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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항상 여자 이야기할 때가 제일 즐거워요 (G. 박주연 <일다> 기자)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95회)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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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디나이얼과 벽장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권한다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 박주연: 고민이 되는데요, 꼭 하나를 꼽아야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제 최애작 <세이빙 페이스>를 고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2024.05.30)


나에게도 때때로 “그건 네 선택이잖아”라는 말이 들려온다. 네가 퀴어인 것도, 그래서 ‘험한’ 길을 가겠다는 것도 다 네 선택 아니냐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건대 이건 한 번도 내 선택이었던 적이 없다. 퀴어로 정체화하고 퀴어한 삶을 살기로 한 건 내 선택임이 분명하지만,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사회에 살겠다는 건 내 선택이 아니었다. 모두가 누려야 마땅한 권리에서 탈락‘되어버리는’ 것도 내 선택이 아니었다. 동료 시민들(이라 믿었던 이들)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혐오받는 것 또한 내 선택이 아니었다. 그건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들이 혐오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선택은 선택이라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선택은 타인을 마음껏 혐오해도 괜찮은 자유가 된다. 굉장히 이상하지 않은가?


박주연 저자가 쓴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박주연 기자 편>

오늘은 에세이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를 쓴 박주연 저자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어서오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박주연: 안녕하세요. 저는 온라인 페미니즘 저널 <일다>라는 곳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요. 비영리 단체인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이기도 하고 그 재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 중이기도 하고요. 지금 시즌 2를 준비 중입니다.

황정은: 이번에 첫 책을 내시면서 저자가 되셨어요.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이 책이 기자님의 첫 책인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박주연: 사실 아직까지 그렇게 큰 감각이 없는 게, 저한테 들리는 피드백이 별로 많지가 않아요. 내 책이 나온 게 맞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웃음)

황정은: 녹음일 기준으로 세면 이제 열흘 정도 됐습니까?

박주연: 그렇죠, 2주 정도.

황정은: 방송 시작하기 전에 인터뷰어로서 인터뷰를 경험한 적은 많지만 인터뷰이로서는 드물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박주연: 지금 긴장 중이에요. (웃음)

황정은: 책을 만든 과정도 궁금한데요. 오월의봄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잖아요. 어떻게 연결이 되셨어요?

박주연: 작년 이맘때에 오월의봄 이정신 편집자한테 연락이 와서 혹시 책을 써볼 생각이 있냐고 했을 때 제가 마침 몇 년 전부터 계속 ‘내가 사랑할 수 있었던 여자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미루고 있었는데 그때 편집자님이 그 얘기를 하셨을 때 지금인가? 지금 이 타이밍에 뭔가를 써야 되는 건가? 싶어서 사실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그걸 좀 발전시켜보자고 하셔서, 그때부터 이야기들을 덧붙여가면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황정은: 이정신 선생님은 박주영 기자님의 어떤 글을 보고 이 분하고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대요? 이전에도 연락을 하셨어요?

박주연: 아니요, 처음이었어요. 어느 날 문득 메일이 왔고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제가 쓴 기사들을 잘 읽고 있고, 그리고 제가 영화랑 드라마 콘텐츠 관련한 기사들도 재밌게 읽고 있다고 하시면서, 혹시 책을 써볼 생각이 있냐 하셔가지고 진행이 됐습니다.

황정은: 책 제목은 기자님이 만들었을 것 같거든요. 어땠어요?

박주연: 사실 책을 계약할 때 가제는 ‘내가 사랑한 여자들’이었어요. 그 제목으로 책을 계속 쓰고 초고를 다 쓰고 나서도 그 제목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내기 직전 제목이 너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굉장히 직관적이고 좋긴 한데 너무 평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한의영 편집자님한테 ‘다른 제목으로 하고 싶은데 나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제목을 같이 고민해 보자’고 하고 얼마 뒤에 한의영 편집자님이 이 제목을 제안해 주셨어요. 그래서 ‘너무 좋은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도발적인 제목 괜찮나요?’ 했더니 편집자님이 ‘아니, 선생님이 쓴 원고에 있던 문장인데요?’라고 하셔서 ‘그런가요?’ 하고 다시 원고를 펼쳤더니 심지어 첫 문장에 제가 썼더라고요. (웃음)

황정은: (웃음) 글 속에 있을 때는 그게 덜 느껴질 수 있는데 이걸 제목으로 뽑았을 때 또 양감이 다르기는 하죠. 제목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도발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귀여웠어요.


황정은: ‘여자들 덕분에 지금껏 살아왔다. 퀴어-페미-덕후라는 꽤 마이너한 정체성도 갖고 있다’라고 책날개에 자기소개를 쓰셨습니다. 작가님의 덕질 중에서 한 장르를 향한 사랑이 이번 책으로 엮인 거잖아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을 주로 소개를 하셨는데 여자들 이야기, 그 중에서도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랫동안 꽤 많이 그리고 깊이 봐오신 거잖아요. 그것도 OTT 서비스가 없던 시절부터 말입니다. 왜 그렇게 찾아 다니셨어요?

