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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배려와 만만하지 않은 소통 능력, 둘 다 중요합니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정문정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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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정확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고, 이 사람은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사람이기도 할 거예요. (2024.05.24)

ⓒ 이민정


정문정 작가의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가 출간되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2018)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더 좋은 곳으로 가자』(2021)에서 ‘나를 키우는 법’을 말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나를 표현하는 법’에 대해 경험에서 터득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실수가 잦은 사회 초년생부터, 경험치가 쌓이면서 본의 아니게 ‘꼰대’가 되어가는 조직의 리더까지, 말과 글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두에게 부드럽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전해주는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의 이모저모를 작가 인터뷰로 만나보자.



작가님의 3년 만의 신작입니다. 이번 책을 나를 표현하는 법이라고 정의해주셨는데요. 이 책이 자기표현을 다루고 있고, 평소에도 이 주제로 강의를 활발히 하고 계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자기표현에 관심 두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는지요? 또 이 책에서 가장 말씀하시고 싶은 자기표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자기표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여럿 있지만 딱 한 가지만 꼽자면 역시 직장생활입니다. 관계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열렬히 배우려면 일단 꾸준히 얼굴을 보는 상황이어야 하고, ‘손절’이 어려워야 하는데, 가족과 연인만큼이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도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나는 왜 이렇게 발표할 때마다 덜덜 떨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나” “왜 이렇게 감정을 여과 없이 다 드러냈을까” “바보같이 울기만 하고 꼭 해야 하는 말을 못했네” 같은 자책을 많이 했어요. 긴장을 풀고 사실 위주로 말하기 위해서 대본을 써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리더가 된 후 노력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제 말에 상처받았다는 후배들이 생기기도 하고, 친하다고 느껴서 가벼이 했던 농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거든요. 나이가 들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말의 모서리를 깎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 있는 자리가 바뀌었는데 예전의 말하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면 오해를 사기 쉽더라고요.

정리하면, 직장생활하면서 자기표현을 본격적으로 연마해야 한다고 느꼈고, 처음에는 정확한 자세를 잡고 직구 던지는 연습을 하다가, 나중에는 변화구 연습을 한 거죠. 자기표현이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야기하되 이 과정에서 상대는 물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작가님은 글도 잘 쓰시는데 말씀도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어색하다고 하셨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말 잘한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요. 그런데 <세바시>에서 처음으로 하셨던 강연만 봐도 말씀을 전문 강사처럼 잘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말을 잘하지 못하시는 분이 그런 명강의를 하실 수 있었던 건지요? 작가님이 연마해온 말하기 스킬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그런 과찬을 들을 때마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천사인가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 잘한다는 칭찬을 자주 듣게 되자 혹 일말의 진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요. 제가 꾸준히 해온 말하기 연습법 중 여러분께 가장 추천하는 것은 대본을 쓰는 거예요. 어떤 질문에 미흡하게 대답한 적이 있다면, 만약 다음에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꼭 한번 써봅니다.

아주 작은 한 부분이 반복되어 전체를 이루는 프랙털 구조처럼,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은 엇비슷하게 반복되어 다음에도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쓰면서 다시 생각하고, 눈으로 읽은 뒤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그 구조가 머릿속에 스며듭니다. 써놓은 걸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제삼자의 눈으로 다시 보고, 정리하고, 원하는 바를 써보는 그 과정 자체가 핵심입니다. 이 같은 대본 쓰기는 감정적 대응을 줄이고 논리를 보완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고요.


‘브런치 작가와의 만남’에서 정문정 작가와 독자들. ⓒ 브런치 스토리


평소에는 차분하게 말을 잘하다가, 화가 나고 분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말을 마구 내뱉고 잊지 못할 흑역사를 만들고는 하는데요. 화가 날 때 분노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우아하게 요구하는 작가님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가까운 사이거나 자주 보는 관계에서라면 불꽃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기다립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 순간이 오거나 비아냥거리고 싶어지면 오히려 그 상황을 피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서 진정이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는데요. 감정이 누그러지길 기다리면서 ‘나는 이 일에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봅니다. 그 후엔 단순히 화가 났다는 사실만을 전달하지 않고 제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야기합니다.

만약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의 불쾌한 말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는 데만 집중합니다. 최근 있었던 일인데요. 제 아이가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형에게 갑자기 머리를 세게 맞아 울고 있더군요. 다가가서 “절대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야. 사과해야지”라고 한 후 사과를 받았습니다. 그걸 보던 할머니가 다가와 “애들이 좀 싸우기도 하고 노는 거지 뭘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온 것처럼 놀라?” 하는 거예요.

그걸 듣고 제가 말했어요. “아이들이 때리면서 노는 거라고요? 도살장에 끌려온 것 같다고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 아이한테도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되는 거예요.” 어때요? 별거 없지요? 그냥 그 말을 다시 그분의 귀에 들려주기만 했어요. 분노가 치밀면 순간적인 충격으로 머리가 하얗게 됩니다.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어버버하다가 그냥 돌아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상대의 말만 되돌려주면서 자신의 기분이 불쾌했음을 밝히기만 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난 상태에서의 대응을 후회하는 이유는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거나, 과도하게 비아냥거리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상대를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중요한 건 내가 불편함을 작게나마 표현했는지 아예 못했는지 그뿐이죠.


