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으뜸』 작가 김빵의 신작 장편소설!
『21세기 마지막 첫사랑』 김빵 작가 인터뷰
“다른 차원에서 2004년으로 잘못 떨어진 소년이 소녀를 만나게 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였다. 허전하고 텅빈 세계를 채우는 밤의 이야기.…… 이 이야기가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즐겁게 닿았기를 바라며 누군가에게는 첫사랑 같은 책이 되기를.” (2024.05.16)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순간, 끝없는 사랑이 시작되었다!
2004년에 사는 명원과 2107년에서 시간여행을 온 양우, 서로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가 아닌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 돌이켜보니 사랑의 기억으로 바뀌어 버린 시간에 명원은 자신의 2004년의 닫힌 괄호를 잃어버리고, 양우는 뒤늦은 짝사랑을 시작했다. 명원은 잃어버린 괄호를 되찾고 양우는 짝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작가님께서는 『내일의 으뜸』, 『뜨거운 홍차』 등 웹소설 플랫폼에서 연재를 통해 독자와 만나오셨었어요. 최근에는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각색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시청자들에게 큰 설렘을 주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살펴보니 이번 신작 『21세기 마지막 첫사랑』과도 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주요 키워드인 '시간 여행', '청춘 로맨스' 부분이 닮아 있는데, 신작을 통해 연재 없이 완결된 이야기로 독자를 만나보게 된 기분은 어떠신가요?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것 같아요. 출간일이 오기 전의 저는 주사위보다 더 많은 면을 가지고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데요, 결국 두 손을 모으고 바라는 건 ‘제발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예요. 이 이야기를 처음 쓴 건 2019년이에요. 『뜨거운 홍차』를 완고한 뒤였는데, 당시 차기작을 고민하며 원고를 서너 개 써봤거든요. 그중에 『21세기 마지막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제가 되더라도 꼭 완고해서 선보여야지, 생각했는데 그게 몇 년이 흐른 지금 단행본 종이책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부족함이 없고 싶은데 저는 늘 부족하더라고요. 완전하지 않겠지만 ‘명원’과 ‘양우’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어 어느 시간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요즘 'y2k'가 유행하면서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많은 이들의 공감과 향수를 자극하고 있어요. 『21세기 마지막 첫사랑』의 소설 속 배경 또한 2004년이에요. 명원의 2004년은 닫힌 괄호를 잃어버렸고, 양우는 다시 닿지 못할 세계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만나고 떠났습니다. 작가님의 2004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친구들을 만나 옛날 이야기를 하면 밤새 깔깔거리면서 웃어요. 그래서 그 시절이 마냥 재미있었냐? 생각해보면 또 아니더라고요. 재미있기도 하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말랑말랑했던 시절 같아요. 무슨 ‘데이’만 되면 공개 고백이 난무하고 그런 날이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어요. 좋아하는 애가 보낸 문자를 문자 보관함에 저장하고 핸드폰 컬러링이나 미니홈피 bgm 고르는데 공 들였죠. 사랑과 관심이 많았던 때 같아요. 그만큼 흑역사도 많고요. 비가 내리는데 우산이 없는 날이면 운동화가 젖는 게 싫어 실내화를 신고 집에 갔었는데, 발치의 돌멩이를 차며 걷는 습관이 있어 정작 그렇게 아낀 운동화의 뒷굽은 매번 빠르게 닳았어요. 저의 2004년은 그랬던 것 같아요. 뭔가를 소중히 아끼기도 했지만 잘 지켜내지 못했던, 지금의 기억으로는 그래요.
양우는 명원을 '사랑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르는 명원. '사랑'이라는 글자를 틀려서가 아니라 더 잘 쓰고 싶어서 수정액으로 수정했을 것 같은 명원,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날 것 같은 명원의 세계'(227쪽)라고 말하기도 하죠. 다양한 부분에서 사랑이 충만한 소녀인 명원을 만들 때 영감을 준 인물이 있을까요?
