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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AI의 시대에 인간은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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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Enuma)’의 CEO이자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이자 확고한 교육철학으로 교육 현장에 균열을 내고 있는 이수인에게서 발견하는 인사이트.


2019년, 총상금 1500만달러의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 대회의 우승자가 발표되었다. 영국 비영리단체 원빌리언과 함께 공동 우승을 한 팀은 한국의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Enuma)’였다. 에누마는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에듀테크 기업이 됐을까. 

시작은 장애가 있는 자신의 첫째 아이였다. 그 자신의 속도로 학습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이수인 대표는 2012년, 에누마를 창업하고 학습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토도수학’은 전 세계 20개국의 애플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분 1위 앱으로 자리매김한다. 뜻밖에도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목표가 변한다. 언어가 달라서, 가정 환경이 달라서 혹은 그밖의 다양한 이유로 교실에서의 속도와 맞지 않는 아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수인 대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서 ‘모든 아이들’로 시선을 확장시킨다. “아이들은 각자 매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속도로 배운다.”(61쪽)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는 이수인 대표가 자신의 아이와 만나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 큰 도전을 하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꼭 맞는 학습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은 책이다. 기업 경영서이기도, 스타트업의 도전기이기도, 교육 철학서이기도, 장애 아동을 키우는 보호자의 수기이기도 한 이 책에서 다가올 AI 시대를 살아갈 모두가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교육을 먼저 봤어요. 교육이라는 시스템을 게임 시스템처럼 본 거죠. 또 여러 나라의 상황을 봤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교육 문화가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게임에서 사용자가 어떤 부분을 모르면, 콘텐츠 제작자들이 깊이 반성하고 고치거든요. 그런데 왜 교육에서는 점수를 낮게 주고, 오히려 아이한테 문제라고 할까 의아했어요. 어떤 아이가 레벨 1에서 몬스터한테 계속 죽는데 1년이 지나면 더 어려운 레벨에 보내는 셈이잖아요. 아마 이런 종류의 감각은 교육을 교육으로 인식하면 알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아웃라이어인 저희 아이의 세상, 아이가 경험하는 교육 시스템을 게임 시스템을 만들던 사람의 눈으로 보니까 이상하다고 얘기할 때가 있었던 거죠.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중 발췌)

심화된 전 세계의 학습 격차 

‘에누마’의 씨앗이 싹튼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16년의 시간을 책으로 담으셨어요. 이 시간은 큰 변화의 시간이기도,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거든요. 그 가운데, 특별히 이수인이라는 한 개인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이 시간을 통해서 저는 인간이 변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예전의 저를 다른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16년 동안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것이 참 재미있어요. 지난 16년 동안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사람, 성장하는 사람,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기도 하죠. 나 좋은 사람이 되었어, 이런 느낌이랄까요.(웃음)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는 건 남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면의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아요. 

제가 번역한 책이 하나 있어요. 『리부트』라는, ‘리더를 위한 회복력 수업’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인데요. CEO와 같은 리더들이 다른 사람에게 더 나은 존재가 되려면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된다는 내용이에요. 사실 저는 그 생각을 계속 해요. 예전보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나은 사람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때문에 나 자신이 성장했다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무엇보다 저보다 주변을 더 많이 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느끼고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에누마의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잖아요. 그 점 역시 개인의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요? 

그렇기도 하지만요. 회사의 목적이 확장되고 나서 느끼고 있는 건 오히려 멀미에 가까워요. 세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중이거든요. 갈수록 더 심해요. ‘토도수학’을 만들고 난 뒤에 이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선행 학습용으로 쓰는 걸 봤어요. 3살, 심지어 2살 아이들도 이것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보호자들이 전보다 훨씬 빨리 선행 학습으로 시작하시더라고요. 

저희가 ‘킷킷스쿨’을 시작하고,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 도전을 할 때 전 세계 2억 5천만 명이 문맹이었고요. 그러다 팬데믹 와서 2-3년간 학습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전 세계의 학습 격차가 훨씬 심해졌어요. 문맹인 아이들은 훨씬 더 늘어났죠. 그 와중에 AI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앞으로 더 빨리 나가고 있거든요. 저는 양쪽에 다 공감하고, 양쪽을 다 고민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언제까지 양쪽 세계를 제정신을 차리고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약간 막막할 때가 있긴 해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76쪽)에서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77쪽), 나아가 “모든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까지도”(77쪽)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도구로 회사의 목적이 확장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할 고민도 훨씬 많아졌을 테고요. 

