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서 벗어난 후 죄책감에 고통받는다면?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저자 서면 인터뷰
해로운 가족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을 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이들에게 해줄 만한 좋은 말은 ‘내 사정을 겪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2024.06.17)
가족은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기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이런 ‘해로운’ 가족과 자신을 분리하고 그들에게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책,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가 출간되었다. 저자 셰리 캠벨 박사는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으며 살아오다, 40대에 이르러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 저자는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되며, “내 행복에 계속해서 해가 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관계를 정리해도 된다”라고 강조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끊는 일은 학대 생존자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며,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하며 생존자를 지지한다. 가족에서 벗어난 후 죄책감과 2차 가해로 고통받는다면, 이 책이 당신의 마음을 돌보아줄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족 문제 전문가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데요. 이 책을 쓰시게 된 동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로운 가족의 학대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주제를 조명하고, 모든 가족이 행복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전 세계 모든 사회에서 '가족끼리는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매우 강한데요. 그래서 "관계 단절은 정당방위다"라는 책 속의 문장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학대 생존자가 학대를 참지 말고 관계를 끊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학대를 받는 상태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생존자가 직접 해로운 가족과 관계를 끊고 학대의 악순환을 멈추기 전에는 치유를 시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대 생존자는 학대가 자신의 잘못임이 아님에도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닌가' '이게 학대가 맞나' 싶어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히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낄 것 같아요.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지키고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나를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려면 자기 성찰을 많이 하고,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려는 마음과 진정성에 대한 열망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이 강한 생존자는, 해로운 가족과 형성한 애착을 붙드는 대신 자신을 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진정성을 좇는 길을 택합니다. 그런 선택을 내리면 생존자는 비로소 자신을 얽매던 죄책감에서 벗어나 해방감과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
생존자가 용기를 내서 관계를 단절해도, 주변에서 괜한 짓을 한 건 아니냐며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참견하는 일이 많죠. 이런 말을 들으면 생존자는 당혹감을 느끼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워지는데, 이런 말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해로운 가족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을 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이들에게 해줄 만한 좋은 말은 ‘내 사정을 겪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겪은 경험,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함부로 판단할 자격은 없다고 말해주세요.
책에서 '가족과 단절한 후 삶의 질이 더욱 나아졌다'고 하셨는데요. '정말로 결정을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때가 있었는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런 결정을 100% 확신하고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해로운 가족과 연락을 끊은 후 몇 년간, 저는 조금씩 행복을 찾아갔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없었던 행복과 희망을 마음껏 누리고, 학대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고 나서 제가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이 '가정의 달'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기념일이 많은데요. 이런 기념일이나 명절 등 가족적인 분위기가 강한 시기에 생존자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날을 ‘자기 사랑의 날’로 바꾸는 걸 제안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사랑과 돌봄을 베푸는 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또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 사람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닿길 바라나요? 이 책이 필요할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가족과의 접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셰리 캠벨 미국 공인 심리학자이자 가족 문제 전문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견디며 살아오다, 45세에 이르러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 가족 학대 생존자로서 겪은 경험과 심리학자로서 쌓은 지식을 토대로, 좀 더 의미 있고 목적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가족과 헤어지려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뉴욕 BBM 글로벌 네트워크BBM Global Network와 튠인 라디오Tune-In Radio에서 방송된 ‘닥터 셰리 쇼’를 진행했고 여러 언론에 가족 문제 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다. 《그래도 가족인데But It’s Your Family……》, 《부모의 정서적 학대 생존자Adult Survivors of Emotionally Abusive Parents》 등의 책을 썼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는 해로운 가족에게 받은 오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외부의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가족과의 관계를 끊는 일은 학대 생존자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며,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생존자를 향한 사려 깊은 공감과 가해자를 향한 단호한 태도를 담은 이 책은 수많은 생존자들의 마음을 치유했으며, 미국 아마존과 굿리즈에서도 500건 넘는 찬사를 받았다. 해로운 가족과의 문제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남몰래 감추고 있다면, 이 책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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