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감각, 이종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동시존재』 이종민 작가 서면 인터뷰
이종민 시인만의 시각으로 건져 올린 세계의 풍경과 기분을, 동시대를 보고 듣고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만나본 적은 없는, 미지의 독자들에게 전한다. (2024.06.10)
이종민 시인의 시집 『동시존재』가 국문과 영문 시집이 함께 출간되는 K-포엣 시리즈 38권으로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에서 투명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세계를 감각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자신의 시적 관찰을 섬세하게 다듬는다. 시인만의 시각으로 건져 올린 세계의 풍경과 기분을, 동시대를 보고 듣고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만나본 적은 없는, 미지의 독자들에게 전한다.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번 시집은 일부 작품이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함께 출간되었는데요. 작품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합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 약 2년 반 만에 새로운 시집을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 이 25편의 시가 멀고 넓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제 작품이 번역되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는데요. 처음 번역된 작품을 받았을 때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글 시구가 영어로 번역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가령, 표제시인 「동시존재」 중 ‘이쪽과 저쪽이 없다’라는 문장이 「Synchronicity」에서는 ‘There's no here and there’로 번역이 되어 한국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운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집 제목으로 다른 후보가 있었는데요, 최종적으로 『동시존재』라는 제목을 표제로 선택하게 된 이유를 알려주세요.
제목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는데요. ‘네가 없는 우주가 미래를 꿈꾼다’나 ‘영원히 모르면서 좋아하는’, 그리고 편집자님이 추천해주신 ‘지금부터 네가 겪게 될 일을 이야기해줄게’와 ‘빛나는 물질’이 후보로 있었습니다. 그중 ‘지금부터 네가 겪게 될 일을 이야기해줄게’를 마지막까지 고민했었는데요. 하지만 ‘동시존재’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붙었을 때 간단명료하게 작품집을 대표할 수 있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결정했습니다.
꿈속인 듯 아닌 듯 몽롱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인님께서도 꿈을 자주 꾸시는 편인가요? 꿈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는지요. 꿈 외에도 주로 시의 소재들은 어디에서 찾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었습니다. 요즘에는 현실에 치어 살아서 그런지 꿈을 자주 꾸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상상을 자주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서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같은 상상을 한다던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가 지나온 시간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시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일상의 이면들, 예를 들면 보도블록 사이에 우뚝 서 있는 나무가 자라온 시간과 더 자라서 죽어 사라질 미래 같은 것들 혹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생명이나 현상에 대해 생각하고는 합니다. 거의 망상 같은 것들이라 기억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오래 남아있는 것들이 시가 되기도 합니다.
시집에는 어쩐지 손에 잘 닿지 않는 듯 아련한 ‘너’, ‘당신’이 등장합니다. ‘너’와 ‘당신’은 ‘나’에게 어떤 존재들일까요?
모든 존재는 본질적으로 서로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 동시존재할 뿐이죠. 아마 그래서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집을 엮으며 어떤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였는지요. 이 시집을 읽을 때 독자님들께 길잡이가 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들을 묶었는지, 묶는 시기에 가장 관심을 두었던 주제나 이야기, 영향을 받은 책이나 음악 등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재작년쯤 딱 한 번 오프라인 북토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독자분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이 아직도 굉장히 신기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제 시에 나오는 ‘꿈에만 나오는 사람’을 직접 만난 기분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집은 그 어느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묶었습니다. 다시는 꿀 수 없는 꿈을 꾸듯이 읽을 때도 편하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집필을 하실 때의 리추얼 같은 것이 있는지, 작업 패턴이나 징크스 같은 것이 있을까요? 다음으로는 어떤 작품을 준비중이신지요.
딱히 가지고 있는 습관은 없습니다. 밤에만 쓰시는 분도 있고 커피를 마시고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써야 할 것이 생기면 아무 데서나 쓰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높고 아슬아슬하게 우두커니 있는 느낌의 시편들을 써내고 싶습니다. 그런 시가 들어있는 작품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우리는 동시존재하고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지만 서로 모른 채 있습니다. 이 시집을 통해 잠시라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종민 2015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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