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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걸 아직도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G. 유가영 저자)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91회)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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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에 당신이 뭘 하고 있었냐고 물어보면 다들 내가 이때 뭘 하고 있었고, 어떤 밥을 먹고 있었는지 기억해요.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잘 보살펴줘야 하는데, 아직 해결된 게 없다 보니까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아요. 10년 전 그때와 아직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지금 이 10년 후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2024.05.02)


만약 그날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면 그날의 일은 제 안의 어두운 바닷속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소용돌이로 남았을 거예요. 하지만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힘들어하는 자신과 투쟁을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건 소용돌이가 아니라 태풍을 만드는 바람이 될 거라 믿습니다. 태풍 후에 바다는 물이 한 번 뒤집혀 깨끗해진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게 있었던 일을 소용돌이가 아닌 태풍으로 변화시키고 싶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유가영 작가의 책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유가영 저자 편>

오늘은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를 쓴 유가영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어서오세요.

유가영: 안녕하세요.

황정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가영: 사실 제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뭘로 소개해야 될지 좀 헷갈리기도 해요. 세월호 생존자 유가영 혹은 작가 유가영 혹은 NGO 활동가 유가영 아니면 그냥 취준생 유가영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매번 어떻게 소개를 해야 될지 헷갈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작가 유가영으로 저를 소개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이름을 밝힐까’부터가 우선 고민이었거든요. 거기(출판사)에서는 닉네임 같은 걸 사용해도 된다, 필명을 써도 된다고 하셨는데 이건 아무래도 저의 이야기다 보니까 이름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았고, 제 이야기 자체가 어쨌든 생존 학생의 그런 스토리다 보니까 ‘그냥 다 밝히고 시작하자’ 이런 마음으로.

황정은: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는 작년 4월에 출간되었다가 올해 4월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이 되었습니다. 개정판에 후기를 쓰기도 하셨습니다만, 지난 1년 동안에 이 책의 저자로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그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유가영: 제일 먼저 연락을 주신 곳이 카이스트였는데요. 카이스트에 재난학 대학원이 있어요.

거기 교수님께서 세월호에 대해서 연구도 많이 하시고 그런 논문도 많이 쓰셨기 때문에 원래 관심이 있으셨는데 저희에게 연락하는 게 어려우셔서 지금까지 연락을 못 하셨다가 제가 책을 쓰니까 저에게 연락해도 되겠구나 해서 컨택을 주셨고, 그 후로 거기 가서 북토크도 하고 대학생들 앞에서 조금 강의 비슷하게 했고요. 언제는 다른 재난 생존자 분 만나는 자리에 초청이 되기도 했고, 최근 3월에는 일본 후쿠시마에 가서 지진 쓰나미 피해자 분들 생존자 분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황정은: 출간 제안은 어떻게 받으셨어요?

유가영: 아마 운디드 힐러의 메일로 연락이 왔을 거예요. 이런 책을 기획하고 있는데 어떠시냐, 해가지고 저희 안에서도 ‘그럼 우리끼리 에피소드를 정해서 책을 써야 되는 걸까’ 많이 고민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그냥 한 명의 이야기를 원하시는 것 같았고 그 중에서도 생존자 학생, 그때 제가 좀 시간이 있기도 했고 원래 책을 써보고 싶기도 했어서 ‘그러면 내가 써볼게’ 하고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원래 기획 자체가 2부작이어서 1부작에서는 외국의 재난 생존자라든가 피해 사례 같은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였고 2부가 한국의 이야기를 하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좀 잘 써서 그런지 아니면 좀 크게 내고 싶으셔서 그런 건지 몰라도, 단독으로 내게 되어가지고.

황정은: 작가님이 활동하는 단체인 운디드 힐러로 제안이 왔고 누가 쓸 것인가를 두고 구성원들 내에 논의가 있었나 봐요. 그런데 마침 작가님이 가장 한가해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런데 쓰다 보니까 나의 단독 책이 됐다는 거잖아요. 단독 저자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으셨을 땐 어떠셨어요?

