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이도훈 “급똥이 와도, 지하철 빌런이 출몰해도 기관사는 달려”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이도훈 작가 인터뷰
언뜻 보기에 회색의 지하철은 삭막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지하철은 굉장히 인간적인 곳입니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나 모든 열차를 주관하는 관제사, 역에서 승객들을 맞이하는 역무원, 식당 이모님과 청소 여사님, 영양사, 지하철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승객 여러분까지. 지하철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따뜻한 곳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2024.07.12)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무려 8,800편의 응모작이 몰려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급똥과 싸우는 기관사답게, 화장실 변기 위에서 그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혼자서 막 소리를 질렀습니다. 누가 보았다면 아마 꽤나 웃긴 꼴이었을 겁니다. 그러고서 제가 가장 처음 했던 행동은 일을 하는 아내에게 전화해서 당장 집으로 오라며 난리를 부렸습니다.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고, 아내가 대체 무슨 일이냐며 들어오자 말없이 대상 수상 소식을 알리는 핸드폰을 내밀었습니다. 저희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작가라는 꿈을 마음속에 간직만 해오던 저였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게 만들고 작가라는 꿈을 이루도록 믿어준 것이 아내였고,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도 아내입니다. 소감이 어떠냐를 물으신다면, 사랑하는 아내 덕분이라 말하겠습니다.
운전실에 일단 들어가면, ‘급똥’이 와도 내리지 못하는 극한상황을 겪기도 하고, 미세먼지로 인해 천식을 얻는 와중에도 글 전반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유머는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하시는 일이 있는지요?
제게는 두 분의 스승님이 계십니다. 바로 ‘짱구’와 개그맨 ‘이수근’님. 처음 그들의 유머를 접하고 부러웠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래서 제 것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어록을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겼습니다. <짱구는 못 말려>와 <1박2일 시즌1>의 애청자로 20여 년을 보냈고, 어느새 저만의 유머가 생겼습니다. 쉬는 날이면 저는 여전히 <짱구는 못 말려>와 <1박2일 시즌1>을 보며 웃는 애청자입니다.
이 열차엔 빌런과 히어로가 동시에 타고 있다고 묘사하면서 지하철 문을 열기 위해 우산을 끼워넣는 ‘쟈철에페 펜싱선수’ 등 온갖 지하철 빌런들의 천태만상도 담겨 있지만, 사실 지하철 의 모든 승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를 태워가고 싶고 모두를 집에 데려다주고 싶은 기관사님의 책임감과 지하철 이용객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였는데요. 지하철 승객들에게 짧은 안내방송에 다 담지 못하는 당부하고 싶거나 지하철 이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언뜻 보기에 회색의 지하철은 삭막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지하철은 굉장히 인간적인 곳입니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나 모든 열차를 주관하는 관제사, 역에서 승객들을 맞이하는 역무원, 식당 이모님과 청소 여사님, 영양사, 지하철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승객 여러분까지. 지하철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따뜻한 곳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이 보고자 한다면 보일 것입니다. 기관사들의 애정 어린 안내방송이나 역무원들의 미소가 말이죠.
하지만 이 책에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 자살자들을 치고 고통받는 기관사들의 아픔, 심지어 그 트라우마를 겪다가 다시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기관사 선배의 이야기, 사상사고가 나면 기관사들이 위로차 모여 고통 속에 그 기관사가 잠들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잔뜩 술을 먹인다는 에피소드 등은 기관사들의 슬픔과 고통의 극치였습니다. 기관사의 업이란 보람뿐만 아니라 많은 슬픔과 노동의 힘겨움이 있는 일이란 것을 알게 해주셨는데요. 지하철 자살에 대한 고찰에 얽힌 못다 한 이야기와 먼저 떠나가신 기관사 선배님들이나 동료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관사로서 열차 운전실에 홀로 앉아 한참을 달리다 알았습니다. 내 옆에 동료가 있다는 것을요. 기관사로서의 일은 혼자 하지만, 생각해보면 동료들은 늘 함께였습니다. 그러니 슬픔이나 고통은 함께 나눕시다. 분명 옆의 동료들이 함께해줄 겁니다. 동료들만큼 우리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존재는 없을 테니까요. 저는 제 동료인 당신이 아프지 않길 바랍니다. 제 책이 당신에게 위로이자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을 가로지르는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로서, 이 구간은 지하철에서 핸드폰에서 눈을 들어 꼭 눈여겨봤으면 좋겠다거나 기관사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하철이 금곡역을 출발해 호포역을 향하면, 조금 전까지 지하를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땅 위로 올라와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열차가 됩니다. 해 질 녘에는 세상 가득 노을이 져서 주황빛 지하철이 되기도 하고, 밤에는 강물 위로 반짝이는 다리가 비치는 낭만 가득한 지하철이 되기도 합니다. 제 열차에 타서 이 구간을 지나신다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밖에 즐비한 낭만을 보시라고.
이외에도 기관사들 대부분은 호포역을 좋아합니다. 기관사 근무의 거점인 호포역 에서 다음 기관사와 교대하고 내리면 참았던 화장실에 갈 수 있거든요. 호포역은 화장실로 무섭게 달려가는 기관사가 출몰하는 역이기도 합니다.
모든 승객이 내리고 불이 꺼진 뒤 기관사들만 보게 되는 야광물질로 빛나는 ‘반딧불이 지하철’ 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의 맨 뒤에는 그 ‘반딧불이 지하철’ 사진이 선물처럼 담겨 있기도 하죠. ‘반딧불이 지하철’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기관사님들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 지하철’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가 반딧불이 지하철이라는 표현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지하철을 가장한 반딧불이가 그냥 거기 있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쳤던 것이죠. 어둡고 무서울 것이라 확신하고 바라본 풍경이 너무도 밝고 예뻤거든요.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에서 그토록 무서워하던 밤인데도 반딧불이가 있으면 무섭지가 않았는데,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마음 같아선 직접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사진으로나마 전해드릴게요.
이 책을 지하세계에서 발견한 ‘빛’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지하철 동료들끼리 나누었던 그 ‘빛’이 이제 책이 되어 세상의 ‘반딧불이’가 되는 순간인데요.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를 읽어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리고 이 책을 어떻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독자들에게 안내해주세요!
이 책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따분한 시간을 보냈을 여러분께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책을 읽고 지하세계의 빛에 대해 알게 된 당신은, 결코 평범한 승객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달리던 지하철이 멈추고 기관사가 안내방송을 한다거나, 민원 해결을 위해 역무원이나 청소 여사님이 열차에 출장을 올 때, 다른 승객들과 달리 당신은 지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요절복통 지하세계’의 주인공인 당신이 지겨울 리 없잖아요?
*이도훈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 코레일에서 기차면허 교육을 받고 부산지하철의 기관사가 되었다. 코레일 교육생 대표로 표창을 받았고, 부산지하철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수백 명의 신입사원을 대표해 상장을 받고 앞에 나서 강연하는 등 열정적인 기관사 행세를 하고 있으나, 지금도 열차를 놓칠까봐 수십 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지하철 빌런들에 긴장하면서 매일 약 3744개의 지하철 출입문을 여닫으며 부산시를 횡단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히어로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법. 역무원과 공익요원, 청소 여사님, 관제사 등 어벤저스 저리 가라 할 살벌한 팀원들과 함께 이마에 작은 등을 켠 채 오늘도 나의 지하철은 달린다.* 이도훈 작가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lighte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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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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