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달콤 짭짤 코파츄』 시리즈를 출간하며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영 작가가 과학과 개그에 진심을 한껏 담아 두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속지 마! 왕재미』는 지구 온난화, 코로나19 바이러스, 챗GPT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면서도 중요한 이슈를 어린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본격 과학 문해력 동화다.
『속지 마! 왕재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속지 마! 왕재미』는 우주 경찰 총장이었던 왕재미가 지구의 사기꾼 개구라에게 사기를 당해 개미가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1권에는 왕재미가 기후 변화에 관한 가짜 뉴스를 캐내면서 사기꾼들을 체포해 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2권은 감염병, 3권은 인공지능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랍니다.
‘가짜 뉴스’와 ‘과학 지식’의 만남이 신선합니다. 이런 소재로 글을 쓰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초등 교사 생활을 하며 5학년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논설문을 써 보도록 과제를 내 주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블로그, 나무위키, 유튜브 등에서 자료를 긁어 오더군요. 저는 그 장면을 목격하는 즉시 글쓰기 수업을 멈추고 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부터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찬 표정이었죠. 왜 출 처가 불분명한 자료는 한번쯤 의심해 보고 인용해야 하는지 이해시키는 데 한참이 걸렸던 기억이 나요.
그날의 일을 계기로 저는 과학 지식과 가짜 뉴스를 엮은 이야기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짜 뉴스 자체를 소재로 삼은 책은 많지만, 진위를 가리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고찰하는 동화는 『속지 마! 왕재미』뿐이에요. 낯설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어린이책이 나와서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세대가 거듭되고 지식의 양이 많아질수록 『속지 마! 왕재미』 시리즈가 빛을 발하게 될 거라고 믿어요.
‘작가의 말’ 제목이 “비판적 사고력과 과학적 탐구력을 왕재미와 함께!”입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교과서가 학년별로 개편된다고 하는데요, 『속지 마! 왕재미』가 어떤 과목과 연계가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속지 마! 왕재미』는 과학동화이지만 엄밀히 보면 국어·사회·과학이 통합된 동화예요. 교과별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짚어 드릴게요. 우선 국어 교과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에 덧붙여 ‘매체’라는 영역을 신설했어요. 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매체 자료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성취 기준이 생겨난 것이지요. 주인공 왕재미가 정보의 진위 여부를 평가하는 과정과 전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사회 교과는 6학년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라는 단원을 신설하여 미디어가 제공한 거짓 또는 왜곡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었어요. 과학 교과는 ‘기후 변화’ ‘감염병’ ‘인공지능’ 관련 단원이 신설되었어요. 1권의 주제인 지구 온난화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기후 변화와 우리 생활’, 중학교 3학년 ‘날씨와 기후 변화’ 단원에서 다룰 예정이에요. 한마디로 『속지 마! 왕재미』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반영한 교양서라고 볼 수 있어요.
‘왕재미’ ‘짱센풍뎅이’ ‘예반디’ ‘개구라’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만 봐도 웃음이 슬며시 나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을 때 어떤 점을 신경 쓰시나요?
저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재미있게 지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제가 키득키득 웃으며 글을 쓸 수 있거든요.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주인공의 이름이잖아요. 독자들이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재미난 유머는 어떻게 떠올리시나요? 원래 유머러스한 글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저에게 글쓰기는 내면에 숨어 있는 예술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구 같아요. 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이 즐겁게 글을 쓰기 위해 유머를 넣고 있어요. 특히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찾아서 써 넣기를 즐기고, 비슷한 단어를 찾는 과정 자체를 놀이처럼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 취향이 바뀌게 되면 다른 스타일의 글을 쓸 수도 있겠죠? 지금과는 정반대로 소녀 감성이 가득한 동화도 언젠가 써 보고 싶어요.
평소 가짜 뉴스를 판별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습관이 있을까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가짜 뉴스에 대해 잘 알기 위해 가짜 뉴스를 일부러 많이 봤어요. 가만히 두고 보면 가짜 뉴스는 참 재밌어요. “어쩜 이렇게 그럴듯하게 짜 맞췄지?” 하면서 감탄할 정도로요. 하지만 자세히 귀 기울이면 논리에 맞지 않은 허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뉴스를 퍼뜨렸는지 살피면 그 내용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알 수 있어요. 가짜 뉴스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특정한 경로를 통해 퍼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전문 지식이 들어간 사회과학 뉴스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과학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과학에 관심을 두고 기존의 이론과 부합하는지 따져보는 습관 또한 가치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속지 마! 왕재미』 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왕재미는 다시 우주 경찰 총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개구라는 점점 더 강해질 거예요. 생체 살상 무기를 만드는가 하면, 시민들을 조종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 수도 있어요. 그에 맞선 왕재미와 곤충 친구들은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거예요. 작은 몸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좌절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원망할지도 몰라요.
우리의 인생도 곤충의 삶과 비슷해요. 먼 우주에서 바라보면 우리는 티끌처럼 하찮아 보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평등해요. 어떤 처지에 있던지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고,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어요. 왕재미가 다시 우주 경찰 총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은 이 정도의 의견으로 충분히 답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영 웃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대학교 과학영재교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22년 초등학교 3, 4학년 수학 검정 교과서 연구위원, 『EBS 초등 만점왕 단원 평가 전과목 5-2』 『EBS 초등 수해력 도형·측정 3단계』 『EBS 초등 수해력 도형·측정 4단계』 집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과학동화 ‘달콤 짭짤 코파츄’ ‘속지 마! 왕재미’ 시리즈를 쓰고 있습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