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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시드니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봄바람이 살살 불어왔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시드니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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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들이 사시나무처럼 떨든 울든 말든 면접관은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해요. 원래의 저였다면 지원자 중 누군가가 눈물을 보이면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했을 텐데 면접관 위치에서는 그게 불가했습니다. (2024.07.1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는 제11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한 ‘면접관 일기’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로, 생애 처음으로 면접관이 된 저자가 일주일 동안 인재개발원에서 지내며 몇백 명의 지원자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한 책이다. 파릇파릇한 신입 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차가 쌓이고 면접관이 된 어느 평가자의 이야기이자, 한 인간의 성장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떤 지원자들이 면접관에게 매력적인지, 또 면접관은 지원자들을 대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또한 누군가를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 누군가의 일생에 관여해야 하는 어려움,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안 된다”라고 말해야 하는 어려움, 이런 어려움들을 책 전반에 걸쳐 세밀하게 기록하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생각할 겨를이 없을 (예비) 면접자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건넨다.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어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잠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실수로 잘못 고르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처음 연락받았을 때도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쪽에 제가 확실히 맞는 건지 확인했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응모한 ‘면접관 일기’(원제)를 쓸 때 당선을 생각하고 쓴 게 아니었으니까요. 3년 정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작품을 냈었는데, 계속 탈락을 해서 이 프로젝트는 저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선되신 분들의 글을 한창 스터디하고 분석해 보기도 했는데,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재가 많아서 평범한 저 같은 사람은 당연히 당선과 거리가 멀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모 일정과 관계없이 써놨던 글을 우연한 기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당선이 된 거예요. 주접을 떠는 것 같지만 아직도 왜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세상의 다양한 취향 중 하나에 걸려든 느낌? 취향은 옳고 그름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꽂히면 장땡(?)이잖아요. 평가 권한이 있는 분들이 제 글을 읽으시고 출간하고픈 마음이 드신 거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시 한번 저를 선택해 주신 시공사 편집부,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담당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를 소개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는 한 기업 실무자가 급작스럽게 면접관을 가게 되면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제목이나 소개 글을 얼핏 보면 자기 계발서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개인의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담은 에세이라는 걸 다시 강조 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면접관으로 참여하기 전에 ‘면접관’이라고 하면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나오는 사이먼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날카로운 질문과 함께 지원자를 압박하고, 가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현자의 느낌이랄까요? 실제 면접관으로 참여해 보니 이건 뭐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예요. 신입 사원의 경우 하루에 평가해야 하는 지원자는 몇십 명이라 시간도 재야하고 자소서도 훑어야 하는데, 옆자리 앉은 면접관끼리 서로 합도 안 맞는 극한의 상태랄까요. 이런 카오스 상황 속에서 앞에 서 있는 지원자들은 너무 간절한 거예요. 지원자들이 조금 덜 간절했다면 이 정도로 피곤하진 않았을 텐데 너무 간절한 사람이 앞에 서있으니 비록 평가하는 입장이었지만 저도 압박(?)이 느껴지는 거예요. 내부의 카오스와 지원자들의 간절함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에 압도되어 하루 종일 너무 힘든데, 면접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가니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거예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대규모 채용의 경우 면접관들은 수능 문제 출제 위원들처럼 핸드폰이나 IT 기기를 다 뺏기거든요. 그래서 할 게 없어서 종이를 꺼내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썼습니다. 그게 바로 이 글의 시작점이었죠. 다만 면접이라는 것이 신입 사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어서, 1부에는 신입 사원 이야기를 담고 2부에는 경력 사원 채용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경력 사원도 신입 사원 채용과 결은 비슷하지만 프로세스는 완전히 달라요. 신입 사원의 경우 미래 인력을 양성하는 느낌이지만, 경력 사원의 경우 회사가 모자란 부분을 딱 채워줄 사람을 찾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그래서 1부와 2부가 대비되도록 원고를 배치했어요. 신입 사원 지원자는 해도 되는데, 경력 사원 지원자는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과 말도 담았고요. 3부는 신입이든 경력이든 조직에서 잘 적응하고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신입 사원이든 경력 사원이든 중견 사원이든 회사 생활을 잘 해내고 싶은 모두를 위한 글이라고 보심 될 것 같아요.

면접관으로 발탁되어 경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이번에 책을 내셨는데요, 처음 면접관을 경험하며 쓴 글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면접관 일기’가 전체 원고의 3분의 1도 안 됐던 상태라 막막하긴 했어요. 다행히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몸과 마음에 축적된 에피소드가 많아서 영끌하듯이 끌어다가 썼습니다. 원고를 쓰면서 좋았던 추억이 많이 떠올라 행복했고 실수했던 일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어요. 신입 사원 면접관 경험은 한 번이었지만 경력 사원 면접관은 여러 번 해서 에피소드도 많았고 가끔 기억이 잘 안 날 때는 후배들을 불러다가 다시 인터뷰하기도 했어요(“내가 널 어떻게 뽑았지?”). 개인적으로는 3부 쓸 때 제일 신났던 것 같아요. 일터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소설의 인물을 창조하듯이 세세하게 묘사하는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뜨거운 여름 에어컨 필요 없는 청량한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행복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봄바람이 살살 불어왔어요. 총 원고를 쓰는 기간은 두 달 남짓이라 타이트했지만 전반적으로 즐겁게 썼습니다.