유가영: 어차피 쓰고 있는 중이어서 ‘뭐, 그러면 더 좋죠’ 하고 그냥 넘어갔던 것 같아요.


황정은: 책을 쓰는 동안에 독자들의 반응을 예상해보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상상을 하셨어요?

유가영: 이 책을 쓰면 어떤 파장이 몰려올까, 라고 생각은 해봤어요.

황정은: 독자들의 반응보다는 파장이.

유가영: 네. 세월호 생존자 학생이 이런 책을 썼다, 뭐 이런 걸로 또 무언가를 이용해 먹을 거다, 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사실 그런 것도 있지만 저에 대해서 너무 많이 밝혀질까 봐, 사실 저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사람들이 다 저에 대해서 알게 되면 좀 무서울 거 아니에요. 그래서 막 악몽도 좀 꾸고 그랬었어요. 그랬는데 책을 내고 보니까 확실히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이름으로 내길 잘했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그거 외에는 조금 신난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이 우리의 좀 다른 모습을 봐줄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생겼으니까 내가 좀 잘 써봐야겠다, 이런 생각도 있었고.


황정은: 사건 이후에 가해가 거듭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생존자들이 인터뷰나 지면 노출을 좀 꺼린다는 이야기를 책으로든 인터뷰로든 읽고는 했는데요. 인터뷰 묶음 책으로는 두 번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단독 저자로서는 (유가영 저자가) 처음 나선 거잖아요. 아까 내가 너무 노출될까 봐 걱정이 됐다는 이야기도 하셨지만, 그거랑 별개로 또 고민이나 걱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유가영: 참사가 일어난 후로 언론의 반응이 조금 좋지 않았어요. 만약에 그 당시에 언론의 반응이 좋았다면 지금 나서는 친구들이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 미성년자 시절에 그런 걸 많이 겪었기 때문에 다들 나오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책 내기 전까지는 인터뷰를 진짜 별로 해보질 않았거든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했었는데, 나서기 전에도 사실 고민은 많았죠.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못하는 만큼 나도 해보자’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작가님 책을 읽어보니까 내가 하는 이야기가 생존자 모두의 이야기로 오해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어떠셨어요?

유가영: 그렇죠. 저는 여기서 조금 괜찮게 나왔잖아요. 그런데 저보다도 안 좋은 친구들이 있고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처럼 조금 의연하게 조금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게, 사람들에게 그게 대표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걱정을 했어요.

황정은: 제가 생존자 분들 인터뷰를 읽어보니까 유가영 작가님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존자들도 그 부분을 걱정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런데 본인들이 자꾸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세요. 그래서 그런 걱정들을 많이 한 것 같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이야기가 그냥 나의 경우일 뿐인데 이걸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싸잡아서 오해를 당하고 또 욕을 먹을까 봐 걱정을 했다는 거잖아요. 얼마나 우리 사회가 못 살게 굴었으면 그런 걱정을 할까 싶어가지고 저는 그런 이야기 듣거나 읽을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책이 생존자가 단독 저자로 낸 첫 책이기 때문에 책에 꼭 담고 싶었던 이야기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유가영: 전체적으로는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그 당시에 어땠고 이제 그 힘듦에서 얼마나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미래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걸 제일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 외에는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이나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고, 내가 이런 힘든 일을 겪었지만 결국에는 극복해낼 수 있었다 혹은 내가 아직도 나의 힘듦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황정은: 최근까지도 스스로 ‘나는 그렇게까지 불행한 사람은 아니고 별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책에 적으셨잖아요. 그리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힘들어할 자격을 의심하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유가영: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제 자신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거라고, 그냥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아프고 힘들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면 그 사람들도 많이 힘들어졌고, 내가 이런 거에 대해서 좀 말하려고 하면 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많이 주장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최근에 여러 인터뷰도 하고 다큐도 찍으면서 ‘내가 너무 내 자신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계속 주장을 하는데, 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알고 있거든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 같아질 수는 없고, 그래도 나는 나만의 정신적 문제라든가 트라우마 같은 걸 갖고 있는데, 내가 왜 계속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을 하는 건지 좀 생각을 해봤어요. 생각을 해보니까 그게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제가 딱 고등학교 시절에 좀 악플들을 많이 봤는데 그때 당시에 조금 안 좋은 악플들이 많았어요. 특히, 뭐라고 해야 될까, 대학교 특례 나올 때 그거에 대해서 좀 안 좋은 단어들도 만들어내고, 저희가 커가지고 그런 걸로 인해서 취직도 할 거고 저희 형제자매들은 그런 걸로 ‘나 세월호 생존자 혹은 피해자 형제자매야’라고 하면서 취업을 잘할 거라는 그런 만화가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당시에는 정말 쿨하게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마음에 아직도 박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나는 절대 이러지 않을 건데, 사람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혹시라도 이렇게 보이지 않도록 난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반인들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체 일반인의 정의는 뭐지?’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들 자기만의 문제를 갖고 있을 텐데 그러면 대체 일반인은 어떤 사람일까, 내 안에서 유니콘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생각을 좀 바꾸게 됐어요.