ⓒ 이민정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가 더 큰 비난을 받는 경우가 종종 기사화되었는데요. 사과는 일상에서도 참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온전히 상대방 잘못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잘못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사과할 때 자존심 상할 때도 많고요. 진심을 전하면서 사과를 잘하는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근 한 업체에서 이렇게 사과문을 썼더군요. “모든 사실관계를 떠나 불편함을 드려 사과드립니다.” 전에도 학교폭력 관련하여 어떤 유명인이 이와 비슷한 표현을 썼다가 피해자에게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사과문에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표현 중 하나가 “사실 여부를 떠나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들며 억울한 마음을 안은 채 회피성 사과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과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건 그러한 전제 조건을 떼는 것입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라는 말 대신 “불쾌한 상황을 겪은 것에 대해서 사과할게”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사과를 미루는 게 낫습니다.

또한 사과를 할 때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흥적이거나 모호한 대안을 내놓았다가 겨우 사그라진 불씨를 다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내가 성을 간다” “다음에 또 그러면 내가 너 하라는 거 다 할게” 식의 말을 피하기만 해도 진지하게 이 사건을 대하고 있고 향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길고 짧은 글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오랫동안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오시면서 터득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높이는 글쓰기 비법이 있다면요?

에세이 쓰기 워크숍을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특정 경험을 그대로 꺼내 놓기 전에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일기와 에세이의 대표적인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잘 아는 이야기여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생각해본 뒤 글을 풀어내면 가독성이 좋아지고 주제의식이 선명해집니다.

또한 거칠게 일반화해본다면 재미, 의미, 공감, 정보, 문장력 다섯 가지 중 하나에 분명한 강점이 있는 글이 독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이 시기적절하거나 흥미로운가? (재미)
  • 이 글이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가? (의미)
  • 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 (공감)
  • 이 글이 독자로 하여금 몰랐던 걸 새롭게 알게 하는가? (정보)
  • 이 글 속 문장 표현이 세밀하고 묘사가 훌륭한가? (문장력)

글쓰기 초심자일수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이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글쓰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책의 제목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를 보고 바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라고 반가워해주신 독자분들이 많았습니다. 다정하다는 건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이고, 만만하지 않다는 건 선을 분명히 지킨다는 말일 텐데요. 자기표현의 기술 외에,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평소에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 책의 제목이 확정되었을 때 주변에 알리니 사람들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정한데 만만하지 않은 사람? 딱 너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너는 다정한데 똑 부러지게 말하잖아.”

다정한 사람이 된다는 건 상대에게 곁을 내어준다는 뜻이고,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건 자신만의 기준과 경계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것이니 이 둘은 언뜻 보면 양립할 수 없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상대를 배려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욕구에는 소홀해지기 쉽고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 보면 편해 보이지 않고 날카로워지기 일쑤니까요.

책 제목의 ‘다정하다’의 의미는 결국 배려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서 ‘만만하지 않다’의 의미는 소통 능력에 관한 것이고요.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정확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고, 이 사람은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사람이기도 할 거예요.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것들만은 하지 않겠다는 기준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말끝 흐리지 않기
  2. ‘솔직히 말해서’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하지 않기
  3. 비아냥거리지 않기
  4. 화가 났을 때 즉시 대응하지 않기
  5. “네 마음 잘 알아”라는 말 함부로 하지 않기

습관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인턴에게 겸양이 지나치면 자신감 없어 보여요. 굳이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세요라고 조언하셨다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겸양과 자신감 사이에서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해준다면요?

“죄송합니다”를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보면 “실례합니다”와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전, ‘Sorry’라고 하고 싶은 건지, ‘Excuse me’라고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보시고, 후자라면 그 말을 빼는 훈련을 해보세요. 사과를 남발하면 가벼워 보일 뿐 아니라 자기의 귀에도 부정적인 메시지가 자꾸 들려와 스스로를 작게 느끼도록 만듭니다(가뜩이나 존재감이 솜사탕처럼 가벼운 상태인데 말이죠).

또한 칭찬 노트 쓰는 것도 추천합니다. 자신감이 낮을 때는 칭찬을 받으면 빈말이라고 넘겨버리고, 비판을 받으면 과도하게 집중하며 곱씹습니다. 나쁜 기억은 오래 붙잡고 부풀리면서 좋은 피드백은 금세 날려버리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좋은 말을 기록해 종종 꺼내어보세요. 그래야 가까스로 자존감에 균형이 맞춰집니다. 저는 그걸 ‘말의 부적’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초년생일 때는 열린 마음으로 주변을 많이 관찰하시다가 그때그때의 롤모델을 정해 따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 세련되게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그에게 어떤 특성이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저는 고민이 될 때 “그가 내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해보고 그대로 해본 적이 많습니다. 주변에 본받을만한 사람이 없다면 책이나 영상을 통해 닮고 싶은 사람을 자주 만나보세요. 그런 식으로 흡수하다 보면 어느새 그와 닮게 될 겁니다.

저는 이 책을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주변에 보고 배울 이가 별로 없어서 노력의 방향을 잡기 어려운 분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일종의 저의 오답노트입니다. 이 오답노트를 참고하여 표현 방식을 교정해보시고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정문정

작가이자 강연자.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더 좋은 곳으로 가자』를 썼다. 5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아시아 6개국에 수출되었고 2018년 대구 올해의 책, 예스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지식인사이드〉 등에서 공감과 설득의 강의로 화제가 되었고, 유튜브 〈정문정답〉 채널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잡지사 기자로 일을 시작해 십 년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각종 기업이나 기관에서 말하기 방식, 자기표현 기술을 활용한 글쓰기에 관해 강의한다. 읽고 쓰고 대화하는 공간 ‘정글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정문정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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