 ‘면접’을 생각해보면 괜히 좋으면서도 무섭게 긴장되는데요, 작가님의 면접관 경험 중에 어려웠거나 인상 깊었던 일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저의 커리어 대부분은 해외영업이에요. 다른 회사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주로 했던 일은 외국 바이어와 요구 사항을 공유하고 때론 상황과 감정을 헤아리고, 결론이 나면 계약서에 도장 찍고 술 먹으러 가서 회포를 풀며 으쌰 으쌰 하는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 인간 대 인간으로 감정적 교류가 잦고 감정 발산을 많이 하는 편인데, 면접장에서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지원자들이 사시나무처럼 떨든 울든 말든 면접관은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해요. 원래의 저였다면 지원자 중 누군가가 눈물을 보이면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했을 텐데 면접관 위치에서는 그게 불가했습니다. 꼿꼿하게 앉아 눈을 치켜세우며 지원자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점수를 매겨야 했죠. 면접관을 하면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자아를 죽이고 가면을 쓴 상태로 있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신입 사원 면접관을 마치고 주말에 집에 가서는 며칠 앓아누웠습니다. 내 성격대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의 출간까지 전체 과정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전반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되어서 크게 기억나는 건 없긴 한데, 아무래도 출간 말미에 제목 정할 때 에너지 소진을 한 것 같아요. 이게 면접에 대한 글이지만 장르가 자기 계발서는 아니고 에세이다 보니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제목에 ‘면접’이 대놓고 들어가면 면접을 준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전혀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거잖아요. 원고 자체는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만을 위한 건 아니고,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을 위한 응원과 위로를 담은 글인데 제목에 ‘면접’이 들어가니 영역이 한정되는 느낌이었어요. 다행히 천재적인 시공사 편집부와 마케팅팀의 활약으로 좋은 제목을 붙여 출간할 수 있어서 행운인 것 같아요. 저라면 절대 생각해 내지 못할 제목이거든요. 다시 읽어도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보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집필 계획이 있을까요?

감사하게도 올가을에 책이 또 나옵니다. 브런치북 누계 100만 조회수를 달성한 ‘청담동은 명품을 안 입는다’ (이하 ‘청담동’)라고 아시나요? 제 브런치스토리 누적 조회수가 200만 가까이 되는데, 그중 100만 조회수를 달성한 브런치북이에요. 지금 제가 이 인터뷰를 쓰는 게 6월 22일인데, 오늘 하루만 또 조회수가 1만을 넘어가네요. 이 글은 3년 전에 쓴 글인데, 아무래도 테마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자동네 이야기다 보니 꾸준히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도 애정 가득 담은 책이지만, 처음 작가로서 출간 제안을 받은 게 ‘청담동’이라서 첫사랑처럼 아련하고 자식을 낳은 책임감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을 먼저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면서 일정이 많이 밀렸어요. 원래 올해 봄에 출간을 하려고 했던 책인데, 브런치북 당선 및 출간 시기와 애매하게 걸려서 출간을 미뤘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편집자님과 섬타임즈(‘청담동’ 책 출판사) 대표님께서 많이 양해해 주셨어요. 사실 누군가 우겼다면 저도 '마음이 약해서 끌려갔을 텐데, 좋은 분들을 만나서 순탄하게 책 두 권이 출간될 예정이에요. 이 책을 잠깐 소개하자면, 청담동에 시골 사람(저)이 던져지면서 겪게 된 우당탕탕 에피소드와 소회를 담은 책이에요. 생각해 보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도 갑자기 면접관으로 던져진 실무자 이야기를 담았네요. 앞으로도 어떤 새로운 상황에 강제로 던져진 저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을 응원하는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브런치스토리 및 인스타 등에서 구독해 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보기에 제가 쓴 글은 쓸데없는 내용만 잔뜩 있는 것 같은데 뛰어난 안목과 고급 취향을 가진 독자분들께 선택을 받아 감개무량합니다. 몇몇 분들은 모든 글에 댓글 달아주시고 한결같이 응원해 주시는데, 한번 만나서 거하게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지금보다 더 의미 있고 행복해지는 글 꾸준히 쓰도록 할게요. 제발 구독 취소하지 말아주세요. (질척)


* 시드니 

겉은 상어, 속은 돌고래 같은 어류형 인간. 목표물을 발견하면 매섭게 파고들지만 온전한 결과를 위해서는 결국 안전과 협력을 선택하는 평화주의자. 새로운 상황에 던져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항상 경계를 깨고 나간다. 경계 바깥에서 만난 사람, 사물, 감정에 대해 기록하고 그것들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이 어렵고 힘들어 퇴사하고 집에서 글만 쓰고 싶지만, 면접장에서 만난 지원자의 “국위선양 하시네요”라는 말에 또 고통을 잊고 공항에 가 있는 붕어형 인간.

시드니 작가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sydney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시드니 저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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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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