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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눌린 사람들의 또렷한 목소리, 우리 시대의 『호밀밭의 파수꾼』

『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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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흉터를 마주하고 치유할 용기를 내기 위해 청년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에 모인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주인공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을 통해 아픔을 꺼내어 이야기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다. (2024.05.27)


묻어둔 상처를 끄집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오래된 흉터를 마주하고 치유할 용기를 내기 위해 청년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에 모인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주인공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을 통해 아픔을 꺼내어 이야기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출간 전 펀딩에서 달성률 234%를 달성하며 많은 독자의 기대를 받았다. 국민의 이익과 평화를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책임과 변화를 회피하는 국가와 사회. 이러한 현실에 좌절해온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작품으로서 널리 주목받은 것이다. 다년간 기자와 PD 생활을 거치고,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해온 올라운드 스토리텔러 홍숙영 작가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작품이다.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오셨지만 장편 소설로는 첫 작품을 출간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대학 진학 때 부모님의 반대로 국문과에 가지 못했지만, 꾸준히 글을 써왔습니다. 시와 단편소설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긴 호흡으로 장편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으로 1년간 연구년을 가면서 연구와 집필에 매진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의 20대와 30대를 되돌아보면 힘든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그때 누가 위로를 건네주었더라면 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어려운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MZ세대를 위한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작품을 쓰고 난 뒤 미흡한 것 같아 곁에 두고 계속 고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아일랜드 쌍둥이』는 첫 장편인 만큼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되 정말 잘 쓰자, 그런 욕심이 있었습니다.

제목 『아일랜드 쌍둥이』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같은 해에 태어난 형제자매를 일컫는 말로, 진짜 쌍둥이가 아니라 가짜 쌍둥이입니다. 우리는 가짜와 진짜, 거짓과 진실의 분간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 소설에서 아일랜드 쌍둥이는 서로가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보며 연결되고 아끼며 성장해가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참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죠. 서로를 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영혼의 쌍둥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배경은 미국,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한국인도 등장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도 등장하는데, 배경 설정과 인물의 정체성을 이처럼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글로벌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썼습니다. 인종과 언어, 국적, 종교 등이 달라도 청년의 마음은 비슷합니다. 이들에게 상처와 슬픔, 치유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인 수희는 군대에 간 동생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인물로 우리에게 사회적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던 여러 사건의 유가족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잠시 머물 때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었던 미군을 잠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인 존을 창조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에바는 루실 클리프턴의 “나는 열두 개의 손가락을 갖고 태어났지”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인물입니다.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해오셨는데, 이러한 경험이 소설을 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랑스에 8년, 미국에 2년 정도 살았으니까 약 10년 정도를 타지에서 보냈네요. 아무래도 이방인으로 산 경험이 소수자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 해주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과 쓸쓸함도 느꼈지만, 그와 함께 문화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것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습니다. 간접 경험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했기에 소재가 풍부하고, 문화적 스펙트럼도 비교적 넓은 편이라 작가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 또한 교수자로서 젊은 세대를 위한 소설을 쓰신 만큼, 집필 과정도 남달랐을 듯합니다. 자료 수집 과정이 궁금한데요.

아무래도 연구하는 학자이다 보니 자료 찾는 것에 익숙한 편입니다. 게다가 궁금한 건 깊이 파는 성격이라 국내 자료뿐 아니라 영어나 불어로 된 자료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 기사와 SNS를 뒤졌고, 관련 영상을 찾아 반복해서 시청하면서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각각의 인물이 되어 혼잣말도 하고, 스케치를 하거나 메모도 하며 구상하는 스타일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적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성장기를 거치며 목격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젊은 세대는 역동적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닥쳤을 때 충분히 애도하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면,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 좌절의 늪에 빠져 버린다면, 비극이 비극을 낳는 상황에 처하게 되겠죠. 따라서 청년이 목격한 비극적인 사건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합니다.

한국자살률은 OECD 1위를 기록합니다. 하루에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그 중에서도 청년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30대 이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데, 사망자 10명 가운데 4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건 사회적 현상이고,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안함,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관련 논문을 썼는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자로서 알게 된 것, 깨달은 것 등을 소설로 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청년 세대에게 작가이자 교수로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 같이 살아보자고 토닥여주는 마음을 담은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2030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람마다 성향, 취향, 개성, 가치관 등이 다른 법입니다. 누구의 어떤 방식을 따르거나 흉내 내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아주는 일에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과 절망, 슬픔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갖고 헤쳐나간다면, 하나의 삶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다면, 타인의 삶 역시 소중하게 여기게 되겠죠. 힘들 때 주위를 돌아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등껍질이 되어 어려운 시간을 건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홍숙영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제2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와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장에서 기자와 PD로 일하고 대학에서 미디어 연구자와 교수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작가 활동을 계속해왔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소설문학》에 단편소설 「푸른 잠자리의 환영」을 발표했다. 진실을 담은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올라운드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7년 만에 완성한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아일랜드 쌍둥이
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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