영감을 준 인물은 없어요. 다만, 그런 감정을 품게 만드는 것들에 관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감정이 충만해지잖아요. 한껏 내 안을 채워주고, 그득히 넘쳐 흘러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귀하죠. 대상이 사람일 수도, 동물일 수도, 어떤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그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날 것 같은 명원의 세계는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천년의 사랑’을 비통하게 열창하는 명원이지만 홀씨 같은 사랑이 명원을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 '양우'라는 인물의 시니컬한 성격을 보면서 양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양우가 사는 곳은 모래 폭풍이 자주 일어나고, 친구들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친구가 없는 외톨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숨막히게 고요'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세계입니다.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의 배경은 대부분 현재이거나 현재와 가까운 시간대인데 이번 소설에서는 100년 이상의 먼 미래로 잡으셨어요. 평소에도 미래에 대한 상상을 자주 하시나요?
너무 먼 미래는 상상하지 않아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미래는 생각해본 적 있지만요. 그런 의미로 양우가 살고 있는 세계를 그리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100년 이후의 지구에 관한 이런저런 글을 찾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정리를 해보기도 했는데, 지금과 너무 다른 세계일 것 같더라고요. 어차피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다, 생각하며 조금 단순하게 그렸어요. 역사 드라마나 영화의 접근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요. 평소에는 미래에 대한 상상을 자주 하지 않지만, 이 글을 쓴 뒤에는 미래에 있을 양우를 생각하며 바다가 뜨거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라곤 해요.
소설을 읽다 눈에 띄었던 부분은 '명원과 수영'의 우정입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단짝 친구와 항상 붙어다니고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지는 것을 보며 질투했던 적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쉽게 화해하고 또 친구의 슬픔을 나의 슬픔처럼 여겨주는 존재가 있어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도 '수영'같은 친구가 있으신가요? 작가님은 친구에게 '수영' 같은 친구인지 '명원'같은 친구였는지도 궁긍합니다.
친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명원’같은 친구였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 화난 친구가 집으로 가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부랴부랴 청과점에서 사과 한 알을 사서 친구 집에 찾아갔어요. ‘미안, 미안해애, 울지마아아!’하며 화해를 시도하는 명원처럼 저도 문을 닫고 들어가려는 친구에게 사과를 들이밀며 화해를 시도했었는데, 명원에 비하면 제 화해 시도가 조금 더 구차했던 것 같아요. 오전에 싸운 일을 잊어버리고 오후에 전화해서 ‘너 뭐 해? 나와’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 친구도 싸운 일을 잊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나왔고요. 결투 신청으로 알고 나온 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이니 ‘수영’같은 친구가 있네요!
인공지능 스피커이자 양우의 유일한 친구은 '바다'도 빼놓을 수 없어요. 바다는 양우의 무료한 삶에 찾아와 사는 재미와 더 넓은 세상을 알려준 존재입니다. 저는 소설을 읽으며 명원과 바다가 닮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작가님에게도 '바다'와 같은 존재가 있을까요?
무료한 삶에 찾아와 사는 재미와 더 넓은 세상을 알려준 데다가 밖에 나가서 열심히 돈도 벌게 만드는 존재가 있긴 있죠.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탓에 이 녀석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막 눈물이 나요. 양우에게 바다는 닿고 싶은 세계와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원래 살던 세계에서도 바다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친구가 된 바다도 목소리만 있으나 끝내 소멸하죠. 하지만 양우는 ‘바다’로 인해 계속 변화해요. 바다에 가고자 했던 시도가 있었기에 인공지능 스피커인 바다를 만났고, 친구인 바다가 소멸한 탓에 2004년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죠. 인공지능 스피커인 바다를 다시 만나기 위해 명원과 공생하다가 항구가 있는 바다에 가게 되는 양우의 시간 흐름은 어떤 존재를 만난 이후의 한 사람의 삶의 변화와 닮아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2004년에서 사랑이 멈춘 명원과 2107년에서 너무 늦은 짝사랑을 시작한 양우에게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같은 말은 하면 안 되겠죠? 물론 농담입니다. 미성숙한 시기에 명원과 양우가 갖게 된 감정은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거창한 포장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랑이 두 사람의 성장에 디딤돌이 되었을 것 같아요. 홀씨처럼 날아온 사랑이 두 사람의 세계를 더 아름답게 만들었기를! 사랑의 경험으로 더 단단해졌기를. 그래서 더 행복해지기를. 이런 말을 전하고 싶네요!
*김빵 2019년 『커밍 스텝』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내일의 으뜸』 『뜨거운 홍차』 『수치의 역사』 『너를 만난 세계』 『여름 방학:너를 좋아한 계절』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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