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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진짜 어른이 되는 방법

아이들은 왜 이 사회에서 보호받고 존중받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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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만나는 노키즈존에 대한 격렬한 찬반양론의 현장을 보다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우리는 나의 실수에는 관대하면서 타인의 실수에는 이토록 냉혹한가. (2024.05.20)

ⓒ 포테톳

제도 안과 바깥에서, 한국과 한국을 벗어난 자리에서, 혼자 그리고 여럿이, 우리는 이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방식을 고민해 봅니다.


“내가! 내가 누를 거야!”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작은 아이가 층수 버튼을 누르겠다고 힘껏 소리친다. 슬쩍 내 기색을 살피는 아이 엄마에게 눈웃음을 건네며 “와! 숫자도 벌써 아는구나. 얼른 눌러봐” 말하자 한껏 신난 표정으로 까치발을 들어 버튼을 꾹 누르고 까르륵 웃는 아이. 작은 공간에 순식간에 차오르는 아이의 즐거움을 함께하는 그 순간. 발을 동동 구르고 뺨을 붉히는 모습을 마냥 웃으며 바라보는 그 몇십 초의 시간이 꽤 기분 좋다.

매일 아이들을 마주하는 일을 해서인가, 어딜 가도 아이들이 제일 먼저 눈에 보이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다정하게 웃어주는 습관이 생겼다.

‘저 아이는 엄청 신나 보이네. 좋은 일이 있었나?’, ‘어이쿠, 왜 울지. 속상했나 보네. 그래 큰 소리로 엉엉 울고 싶을 때가 있지’, ‘아이고, 여기서 뛰면 위험한데, 아무리 뛰기 좋아하는 나이라도 저건 못하게 해야지’ 직업이 직업인지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아이들을 관찰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모든 생각의 바탕에는 아이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이 있다.

작은 몸 안에 담긴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세상에 대한 조건 없는 호의, 눈을 잡아채는 모든 것에 뿌려지는 뜨거운 호기심을 보고 있자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재가 왜 이 사회에선 보호받고 존중 받지 못하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거리 곳곳의 분위기 좋은 가게 앞에는 변명으로 잘 포장된 노키즈존 팻말이 붙어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여기저기 날 선 눈초리가 날아든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범절은 지켜야 마땅하나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태어날 때부터 배워 익혀 알고 있진 않다는 걸 종종 잊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에서 만나는 노키즈존에 대한 격렬한 찬반양론의 현장을 보다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우리는 나의 실수에는 관대하면서 타인의 실수에는 이토록 냉혹한가.

아이들은 꼭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는 미성숙한 존재로, 대화가 안 통하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아 볼 때마다 불편한 ‘노키즈존’이라는 표현.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이였고 이미 기억 속에선 지워졌지만 분명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와 잘못을 딛고 어른으로 성장했음이 자명한데 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일까. 대부분의 어른은 자기가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주변의 배려와 따뜻한 이해의 손길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이끌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라서 많은 실수가 용서되고 이해 받았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겐 분명히 있다. 나의 성장을 위한 한 걸음을 뗄 수 있는 용기는 그런 배려 속에서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 안을 뛰어다니고 가게의 진열품을 함부로 만지고 올라가면 안 되는 곳을 기어오르고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우는 어린이가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며 살 거라 지레짐작하지 말자. 

아이들은 적절한 훈육과 배움을 통해 이 세상이 나 혼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조금씩 자신의 행동을 고쳐나갈 기회를 얻는다. 아이들은 훨씬 빨리 배우며 그 어떤 어른과 비교해도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을 확률이 월등히 높다. 내 잘못을 쾌히 인정하고 가르쳐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며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데 주저함이 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불쾌하게 만드는 어린이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게 아니라, 비난의 화살이 전부 아이들을 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게 있다. 아이들이 버릇없는 말을 할 때, 남을 배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할 때 불러다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단번에 고쳐지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세상을 향해 내딛는 나의 한 발짝이 언제든 응원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뢰를 통해 반듯하게 성장한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도 종종 있지만, 부모가 가진 가치관과 양육 방식이 다양하기에 아이가 가정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와 생활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상식을 갖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학교 교육이 필요한 이유고, 이 사회가 아이의 실수를 관대하게 수용하고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건강한 가치관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 속 잘잘못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우리가 겪은 불쾌한 경험은 아이라는 존재에 오롯이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아이의 실수와 잘못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가르쳐주지 않는 무책임한 보호자들로 인해 우리는 방어적으로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어른들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이토록 아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의 분위기가 내 아이가 태어나도 환영받지 못하리란 생각으로 아이를 낳는 데 주저함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수없이 많은 저출산의 원인 중,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외에도 아이의 성장 과정에 대한 몰이해와 냉정한 시선이 엄연히 한 축을 차지하지 않을까.

아이의 서툰 발걸음과 자잘한 실수를 좀 더 따뜻하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관대함이 필요한 요즘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잘 자라기 위해 애쓰는 그 눈부시게 찬란한 성장의 순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특하게 지켜봐 주는 게 ‘어린이’를 보는 ‘어른’의 시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아이의 웃음에 마주 미소를 보내줄 수 있는 여유, 모르는 아이의 꾸벅 인사에도 다정하게 안녕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호의, 넘어지는 어린이를 보면 얼른 가서 일으켜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배려, 어린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아이가 환영받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



*필자 | 초등샘Z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친 평범한 초등교사. 어쩌다 보니 10년 째 1학년 꼬마들과 뒹굴고 있다. 누워서 온갖 글자를 읽으며 세상을 훑어보는 게 취미인 호기심 인간. 기본적으로 만성피로 직장인 모드지만 교실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교사로 자동 변신, 아이들의 반짝거림을 찾아내 날마다 반하는 게 학교생활을 버티는 낙이다. 아름다운 가치들을 맘껏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1학년 담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오늘 학교 어땠어?》, 《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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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초등샘Z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친 평범한 초등교사. 어쩌다 보니 10년 째 1학년 꼬마들과 뒹굴고 있다. 누워서 온갖 글자를 읽으며 세상을 훑어보는 게 취미인 호기심 인간. 기본적으로 만성피로 직장인 모드지만 교실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교사로 자동 변신, 아이들의 반짝거림을 찾아내 날마다 반하는 게 학교생활을 버티는 낙이다. 아름다운 가치들을 맘껏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1학년 담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오늘 학교 어땠어?》, 《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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