멀미가 난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바라보는 영역을 기초 교육으로 한정했거든요. 왜냐하면 이것은 모든 인간이 결국 언젠가는 통과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때문에 만들고 있는 것 자체의 난이도가 달라지진 않았는데요. 생각해야 될 것들은 옛날보다 훨씬 더 늘어났죠. 워낙 다양한 사례가 있고, 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세상이 있거든요. 또 과거 우리가 ‘이 정도는 배우고, 이 정도의 체계는 갖고 있겠지’라고 생각한 곳의 학교가 무너지거나 시스템이 무너져 버리는 것도 보게 됐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졌다기보다 이것이 실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목격했던 건가요? 

일단 아이들이 전에 비해 훨씬 빨리 선행을 해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공부량이 계속 많아지고 있어요. 저희가 ‘토도수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학습지로 문제를 풀었어요. 한 페이지 풀기, 30분 공부하기를 너무 힘들어 했는데요. 태블릿으로, 좋은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하면 20-30분에 거의 100개의 문제를 풀 수 있거든요. 옛날보다 빨리 배우는 거예요. 그럼 보호자 분들이 만족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학교에도 가기 전에 영어도 학교 들어간 애들이 배울 만큼, 수학도 학교 가는데 다 배울 만큼, 한글도 그만큼 하는 식으로 꽉꽉 채우기만 해요. 저는 아이들이 괴롭지 않게 하려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데 공부를 더 채워 넣는 상황을 보면 되게 괴로워요. 게다가 요새는 디지털 리터러시, AI까지도 가르쳐야 하잖아요. 코딩도 물론이고요. 이런 식으로 배워야 될 것이 계속 늘어나요. 

한편으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 가운데 ‘읽은 글을 믿어도 되는가’라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UN에서 쓰는 아이들용 기초 학력 시험에 이 문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가리는 문제가 들어왔거든요. 예를 들어 ‘개는 알을 낳는다’ ‘사람은 하늘을 난다’ ‘물고기가 헤엄친다’ 같은 문장을 준 다음 맞는지 틀리는지 말하라는 거예요. 과거에는 읽는 법만 가르치면 됐지만 지금은 달라요. 거짓 뉴스는 물론이고 모바일로 참이나 거짓을 구별할 수 없도록 모든 것이 쏟아지는 상황이니까요. 정보보다 판단이 중요한 시대로 바뀐 거고요.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이 없다면 읽는 것 자체가 실은 더 위험한 시대가 되었어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끝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한다는 믿음 

2019년, 전 세계 문맹 퇴치를 위한 기초교육 솔루션 경진 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을 하셨죠. 에누마의 큰 모먼트이기도 한데요. “엑스프라이즈 대회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130쪽)라는 질문을 이 자리에서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돌아보니 해석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했어야 될 일을 했구나,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어떤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은 때 말이에요. 저는 엑스프라이즈 때, 지금 이 시점에 이 대회가 벌어진 것이 어떻게 우연일 수 있겠나 생각했어요. 저희가 딱 준비된 상태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그 대회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상태로 저희 앞에 도달했거든요. 하지만 말이 안 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이 하기에 너무 위험하고, 규정이 까다롭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저희에게 ‘우리가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뛰어든 것 같거든요. 이걸 놓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을 하다 보면 사다리가 내려오잖아요. 그럼 올라가야죠.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20개, 30개씩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인생의 3년이나 4년 정도 그 기회를 가지고, 그런 순간을 몇 번 겪고 나면 어느새 커리어가 끝나 있게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그 가운데 저희가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시간에 운명적인 프로젝트를 만나서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나아가 그것이 아마도 우리의 존재 이유일 거라고까지 생각했어요. 

그때의 경험이 이후 선택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겠죠? 

네, 저는 가끔 ‘바람잡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웃음) 배가 항해를 하고 있잖아요. 그때 제가 “저 산이야!”라고 한 곳을 찍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엑스프라이즈 때 무서웠던 건 대회가 끝난 다음이었어요. 제가 팀 사람들에게 “이게 우리 이야기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거든요. 대회 이후에 새롭게 뭔가를 찍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러니까 그것을 목표로 결정하고, 우리 모두 열심히 해서 마침내 너무나 멋진 광경을 봤는데요. 그 다음 제가 가보자고 한 곳에 아무것도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신중하게 된 것 같아요. 

