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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와바 사치코 “책은 재밌는 거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귀명사 골목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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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즐겁기 위해 이야기를 써요. 제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처럼 독자분들도 제 책을 다 읽었을 때 재밌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2024.06.14)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로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과 일본 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을, 『미라클 패밀리』와 『보탄 씨의 이상한 하루하루』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줄줄이 도서관』으로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은 가시와바 사치코. 그는 근 50여 년 동안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써 왔다. 『안개 너머의 신기한 마을』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도 영향을 준 바 있다.

2022년, 전미도서관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어린이책 번역본에 주는 배첼더 상을 받으며 미국에도 이름을 널리 알린 가시와바 사치코는 이번에 『귀명사 골목의 여름』으로 한국 독자와 접점을 마련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시와바 사치코라고 합니다. 고단샤에서 아동 신인 문학상을 받고 이후 작가로서 판타지 아동 문학을 써온 지 이제 곧 50년이 되는데요. 제가 쓴 『귀명사 골목의 여름』을 한국에서 출판하게 되어 기쁩니다.

일본에서 이미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받았고, 2022년 배첼더 상을 수상하면서 영어권 아동문학계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영화로 치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에 해당하는 경사일 텐데요,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늦었지만 수상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배첼더 상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영어로 번역해 주신 우다가와 에이버리 씨가 정말 기뻐하셨는데, 우다가와 씨가 이렇게나 기뻐하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상이겠구나 싶어요. 출판사가 받는 상인데 저까지 슬쩍 워싱턴에서 열린 수상식에 참석했는데요.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어요. 출판사와 저와 번역가가 각자 1분씩 연설하는 시간까지 주셔서 즐거웠습니다.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약사가 되셨는데 어떻게 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또 작가가 되고 나서 한동안 약사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요?

현재 일본에서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6년제 대학을 다녀야 하죠.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4년제였어요. 1,2학년 때는 고등학생 같은 생활을 하다가 3,4학년이 되면 국가시험을 앞두면서 자유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에 모두 1, 2학년 때는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친구뿐이었죠.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산에서만 지내는 사람, 유채화만 그리는 사람, 시연 판매를 열심히 해서 회사에 취직한 사람들 등 다양했어요. 그중에서 저는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고 1학년 때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에 응모했는데요. 최종 후보에는 남았지만 가작에도 뽑히지 못했어요. 코로보쿠루 이야기를 쓰는 사토루 선생님(사토 사토루, ‘코로보쿠루 시리즈’ 작가)이 그 당시 심사위원으로 계셨는데, 제 작품을 재밌게 봐주시고 편집장에게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고 추천해주신 것 같아요. 편집장님은 다음 작품을 써보자고 편지를 보내줬고요. 2년 차에 '이상한 거리의 리나'(『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로 출간)라는 작품으로 상을 받아서 데뷔하게 되었어요. 동화 작가를 동경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약사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제가 즐겁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 쓴 거죠. 고단샤에서도 끈질기게 다음 작품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뭔가 쓰면 가져오라는 식이었어요. 당시 담당 편집자님 말에 의하면 일단 재촉은 하셨다는 거 같은데요. (웃음)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써 왔어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즐겁기 위한 일이었죠. 약사 일을 그만두고 이제 15, 16년 정도 됐을까요? 진지하게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니 나오는 작품도 늘어나더군요.



작가님의 데뷔작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화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콘텐츠 에도 영향을 줄 만큼 이야기 속에 판타지 요소를 완벽히 소화해 내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정말 비결 같은 건 전혀 없는데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제가 즐겁기 위해 이야기를 써요. 제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처럼 독자분들도 제 책을 다 읽었을 때 재밌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곘어요. 그 마음이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배첼더’ 상을 수상하게 된 『귀명사 골목의 여름』이 이번에 한국에서 출간이 됩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간략하게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인 가즈라는 남자애입니다. 자신의 집이 ‘귀명사’라는 절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요. 집에서 여자애 유령이 나오고, 유령과 어울리는 사이에 그 아이를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어 하죠. 책의 중간중간에 여자애가 살아있을 때 너무 좋아해서 꼭 읽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그게 바로 ‘달은 왼쪽에 있다’라는 마녀 이야기예요. 가즈의 이야기와 '달은 왼쪽에 있다'라는 서양의 마녀 이야기가 섞여 있는 거죠.

『귀명사 골목의 여름』은 초반 전개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 일으킵니다. 주인공 가즈가 한밤중에 깨어나 하얀 기모노를 입은 맨발의 소녀 아카리를 발견하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작가님도 공포와 미스터리 요소가 들어간 이야기를 좋아하시는지요? 

