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누구나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아는 분명 있어요.”
국내 창작 그림책 『어떤 구름』 종종 저자 서면 인터뷰
“색을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도 마찬가지이고 또 생명력을 잃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어요.”(2024.06.04)
흰 구름은 초록의 숲에서 뛰어노는 각양각색의 동물들과 푸른색 바다를 유영하는 알록달록한 물고기 떼, 다양한 색으로 꾸며진 미술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며 심술이 난다. 그리고 이 세상의 색을 모두 빼앗기로 결심한다. 『어떤 구름』은 자신의 가능성을 꿈꾸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흰 구름의 여정으로 어린이들을 초대하여 우리 안에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게 해 준다.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색다른 세계로 이끌어 줄 독특한 모험을 함께 떠나 보자.
영상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지은이 종종은 2021년 첫 그림책 『평범한 식빵』을 출간하며,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어른들과 나다움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신작 『어떤 구름』은 전작보다 더 과감한 면 구성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님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작가 종종입니다. 본명을 여러 가지로 변형해 보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종종’이라는 필명이 탄생했습니다. 종종에 담긴 의미는, 지금은 종종 그림책 작업을 하지만 평생 전업 작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영상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그림책 작가가 됐나요?
저는 『평범한 식빵』을 출간하게 되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식빵』을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그런데 얼마 뒤에 코로나로 셧다운이 시작되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식료품을 구매하려면 혼자 나갈 수밖에 없었죠. 외국에 있다 보니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로 폭행 기사도 나오는 터라, 식료품을 사러 갈 때마다 무척 긴장했어요. 자연스럽게 시간이 많아진 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나 여기서 뭐 하는 걸까?라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비행기도 아예 없었고요. 그 당시 아침마다 식빵을 먹었죠. 시간이 많아진 사람과 갇힌 채로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 그리고 식빵이 만나 『평범한 식빵』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식빵』, 『울퉁불퉁 크루아상』, 『하늘 높이 핫케이크』 등 이전에는 저마다 다른 개성과 특성을 다양한 빵에 비유하여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번에 출간하신 『어떤 구름』은 구름을 소재로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아요. 『어떤 구름』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작업과정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제 유튜브 채널 <종종의 작업실>에서 『어떤 구름』의 탄생 과정을 잠시 얘기했었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색’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구름을 보는 걸 참 좋아했었어요. 『어떤 구름』은 그림책 전문 수업을 들으며 과제로 작성한 글에서 시작이 되었어요. 과제로 내일까지 글을 제출해야 했는데, 염원하던 색 이야기와 제가 좋아하던 구름이 만나 ‘어떤 구름’이 태어났어요. 전반적인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초안과 지금의 이야기를 비교해 봤을 때는 조금 달라졌어요. 바람이라는 캐릭터도 없었고요. 이건 여담이지만 흰 구름 캐릭터보다 바람 캐릭터를 잡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웃음) 실제 생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해야 하니까 어떤 방식으로 그려 낼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어요.
『어떤 구름』 속 구름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색을 얻었지만, 온 세상의 색깔이 사라지면서 세상에 혼란이 찾아와요. 색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리고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색을 잃어버린다는 뜻은 사실 생명과도 직결된 의미이기도 해요. 저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초록색을 잃어버린 식물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니 생태계 전체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색이라는 건 어찌 보면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아 같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색을 잃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과도 마찬가지이고 또 생명력을 잃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은 구름처럼 자신은 색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누구나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아는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사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는 단순하게 구름에 색을 입혀 보는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고 구름의 감정이 변화하는 페이지를 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순간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를 꼽는다면요?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대사를 가장 좋아해요. 어쩌면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하고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반드시 이야기를 처음부터 읽으시고 마지막 대사를 보셔야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릴 때 주의하는 게 있나요?
어느 한쪽에 치중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또 제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며 쓰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최대한 다양한 구도와 색감을 사용하려고 신경 씁니다.
이 책으로 작가님의 세계가 더 넓어진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그림책으로 어린이들에게 다가설 예정이신가요?
사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을 해 보겠습니다.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종종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상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종종 그림책을 만들고 있으며 나중에는 그림으로 먹고사는 것이 꿈이랍니다. 그림책 『평범한 식빵』 『울퉁불퉁 크루아상』 등을 그리고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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