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구워진 생선 냄새는
고양이의 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갸릉거리는 늦은 오후의 허기 속에서
생선 타는 냄새는
무거운 몸을 기꺼이 들어올린다
담장 정도는 쉽게 넘어갈 만큼 가벼워져서
우리는 어디론가 날려갈 것 같다
수천 마일 바깥에서도
주린 속을 후비는 탄내에 이끌려
우리는 식탁으로 불려와 앉을 것이다
언제라도 난민처럼 모여들 것이다
고해 위로 떠오르는 기도처럼
기도로 간신히 눌러놓은 허기처럼
청어로 살아온 혼이 사람의 피와 살이 되고
다시 언젠가 무덤의 푸른빛이 될 때
우리는 식탁을 붙들고 앉아서
- 「식탁의 영혼 2」 (『친애하는 사물들』, 이현승)
인간의 밥벌이 걱정은 유구합니다. 지금이야 밥 자체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이 없어졌다지만, 밥은 돈으로 치환되어 걱정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늙어서도 밥을 먹을 돈이 남아있을지, 내일은 또 어떻게 돈을 벌러 나가야 할지 걱정하면서 잠을 청하죠. ‘수천 마일 바깥에서도’ ‘우리는 식탁으로 불려 와 앉을 것’입니다. 허기는 사람을 움직이니까요.
우리는 ‘언제라도 난민처럼’ 식탁에 앉을 거예요. 상갓집에서도 눈치 없는 배는 꼬륵거리고, 저 사람은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밥을 먹다 보면 이 사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거니, 일말의 이해가 생기고는 합니다. 인간은 식탁에서 만나 다른 존재의 살을 굽고 다른 존재와 나눕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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