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묻는 당신에게
『장애인이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권용덕 작가 서면 인터뷰
너도 나도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도 있죠. 우리는 결국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답니다. 다시 말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존재로서의 인정과 존중,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에요. 장애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2024.05.14)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나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에게 말을 걸어본 경험은요? 아마도 ‘없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막연히 장애인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장애인과 연결될 기회는 흔치 않아요. 그러다 보니 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못 본 척하거나 불편한 기분을 느끼죠. 장애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괜히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어떤 계기에서 책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책은 제가 꼭 쓰고 싶었던 ‘장애인식’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한 통합교육, 사회통합에서 저는 인식개선이 가장 큰 과제이면서 해결책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20여 년 전부터 관련된 일들을 추진해왔죠. 학교를 직접 찾아다니며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했고, 타 기관과 협력해 전국 단위의 인식개선 UCC공모전을 기획하고 진행도 해보았지요. 이 밖에도 많은 활동을 했는데, 『장애인이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도 같은 목표에서 시작한 책입니다. 20여 년 동안 매일같이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합니다. 부끄럽지만 많은 학생과 교사,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썼습니다.
책 제목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친구가 못 될 게 있나?’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드는데요. 어떤 의도에서 제목을 지으셨을까요?
제목은 장애가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막연히 떠올릴 만한 질문에서 짓게 되었어요. 사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함께 학교에 다니는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같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잖아요.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분명 차이가 있지요. 처음 만난 사람보다 같은 동네에서 여러 번 마주쳤던 사람이 더 편한 법이니까요. 이 익숙함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되어야 해요.
이 책은 통합교육에 관한 이야기죠.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실제 학교의 모습은 어떤가요?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환경에서 어울리며 교육받는 방식입니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를 이해하는 데에서 머무르지 않아요. 장애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을 모두가 나누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며 함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답니다. 이러한 과정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져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통합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통합교육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유치원이에요. 유치원에서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거의 온종일 어울려 지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확연히 달라져요.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생활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반에서 그림자처럼 지내는 일이 흔한데요. 수업 참여라기보다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공간에 그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용히 있거나 자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슬픈 현실이죠. 그나마 특수학급은 아이들 수준에 맞게 수업이 진행되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임에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자기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친구의 좋은 점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한다면 모두가 학교에 잘 적응하며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애가 있다고 친구의 부족한 점만 보고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면, 그 친구는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겠지요.
책에서 다양한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에서는 장애 유형에 따라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장애 유형을 떠나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친구가 되려면 서로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 됩니다. 똑같은 위치에서 보면 되는 거죠. 장애가 있는 친구도 나와 같이 감정을 느끼고 능력을 지닌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지능력이 부족하다고 나보다 못하다 생각 하면 안 돼요. 너도 나도 잘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도 있죠. 우리는 결국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답니다. 다시 말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존재로서의 인정과 존중,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에요. 장애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여러분도 주변의 누군가를 먼저 인정하고 존중해 주세요. 그리고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 보기를 바라요. 이 모든 것은 반드시 여러분에게 돌아올 거예요.
선생님의 경험이 궁금합니다. 처음 사귄 장애 친구는 누구이고,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요? 친구가 되는 선생님만의 꿀팁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누군가와 친해질 때 그 사람에게 장애가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게 제 꿀팁 같아요^^ 장애가 아닌 그 사람을 보는 거요. 장애를 단지 그 사람이 가진 하나의 특징으로만 보는 자세가 친구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 같고요.
그래도 누군가를 손꼽아 보라면,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지금까지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제가 이런저런 소소한 도움을 주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제가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졸업한 제자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제도라든지, 누군가를 지원할 때 필요한 조언이라든지 제가 틈만 나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있었어요. 책에도 썼지만 도움의 기준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행하는 거더라고요.
인권을 다루는 책인 만큼 조심스러우셨을 듯합니다. 책을 쓰면 유의했던 점들이 있다면요?
인권은 당연하다 생각하면 쉬운데, 그렇지 않으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도 서로 다른 의견이 생겨나다 보니 최대한 이견이 없을 정도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인권에 대한 개념과 감수성이 빠르게 변하는지라 책을 집필하기 전 1년 정도는 인권과 관련된 많은 책과 연구논문 들을 계속해서 찾아봤어요. 책이 인쇄되기 직전까지 출판사에 부탁해서 한 번이라도 더 검토하려고 늦은 새벽까지 원고를 읽고 또 읽었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장애인권이 쉽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많은 예를 들며 쉬운 단어들로 알기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닿길 바라나요?
이 책이 많은 학생과 교사,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에게 닿길 바랍니다. 특히나 통합교육 환경에서 지내는 청소년과 교사 들에게 장애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부족함은 모자람이 아니고, 불편함은 불쌍함이 아님을 함께 알아갔으면 합니다. 학생이 학교에 왔다고 “너 학교에 왜 왔어?”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장애가 있는 학생이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누구도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장애를 익숙하게 여기고, 이 익숙함 속에서 서로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으며 다름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음 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모두가 힘들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권용덕 특수교육을 배운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아 늘 공부하는 사람,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길을 닦아 주는 사람, 장애와 비장애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지길 바라는 사람, 차별 없는 세상에서 특수교사의 역할이 없어져 얼른 퇴직하고 싶은 사람. 『이런 진로 이야기는 처음이야』(공저), 『선생님하고 나는 친하니까』, 『진로와 직업 지도서: 취업했어요』(공저), 『진로와 직업 지도서: 취업할래요』(공저), 『아하! 통합교육』(공저) 등을 썼으며, 발달장애인의 삶에 유용한 정보를 담는 유튜브 채널 [졸업후TV]를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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