대회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부분에 이런 문장이 등장해요. “엑스프라이즈 대회 이후의 시간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123쪽) 결과야 당연히 간절했지만 대회 이후의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당시에도 인식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우승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이 일이 끝난 다음에 우리는 어쨌든 앞으로 계속 나가야 되니까요. 애초에 엑스프라이즈 우승하려고 만든 팀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썼던 문장이에요. 

교사의 수는 한정적이고요. 학교 현장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수준에 꼭 맞게 교육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교육이 많은 빈틈을 채울 수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이유로 대표님은 정책에 참여하고, 제품을 공교육에 납품하는 것을 큰 과제로 갖고 계시죠. 

저희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무서웠던 건 제 머릿속에 롤모델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어요. 저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자폐를 가진 친구가 교실에 있었는데요. 수업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어요. 그러니까 이 아이들이 멍하니 앉아 있기를 요구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했고, 저는 그 시간이 의미 있었으면 했어요. 

그런데요. 정작 제품을 냈더니 제가 생각했던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은 이걸 구매하지 않았어요. 특히 장애가 있지 않지만 사회 환경적인 이유로 글자를 못 읽거나 학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들의 보호자는 아이를 위해서 뭔가를 구매하는 습관 자체가 없었어요. 당연히 보호자가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어할 거라고 한국 사람들은 상상하지만요. 굉장히 많은 곳에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조차도 사회적 합의가 없어요. 그런 조건의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현대의 국가가 하는 일이고, 그것이 공교육이거든요. 결국 학습이 어려운 아이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파이프라인이 공교육인 거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교육의 중요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기도 했어요. 

저희가 팬데믹 이후 인도네시아의 학습 손실이 너무 심각해서 인도네시아 문해 프로그램을 무료로 풀었거든요. 그랬더니 집에 책이 가득 있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하는 부자 보호자들이 제품이 너무 좋다고 리뷰를 쓰더라고요. 정작 우리가 사용하기를 원했던 아이들의 보호자에게는 정보도 없고요. 이걸 다운로드 받을 휴대폰 공간도 없어요. 저가 휴대폰을 쓰니까요.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아이랑 같이 앉아 공부를 하는 문화나 습관도 없죠. 결국 무료로 푸는 건 그냥 돈 있는 보호자한테 추가 리소스를 더 줄 뿐이었던 셈이에요. 

집에서 저희 제품을 다운 받는 것과 학교에서 다운 받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요. 학교는 공부를 시키니까요. 그곳에 가야 해요. 이때 공부를 ‘더 잘 시키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죠. 공부할 마음이 없는 곳에 공부할 수 있는 도구를 갖다 주는 것은 저희의 역할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공교육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 거고요. 그곳에 좋은 솔루션을 줌으로써 공교육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정말 오랫동안 생각해왔어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디지털의 희망 

“학교에서의 모든 경험이 아이가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천천히 이해하게 되었다.”(205쪽)고도 했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학습의 존재 의미”(184쪽)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꽤 많이 헷갈려 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말 같아요. 따져보면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방법 역시 아무도 안 알려줬잖아요. 성인은 디지털 기기를 보면 어디서나 일하게 해주는 기기로 이해하겠죠. 하지만 아이들은 이걸 보면 게임하고 유튜브 보는 등 그냥 소비하는 데 써요. 나쁜 방법으로 쓰거나 피싱을 당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럼에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안 가르쳐주니까 디지털이 아동, 청소년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은 그들의 삶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반면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디지털을 사용하는 기술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직업을 갖기도 어렵겠죠. AI를 활용해 증강된 세계 인력과 경쟁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저희는 학교에 제대로 된 디지털 경험을 보급하려고 해요. 또 이것을 바르게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죠. 디지털을 이용해 미래의 직업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길 바라는 거예요. 지금도 학습이 어렵고, 보호자가 신경 못 쓰는 아이들은 하루 8시간씩 쓸데없는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식으로 끌어내려지고 있거든요. 그런 아이들까지 더 나은 그 디지털을 통해 생산하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학교가 바꿔줄 수 있어야 돼요. 이 부분에서 저는 디지털이 많은 것을 개선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니까 사실 희망을 보고 있어요. 

