흐를 듣는 편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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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맞닥뜨리는 인생의 문제 앞에 우리는 무엇을 참고해야 할까? 누군가는 부모나 가까운 친구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에서 해답을 찾기도 한다. 20년 차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강의를 해온 조현영 작가는 인생에서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로 클래식 음악을 꼽는다. 의사의 꿈을 접고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작가가 인생의 고비마다 클래식에 의지해 씩씩하게 살아온 것처럼, 독자들도 클래식 선율의 위로에 기대어 무거운 삶을 가볍게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를 썼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늘 듣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거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클래식을 들을 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다는 착각도 드는 거 같아요(웃음).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쓸 때마다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개인적으로 이 질문은 왜 밥을 먹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은 저를 살게 해주는 음악이고, 그냥 좋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찾자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 클래식은 듣기 좋은 소리예요. 듣기 좋은 소리는 오래 들어도 불편하지 않고 편하거든요. 저는 소음이나 큰 소리, 거친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소리가 불편하면 장소를 이동해서라도 자리를 피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사람 목소리도 호불호가 있는 편입니다. 두 번째, 클래식은 자신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듭니다. 특정 작곡가에 끌리는 스스로를 보면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 나의 정체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클래식은 고요와 침묵을 필요로 하는 음악이에요. 바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집중력을 키워주고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줘요. 마지막으로 클래식은 음악의 고전입니다. 고전에 천착하는 이유는 시간을 견뎌낸 것이 지닌 힘을 내 삶에 적용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클래식은 약 300년의 시간을 이겨낸 음악으로 독자 여러분의 삶에서도 가치를 발휘할 거예요.


의사가 되려다 뒤늦게 피아노를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 많은 방황과 고뇌의 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을 다잡아주었던 한 곡의 클래식은 어떤 것일까요?

책에도 소개한 음악인데, 말러의 교향곡 2번입니다. 특히 5악장 <부활>의 합창 부분을 좋아해요. 원래 말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방황과 고뇌의 시간에 큰 울림을 제게 줬어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전부를 잃은 건 아니니 다시 일어나라고 말하는 그 음악이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이 곡은 말러가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장례식에서 들었던 시 <부활>에 영감을 받아 음악을 붙인 건데, 저는 이 곡으로 인해 용기를 얻었습니다.


작가님 인생에서 클래식의 힘을 체감한 딱 한 장면을 꼽으라면 어떤 것일까요?

유학 도중 쾰른에서 전문연주자과정을 끝내고 라이프치히에서 다음 과정인 최고전문연주자과정 합격을 해놓고 잠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결혼 적령기라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저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는데, 부모님은 공부를 계속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클래식 연주자로 사는 일이 미래가 보장되는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다른 형제들은 이미 의사가 돼서 현실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부모님은 그때라도 의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길 바라셨죠. 정말 심각하게 갈등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 집이 재수종합학원 앞에 있었는데, 매번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엄마가 저를 끌고 접수 창구로 가곤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음악 없이는 안 되겠더라고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방에 틀어 박혀 90분 정도 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고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저런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면 이 일을 계속해야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그날 바흐 음악 덕분에 지금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는요?

좋아하는 작곡가는 많지만 ‘가장’이라는 부사가 붙으면 단연코 바흐예요. 바흐의 음악은 수학적이에요. 제가 수학을 좋아해서 그런지, 바흐의 음악은 명백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아요. 바흐 음악에서는 대위법을 빼놓을 수 없는데, 대위법이란 각각 다른 성부의 여러 멜로디가 동시에 울리면서 서로 조화되는 작곡 기법을 말해요. 서로 자기 소리만 내다보면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바흐 음악은 조화롭죠. 저는 세상 사람들도 각각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부조화 속의 조화를 찾아 어울려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머리가 복잡할 땐 무조건 바흐를 듣는 편이에요. 바흐를 듣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답을 찾더라고요.


클래식을 배경음악으로 듣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보는 경험이 안목을 넓힌다고 하셨는데요. 클래식 입문자에게 권하는 클래식 감상법은 무엇인가요?

자기 귀에 머무르는 음악,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부터 시작하세요. 저는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클래식을 들을 때도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면 즐기는 것으로 넘어가기가 쉽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듯이, 좋아하는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흘려들었을 때는 듣지 못했던 여러 음악적 뉘앙스를 발견할 거예요. 만약 단박에 좋아하는 게 어렵다면 어디선가 들어본 클래식을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들어보세요. 반복의 힘, 이게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음악을 듣고 기록해보셨으면 해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음악에 어울리는 자기만의 제목을 붙여보거나 곡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작품에 구체적인 제목을 붙이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만의 제목이 있을 수 있거든요. <떡볶이를 먹으면서 듣고 싶은 쇼팽의 녹턴> 이런 것도 나만의 제목이 될 수 있어요. 클래식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내 삶의 일부로 느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보세요.


실제 작가님 일상의 클래식 감상 루틴이 있을까요?

일단 일어나자마자 클래식 라디오를 들으면서 모든 프로그램의 선곡표를 쭉 훑어요. 사업하는 분들이 아침마다 여러 종류의 조간신문을 보면서 경제 동향을 살피듯, 저는 그날그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음악을 준비하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연주회나 이슈가 있을 때는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곡이 있는데 그런 음악은 강의할 때 꼭 소개해드리는 편이에요. 또 시간대별로 음악을 구분해서 듣기도 해요. 아침의 음악, 오후 6시의 음악, 밤의 음악 등으로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클래식이 언제나 공기처럼 삶에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클래식만 들으라는 것은 아니에요. 들어야 할 세상의 수많은 음악 중에 클래식도 한자리를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기쁨의 순간에는 왈츠에 춤을 추며 행복을 만끽하고, 슬픔과 좌절의 순간엔 클래식에 파묻혀 자신을 만나 해답을 찾기를 바랍니다. 클래식을 듣는다고 밥이 나오지는 않지만 밥을 먹고 싶게 만드는 힘은 분명 생길 거예요. 뭔가를 즐기는 마음, 하고 싶은 마음, 살고 싶게 만드는 음악, 자신을 변화시키는 음악이라면 들어야 할 분명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영

피아니스트, 예술강의기획 전문회사 아트앤소울 대표.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 말씀을 잘 따랐던 한때 모범생. 결국 좋아하는 걸 포기하지 못해 뒤늦게 음악을 전공한 반항아.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지금은 게임 좀 하는 사춘기 아들과 티키타카하며 클래식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가, 그리고 영원한 클래식 덕후.

독일 쾰른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전공 실기 전문연주자 과정,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최고전문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음악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쾰른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교육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국내 여러 대학에서 피아노 전공 실기 및 예술철학, 음악 교육학을 강의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 [광주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 클래식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는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여기는 18세기, 음악이 하고 싶어요』,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클래식은 처음이라』, 『오늘의 기분과 매일의 클래식』,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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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