박주연: 생각해 보면 정말 원초적인 본능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누군지 알고 싶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뭔지 알고 싶고, 내가 누군가를 향해 품는 이 욕망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데 그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알려주는 방식들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너무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는데, 제가 책에도 썼다시피 정말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동방불패>를 보면서 ‘이런 이야기가 있다니?’ 하고 그런 영화나 드라마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내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네? 좀 더 찾아보면 더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또 찾다 보니까 ‘저기도 있다!’ 이러면서 또 보게 되고, 그렇게 찾다 보니까 나중에는 약간 발굴하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고, 또 어떤 배우를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감독이나 작가를 좋아하게 되기도 하면서 좀 더 본격적인 덕질도 하게 되고, 점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동방불패>는 제 세대에서도 대단히 인기가 많았던 영화였거든요. 저도 많이 좋아했고. 임청하 너무 카리스마 있고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마도 임청하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게 그 영화로 시작이 된 거잖아요. 원래 좋아한 영화이기도 했는데 작가님의 소개글을 읽고 ‘그래, 그렇게 보니까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젠더적인 면에서 굉장히, 제작진이 의도는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였더라고요. 저는 볼 때는 그냥 임청하가 너무 아름다워서 봤는데 동방불패가 본인의 성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 걱정도 안 하고 고민이 없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고, 그런 장면들이 새삼 새록새록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또 새로운 시선을 얻기도 했고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등으로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 29편이었는데, 고르는 과정은 어땠습니까? 어떤 기준으로 고르셨어요?

박주연: 일단은 제가 생각나는 작품들을 그냥 쭉 썼어요. 다 쓰고 나서 ‘이 작품의 이 캐릭터는 이 얘기를 할 수 있겠네’ 하면서 조금씩 찾아가면서 약간 작품을 정리했고. 너무 서구권 콘텐츠만 담지 말자, 너무 백인 캐릭터만 담지 말자는 생각은 의식적으로 하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들이 어쩔 수 없이 영미권 콘텐츠들이다 보니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긴 했어요. 그리고 국내 콘텐츠도 좋은 콘텐츠가 더 있다는 걸 저도 알아요. 그런데 어떻게 써야 될지 약간 막막해서 쓰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어요. 눈물을 흘리며 ‘이 작품은 안 되겠어, 내가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겠어’ 이러면서 빼고. 사실 초고에는 쓴 작품들이 더 있어요. 마지막에는 몇 개를 빼기도 했고. 그 다음 <뱀파이어 해결사>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한 작품인데, 그 작품을 연출하고 쓰고 만든 제작자 조스 웨던이 미투 운동 이후에 위계 폭력으로 고발을 당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는데, 이 작품 얘기는 쓰고 싶어서 이 창작자와 관련돼서 그런 이야기도 같이 쓰는 걸로 정리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황정은: 지금은 과거보다 확실히 나아진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기자님이 고른 수많은 영상물들의 배경이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이란 말이죠. 그때는 미디어에서 퀴어를 재현하는 방식에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있던 시기이지 않습니까? 그런 시대적 혹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영상물 중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어떠셨어요?

박주연: 그렇죠. 그래서 사실 1부랑 2부에 있는 작품들은 금방 고른 작품들이에요. 생각나는 콘텐츠가 너무 몇 개 안 돼서. 그리고 그 작품들이 사실 저한테 굉장히 영향을 많이 준 것도 맞고, 특히 1부에 언급된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예요>랑 <세이빙 페이스>나 <이매진 미 앤 유> 같은 작품들은 정말 당시에 드물게 긍정적인 작품이었거든요.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그래서 <세이빙 페이스>랑 <이매진 미 앤 유>는 저도 되게 많이 봤어요. 정말 반복해서 본 작품이고.

황정은: 저도 <이매진 미 앤 유>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귀엽고 되게 사랑스럽고, 배우들이 갖고 있는 매력도 대단히 좋고. 그리고 전체적으로 영화 색깔이 되게 예쁘지 않습니까? 약간 말린 꽃 같은 색감도 되게 좋아서 저도 되게 인상 깊게 봤던 영화예요.

박주연: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 사실 그때 나왔던 작품들 수도 그렇게 많지도 않고, 그래서 오히려 고르기는 수월했어요.  제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어서.

황정은: 워낙 선택지가 적었다는 뜻이기도 할 거 같아요.

박주연: 네. 오히려 최근작들, 그러니까 2010년대 이후에는 나온 작품들이 정말 많거든요. 한국에 없다 뿐이지, 영미권 콘텐츠들은 정말 저도 이제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많아요. 예전에는 제 머릿속에 다 입력돼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입력이 다 안 들어올 정도로 너무 많아서, 그래서 오히려 최근 콘텐츠를 고르는 게 조금 더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를 소개하는 게 좋을까.


황정은: 책에서 대중매체에서 퀴어 이야기를 다룰 때 과소재현을 하거나 왜곡하거나 혹은 정형화해서 보여주거나 또 퀴어베이팅하는 문제를 짚으셨는데요. 그 이야기도 조금 더 듣고 싶어요.