앞서 이제는 문장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하셨는데요. ‘AI 리터러시’라고 할까요. 지금은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정말 중요해진 것 같아요. AI 교육에는 어떤 제언을 할 수 있을까요? 

뉴욕 교육국에서 챗지피티가 나오자마자 모든 컴퓨터의 챗치피티 접속을 금지했었어요. 학생들이 그것으로 숙제를 할까봐서요. 그때까지는 엄청 많은 리서치를 해서 일주일에 3시간쯤 걸리는 프로젝트를 냈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인공지능한테 물어보고 해버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AI를 가지고 셰익스피어 시대의 운율에 맞춰 소네트를 써 보자거나 가족의 역사를 단편 소설로 써 보자거나 100개의 단어를 골라서 그에 대한 백과사전을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이용했죠. 사실 그런 종류의 기술들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해지거든요. 물론 두 쪽짜리 리포트를 혼자 쓰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요. 지금은 학생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여행 서적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는데요. 어른들은 그런 숙제가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거죠. 원고지로 손으로 쓰던 시대에 숙제로 쓸 수 있었던 건 A4 한 페이지가 안 됐겠지만 타이프를 치게 된 다음에는 더 많이 쓰게 됐듯이 AI의 시대에 인간은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현재 대학에서는 어떤 도구를 써도 상관없으니까 최고의 과제를 가져오라고 해요. 그 결과 옛날에는 도저히 학부생이 써낼 수 없었던 수준의 리포트가 오게 되죠. AI로만 쓴 건 딱 티가 나거든요. 사람이 편집하고 계속 물어보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 학부생도 되게 높은 수준의 리포트들을 가지고 갈 수 있어요. 그게 옳은 방향일 거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정용 기기를 활용하다 디지털의 부정적 영향에 노출되는 것이나, 부정적인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걱정하고 있다.”(251쪽)고 쓰셨습니다. 우리 세대가 합당한 규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요. 에듀테크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변화하길 바라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현재 영국과 프랑스에서 14세 미만의 핸드폰 구매 금지를 얘기하고 있어요. 또 SNS의 16세 미만 사용 금지를 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얘기했죠. 더불어 지금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시청한 영상에 이어 다른 영상이 뒤에 곧바로 붙는데요. 어린 아이들한테는 자동으로 알고리즘에 의한 비디오를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 통과되려고 하고 있거든요. 페이스북에서는 최근 한 것이 미성년자의 계정은 무조건 비공개가 기본이 되도록, 검색이 안 되도록, 만약 어린아이가 쓰고 있다고 의심되는 계정은 신고하면 차단될 수 있도록 한 것이예요. 저는 지금 나오고 있는 이러한 리포트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미성년자에게 담배나 술이 금지되었듯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훨씬 엄격한 규제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것들을 더 가속화시키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가장 집중하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AIDT라고,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부터 시작될 거예요. 저희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 사업이 현재는 저희의 가장 커다란 이슈예요. 그것이 옳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걸 보고 있는 해외 나라들이 되게 많거든요. 저희가 그동안 관심을 두고 나라들이 결국 디지털 정책에 관심이 있었던 나라들이고, 한국의 AIDT 모델 같은 게 쓸 만한지 지켜보고 있고요. 그래서 만약 한국에서 이 정책이 어느 정도 옳게 펼쳐지면 글로벌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거예요. 

또 하나는 결국 AI예요. AI가 교육의 목적을 바꿔 놓을 거거든요. 기초 교육에서는 그 압력이 줄었지만 여태까지는 한 사람이 시험을 쳐서 몇 점을 받느냐가 중요했잖아요. 그러니까 이 아이의 CPU의 퀄리티를 증명하는 식이었단 말이죠. 회사들은 그 칩을 사다가 회사를 구성하고요. 하지만 그런 식의 프로세스는 AI가 꽤 많이 해 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역량이 필요해졌어요. 한국도 ‘질문을 잘 하는 것’이 이번 교육 과정에 되게 중요하게 들어왔거든요.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한국이 2032년에는 수능을 논술 중심으로 바꿀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회가 어떤 사람을 만들어낼 건인가에 관한 기준이 바뀌는 중이라서요. 굉장히 신경 써서 교육의 변화를 보고 있어요. 생각보다 변화가 빠르게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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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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