미스터리는 정말 좋아해서 평소에 보통 읽는 건 미스터리뿐인 거 같은데요 호러는 별로 읽지는 않고 영화도 호러는 보지 않아요.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동화는 흔치 않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소재는 더더욱 특별합니다. 이 책에서 ‘죽었다가 되살아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곳인 ‘귀명사’는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항상 이 이야기를 읽고 이런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명확한 주제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이와테의 모리오카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 지도에 '귀명사 골목'이라는, 실제 이 작품과 같은 이름의 오래된 골목이 있었어요. ‘영혼이 돌아오는 절’이라는 말이 흥미롭더라고요. 그 영혼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고요. 그전부터 이와테에는 '도노 모노가타리'라는 옛날부터 전해져 온, 다른 지방에는 없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덴데라노’라는, 노인이 버려지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나이가 들어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인이 덴데라노에 몸을 숨기는 이야기예요. 그 이야기도 줄곧 머릿속에 있었고요. 그리고 '호수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썼는데요. 덴데라노처럼 신비한 호수의 나라에서 도망친 사람의 이야기예요. 『귀명사 골목의 여름』에도 그런 사람을 등장시켰다고 생각해요. 마침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해에 이 책을 냈기 때문에 당시 책을 읽어준 아이들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이나,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도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했어요. 처음으로 책을 읽고 이런 걸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이 책을 전 세계에 계신 여러분이 읽어준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귀명사’라는 독특한 소재에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이 비록 나와 관계없는 타인이 되더라도, 다시 세상에 돌아와 살아가기를 바라는 깊은 연민과 애정이 느껴집니다. 만약 작가님께 귀명사에 소원을 비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용하고 싶으신가요? 

미국에서 책을 냈을 때 기독교인 분들에게 현세의 괴로운 곳에서 죽고 행복한 천국으로 가는데 왜 천국에 간 사람을 왜 굳이 괴로운 현세로 되돌리려고 하냐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역시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무서우니까요. 돌아와 다시 살아가며 즐거운 일들을 하면 좋겠어요. 귀명사가 있다면 역시 소원을 부탁하고 싶어요.



귀명사의 비밀을 알려줄 듯, 말 듯 가즈를 애타게 만드는 83세 미나카미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도 매력적인 할머니가 종종 등장하는데, 혹시 작가님의 캐릭터가 투영되었다고 봐도 될까요? 어떤 캐릭터에 가장 애착을 갖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항상 할머니가 나오죠. 제가 알고 있는 할머니들의 부분들을 빌려와서 이 이야기 속에는 엄한 느낌의 할머니, 여기서는 뭐든 알겠다고 하는 상냥한 느낌의 할머니를 등장시켜요. 제 마음 속의 할머니 중에서 고르는 식이랄까요? 『귀명사 골목의 여름』에서는 역시 이야기를 쓰던 할머니와 가즈의 친구가 운영하는 포목점에서 척척 일하는 할머니가 저는 좋네요.

책 속에 포함된 또 다른 이야기 「달은 왼쪽에 있다」는 중세풍 판타지 동화입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이 속한 ‘망령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폴로우니아 종족’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작가님의 창작이더군요.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게 돕는 절’, ‘자수를 놓아 저주를 완성하는 마법’ 같은 독특한 설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데요. 이거라고 딱 말할 수 있는 건 없고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취재를 나가는 일도 없고 매일 서성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정도예요. 어떤 계기로 썼는지는 저조차도 모르겠네요. 책을 내고 얼마 뒤에 미국 대학의 교수님들과 줌으로 얘기를 나눴을 때 무슨 이유로 이렇게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 물어보셨는데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고 카즈의 이야기를 쓰다 질려서 다른 이야기를 넣었다고 했더니 미국 교수님들이 뭔가 기막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쨌든 제가 즐거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대단하시네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는 거군요. 

뭔가 이거 재미없다 싶으면 여기로 도망갈까? 하고 쓰는 거죠.

어느 교사가 반 아이들과 『귀명사 골목의 여름』을 읽은 뒤, 만약 여러분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만약 단 하루만 살고 사라져야 한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저도 열심히 생각했는데요. 여행을 좋아해서 연안을 달리는 전차에 타서 거기서 파는 도시락과 술을 마시며 멍하니 지나가는 풍경을 전차 창문으로 보지 않을까 싶어요.

글이 안 써질 때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신다고 하셨는데, 반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영향이나 영감을 받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그런 적은 없네요. 하지만 예전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봐서 분명 어딘가에 축적되어 있을 거예요. 한국 드라마는 항상 느끼지만 시간 활용이 능숙해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걸 정말 잘한다고 느껴요.

구체적으로 좋아하시는 한국 드라마가 있나요?

엄청 많은데요. <도깨비>라든가, <미생>이 정말 재밌었어요. <도깨비>는 뭐랄까... 정말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라서요. 예전 시대 사람이 변치 않은 채 있고, 현재 사는 사람이 다시 태어나길 반복해도 또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한국이나 중국에 많은 것 같아요.

최근 보는 한국 드라마는 어떤 게 있을까요? 

보고 싶은 건 <재벌집 막내아들>? 시대를 타입슬립해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귀명사 골목의 여름』을 읽게 될 한국의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쨌든 “재밌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책은 재밌는 거구나, 특히 카시와바 사치코의 책은 재밌구나” 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판타지를 ‘도피 문학’이라고 하면서 읽기를 꺼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도망쳐도 괜찮아요. 정말 힘들면 도망쳐도 되죠. 도망치는 곳이 여러 장소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판타지와 제 책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시와바 사치코

이와테 현에서 태어났다. 『안개 너머의 신비한 마을』로 제15회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과 제9회 일본 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을 받았으며 『미라클 패밀리』로 제45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보탄 씨의 이상한 하루하루』로 제54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줄줄이 도서관』으로 제59회 쇼가칸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저학년에서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


[그래제본소] 귀명사 골목의 여름
[그래제본소] 귀명사 골목의 여름
가시와바 사치코 글 | 사타케 미호 그림 | 고향옥 역
한빛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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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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