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 플레이리스트]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에 다녀야 하나 싶을 때

이소호 「회사를 정주행하면 시름을 드려요」 X Anonymous Artists – ‘퇴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퇴사는 약이 될까요? 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독이면 어쩌죠. 출근과 독약 중 무엇이 더 나쁠까요. (2024.07.25)

출근길에 생각한다


차에 치이고 싶어요

그럼 오늘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파티션 아래는 못생긴 키보드와

왼쪽만 닳은 마우스가 있다


나는

광고주로부터 사람을 배운다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점심은 언제나 상사의 취향


나는 다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아요


시인이라 그런가


많이 힘들었지?

그래서 또 다른 일을 하나 더 가져왔어


그러니

오늘은 아무도 다들 집에 갈 생각 하지 마


양화대교만 넘으면 우리 집인데


집에 누워 있으면

아무 꿈도 꾸지 않을 수 있는데


시인이라 그런가


내가 만든 카피는 사라졌다


광고주님 말씀 기억 안 나?


최대한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시인이라 그런가


조사 하나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데


나는 필경사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내 글은

내 글이 아니에요


시인이라 그런가


못내 속이 상했던 나는

퇴근길에


불의의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일


회사 가지 않을 수 있을텐데

 

- 이소호 「회사를 정주행하면 시름을 드려요」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아침달)



뽑아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해내겠다고, 무엇이든 되겠다고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반복되는 출근과 함께 점점 버석버석 메말라가는 직장인들. 이 길이 맞나. 정말 먹고 살 방법이 이것뿐일까. 나는 어쩌다 이 일을 선택했을까. 일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까. 출근 자체가 문제는 아닐 거예요. 일을 하면서 쌓인 서운한 마음, 답답한 마음이 엉키고 곪아 상처가 된 거겠죠. 퇴사는 약이 될까요? 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독이면 어쩌죠. 출근과 독약 중 무엇이 더 나쁠까요. 오늘도 답 없는 고민으로 꽉 채운 머리를 받치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추천 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문보영>,<이소호>,<황인찬>,<오은> 저13,500원(10% + 5%)

일상 풍경을 담은 네 시인의 시와 산문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점검하는 시간 시 산문 앤솔러지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저마다 고유의 문학적 입지를 갖춰 나가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문보영, 이소호, 오은, 황인찬의 시와 산문을 한데 엮었다. 많은 시들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물 부족 지구 인류의 미래는

기후 위기와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 『플래닛 아쿠아』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주제는 물이다. 물이 말라간다는데 왜일까? 농경에서 산업 혁명을 거쳐 현재까지, 위기의 근원을 분석하며 체제 전환을 촉구한다. 지금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곳

두근두근 설레는 마법과 오싹오싹 짜릿한 마법이 펼쳐진 편의점! 이번에는 어떤 마법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빠와 그린이가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하는게 되는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몽글몽글 편의점으로 놀러 오세요!

우리가 기다렸던 어른의 등장

『빅토리 노트』 이옥선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명랑하고 자유로운 어른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전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라는 작가, 특유의 맵싸한 유머와 호탕한 명언들을 읽다 보면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 짐을 느낄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우주 판타지

외계인과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리보와 앤』 어윤정 작가의 어린이 SF 동화. 연필을 간식으로 사 먹고, 콩나물을 나무처럼 키우고, 똥 기저귀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 달에 한 번, 외계인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빅뱅 마켓. 그곳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반전, 그리고 감동적인 이야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