박주연: 사실 그 얘기를 하려면 저의 또 한풀이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데... (웃음) 일단 저는 한국 상황만 봤을 때는 여전히, 아직도, 2024년에도, 과소재연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진짜 없어도 너무 없다, 이렇게 아직도 없을 수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은 다들 OTT로 해외 콘텐츠들 많이 보시니까, 특히 영미권 콘텐츠들 많이 보시니까, 많은 분이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영미권 콘텐츠들에는 요즘 성소수자 캐릭터 나오는 게 기본값처럼 나오거든요. 캐릭터 중에 꼭 누군가는 성소수자고, 심지어 한 명도 아니에요, 이제는 둘 셋도 나오고 여러 명도 나올 정도로 많이 나오거든요. 제가 한동안 애플TV를 열심히 봤었는데 퀴어 이런 걸 찾아서 본 게 아니라 그냥 최근에 나온 작품들을 연이어서 한 대여섯 개를 쭉 봤어요. 그런데 모든 작품에 성소수자 캐릭터가 있는 거예요. 구색 맞추기처럼 억지로 끼워 넣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그 캐릭터로 오롯이 존재해요. 이 캐릭터에는 여러 가지 정체성이 있고 성소수자도 그 정체성 중의 하나로 엄청 특별하게 얘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감춰지지도 않아요. 드러낼 때는 또 확실히 드러내거든요. 그런 지점들을 보면서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구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식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이렇게 희망을 갖다가 국내 콘텐츠들을 보면 또 약간 울분이 올라오면서 ‘역시 인간은 안 되겠어, 유튜브에서 고양이나 보자’ 그렇게 되면서, 국내 콘텐츠들에 대한 희망을 점점 잃게 되죠(웃음). 사실 국내 콘텐츠들도 요즘은 퀴어 서사나 퀴어 캐릭터가 잘 나와요. 이제는 예전처럼 편견에 휩싸여서 캐릭터를 이상하게 묘사하지 않거든요. 한국도 요즘 굉장히 훌륭한 창작자들이 많고 되게 많이 고민을 해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 수가 여전히 너무 적다고 생각해요. 재현 자체는 많이 나아졌어요. 다 우울하고 죽고 이런 얘기 아니고 그래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퀴어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하지만 매우 적다.

황정은: 책의 마지막 꼭지 제목이 「엔딩까지 살아남기」잖아요. ‘이젠 엔딩까지 퀴어가 살아남는 이야기를 좀 보고 듣고 싶다’고 쓰셨습니다. 퀴어 주체가 끝까지 살아서 엔딩을 맞이하는 이야기 자체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퀴어 서사를 만나고자 하는 시청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 걸까요? 박주연 기자님은 어떠세요?

박주연: 제가 책에서도 썼지만 캐릭터를 죽이지 말라고 해서 퀴어가 무슨 영생하는 불사조처럼 나오게 만들어 달라는 건 아니거든요. 죽을 수도 있고. 어떤 퀴어는 사실 불행할 수도 있고 우울할 수도 있고 힘든 상황일 수도 있고 다 있는데, 항상 어느 쪽으로 치우쳐져 있는가, 어떤 이야기만 주로 보여지는가가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제 안의 정체성이 엄청 중첩되어 있잖아요. 퀴어의 삶도 굉장히 다양한데, 꼭 사랑하는 이야기만이 아니더라도 퀴어의 삶에서 또 퀴어한 부분이 되게 많단 말이에요. 그런 지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많이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정은: 책에 ‘디나이얼-벽장-데뷔’라는 말이 등장을 하잖아요.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말들인데요. 박주연 저자님이 디나이얼이었다가 벽장 안에 머물렀다가 퀴어 커뮤니티에 데뷔했다고 기자님이 겪은 과정도 들려주셨는데요. 그때의 기자님처럼 디나이얼과 벽장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미디어 작품을 권한다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박주연: 약간 고민이 되는데요.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예요>와 <세이빙 페이스> 두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굳이 정말 하나만 꼽아야 된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저의 최애작 <세이빙 페이스>를 고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웃음) <세이빙 페이스>가 저한테 왜 그렇게 좋았는지 생각해 보면, 물론 영화가 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부분도 좋았지만, 정말 ‘윌’한테 공감이 많이 됐거든요. 주인공인 윌리 보수적인 아시안계 커뮤니티에서 가족들한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하고, 그런데 자기의 정체성도 너무 명확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비비안’이라는 아주 당돌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데, 벽장 안에서 계속 고심하는 윌의 그런 고민들 머뭇거림이 저한테 굉장히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머뭇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너 그러면 안 돼, 세상 밖으로 나가야 돼’라고 하는 비비안의 호통이 저한테 하는 얘기처럼 들렸고, 그게 기분 나빴다기보다 응원처럼 들렸어요. 비비안이 그렇게 얘기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 사람이 지금 이 작품에서 가진 삶이, 왠지 저 사람 괜찮게 살고 있는데 ‘저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 아닐까?’ 약간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제 등을 약간 떠밀어준 작품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황정은: 다 못한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혹시 있을까요?

박주연: 아니요, 오늘 많은 얘기들을 한 것 같아요. 즐거운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항상 여자 얘기할 때가 제일 즐겁거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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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박주연 저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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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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