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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차 베트남통이 말하는 ‘리얼 베트남’은요?

『오늘의 베트남』 안경환 저자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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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역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베트남 대학의 대외담당총장으로, 35년간 베트남 사람들과 동고동락했습니다. “오래됐지만 새로운 친구” 베트남은 한국과 어떤 면이 닮았으며 다를까요? (2024.06.11)

15세기 초 중국(명)에서 독립을  쟁취한 베트남의 전략가이자 시인인 민족 영웅 '응우옌짜이' 사당 앞


『오늘의 베트남』은 한국의 3대 무역국으로 도약한 ‘베트남’의 진면목을 역사부터 경제와 문화까지 6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유교 전통이 살아 있고 근면한 베트남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과 가장 닮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 안경환 교수는 베트남과 수교를 맺기 전부터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서 한결 같이 가교 역할을 해온 베트남통이다. 그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베트남 거리로 걸어들어가 우리처럼 정 넘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베트남과 함께 하신 길고긴 시간을 돌이켜보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과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35년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경제발전으로 천지개벽한 스카이라인과 고속도로 등 교통망입니다. 비포장도로가 아스팔트로 바뀐 것이 확연히 다릅니다. 1992년 한국과 외교정상화 이후 30년이 지났으며 요 근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엄청나게 개선되었습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로 경제협력 교류가 늘어났기 때문이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외세 배격에 대한 베트남 민족의 자존심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네요.

팬데믹 이후 베트남 방문객이 급증했는데 실감하시나요? 대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는 통행증이 있어야 시장도 다닐 수 있었고, 입국하면 14일간 격리 기간이 있어 방문 자체가 어려웠죠. 지금은 주말이나 연휴 때가 되면 대도시 인근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라고 봐야지요. 본격적인 여행철이 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천 여행지로는 지역마다 특성이 있으나 문화탐사를 같이 다녀 온 대학생들은 중부 무이네 리조트 수영장에서 기마전을 했던 것, 냐짱의 머드탕 체험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오늘의 베트남』에서는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유교사회면서도 실용적인 베트남을 강조했습니다. 어떻게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식민 지배를 1천 년 넘게 받으면서 베트남은 유교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게 사실이빈다. 그러나 외세에서 벋어나려는 독립투쟁의 역사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 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난 세계적인 문학 걸작 『쭈옌끼에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 끼에우는 『심청전』의 심청이처럼 자신을 팔아 부친을 구하는 효를 다합니다. 원치 않는 혼인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끼에우는 덕을 쌓으며 삶을 꿋꿋이 살아내고 결국 첫사랑 연인을 다시 만나 행복을 되찾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베트남 사람들은 이름을 빈번히 바꾸는데 전쟁통에 살아남으려다 보니 조상이 준 이름을 지키는 명분보다 실용성에 가치를 둔 이유도 있습니다.

베트남은 급성장 중인데 한국인들이 비즈니스 할 때 이것만은 유의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비즈니스 할 때 유의점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베트남 사람은 “No”라고 부정적인 답을 잘 하지 않는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것을 긍정적인 답으로 해석하면 곤란해지지요. 베트남 사람을 대할 때 자존심을 해치는 언사는 금물입니다. 베트남은 친족 명사를 호칭으로 쓰기에 모두가 형, 누나, 동생, 이모, 고모, 큰아버지, 작은아버지가 됩니다. 솔직하게 대하고 가족관계에서 상호 사업하듯 관계 설정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하면 독특한 옷과 모자 ‘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관련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오자이’와 원뿔형 모자 ‘논’은 베트남의 상징입니다. 특유의 아오자이는 여성들이 착용하는 옷입니다. 한국에 밀짚모자가 사라진 요즈음 낚시꾼들이 햇빛 가리개로 쓰려고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논’을 몇 개씩 사오는 분들이 있지요. 행사에서 아오자이를 입고 ‘논’ 춤을 추는 것을 보면 우리의 부채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논’은 용도가 다양해서 특히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입니다.

『오늘의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사람들이 친절하면서도 자존심이 강하다고 했는데, 오랜 세월 강국의 공격을 막아낸 자주의식을 강조했습니다. 베트남 여성들은 역사 속 영웅 쯩자매 같은가요?

베트남 여성들은 전쟁으로 남편이나 아들이 출전하면 집에 남아서 농사, 육아 등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왔습니다. 직장에서도 여성들이 하는 일이 어떤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한 남자 직원과 다르지 않습니다. 짐을 나르는 일을 포함해 궂은일도 똑같이 합니다. 베트남 여성들은 알뜰하고 인내심이 강하고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는 서기 40년에서 43년 동한(東漢)의 통치에 맞서 최초로 독립운동을 주도한 쯩짝과 쯩니 두 자매의 기질이 베트남 여성의 DNA에 전해져 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에서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베트남은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2023년에 36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많은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에 유학을 가고 싶어 하고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8만여 세대의 다문화가정이 있는 소위 말하는 ‘사돈 국가’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베트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한국 분들이 베트남은 세계 3대 강국(미국, 프랑스, 중국)을 싸워 이긴 강한 민족이자 5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 민족임을 알게 된다면, 베트남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경환

1955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의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에서 근무했고, 영산대학교와 조선대학교 교수로 정년 퇴직 후에는 하노이와 호찌민시 소재 초·중·고교 과정의 KGS 국제학교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하노이 소재 응우옌짜이대학교 대외 담당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베 수교가 이뤄지기 3년 전인 1989년에 “상사맨”으로 베트남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14년부터 6년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과 평화 우호 휘장을, 호찌민시로부터 휘호, 응에안성으로부터 호찌민 휘호를 받았고, 베트남문학회로부터 외국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하노이시가 추대한 전 세계 12명의 ‘수도 하노이 명예시민’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2017년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의 ‘자랑스러운 동문 6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에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호 훈장을 수훈하였다.

저서로는 《생활 베트남어회화》, 《행복한 한-베 다문화가정을 위한 길잡이》, 역서로는 호찌민의 《옥중일기》, 《쭈옌끼에우》 등이 있으며, 《몽실 언니》를 베트남어로 번역했다.


오늘의 베트남
오늘의 베트남
안경환 저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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