황정은: 4.16 참사를 경험하고서 내가 큰 고통을 경험했고 그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작가님에게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어떠셨어요?

유가영: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에는 우선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부정하려고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에 대한 뉴스들도 잘 안 보고 사라진 친구들에 대해서 별로 생각도 안 하려고 하고 좀 회피하려고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대학교에 올라가고 대학교에서도 정말 정신 없이 지냈거든요. 통학 자체도 힘들었지만 약도 먹기 시작해서 좀 많이 졸리고 활동량도 줄어들고 체력도 안 좋아지고 있어서,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내가 힘든지 어떻게 힘든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그전에도 상담을 많이 받긴 했지만, 그러다가 병원에도 한번 입원해 보고 다른 상담 선생님도 만나가지고 상담을 하고 나서 보니까 저에게도 특정 지어지는 병명 같은 게 있는 거예요. 그런 걸 들어보니까 내가 이렇게 조금 힘들어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알게 돼서, 그때부터 ‘내가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이게 좀 사소한 거라고 할 수도 있고 다들 좀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정말 자기에 대해서 좀 안도도 할 수 있고 조금 더 내 힘듦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후부터는 내가 힘든 거 알면서 상담도 많이 받으려고 하고 좀 직면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황정은: 참사 이후에 불안과 공포를 느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나와 그래도 끝까지 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나”가 싸우고 있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도 ‘나는 이 우울과 상처를 극복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하셨죠. 혼란한 와중에도 유가영 작가님이 자신을 향한 믿음을 계속 가지고 계셨던 거잖아요. 그런 힘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요?

유가영: 이건 말하기 조금 부끄럽긴 한데, 제가 고등학교 초반까지만 해도 좀 중2병을 심하게 앓았거든요. 그 와중에 판타지 소설 같은 것도 많이 읽다 보니까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야’ 좀 이런 마음도 있었고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그런 게 컸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너는 크게 될 애야’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나도 이 정도는 극복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좀 고집을 부렸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도 좀 잘 살아남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분명히 이걸 이겨낼 수 있는 대담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힘들지?’ 그런 의문을 가질 때가 나아지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아요.

황정은: 판타지 소설 상상할 때 나를 주인공으로 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셨나 봐요. 그리고 비영리단체 운디드 힐러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단체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유가영: 제가 소개를 해드리기 좀 부끄러운 게, 제가 회장이 아니거든요. 그냥 활동가 중 한 명이어서. 저희는 우선 ‘상처받은 치유자, 운디드 힐러’라는 이름으로 시작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치유해 준다’라는 목적을 지녔고, 그러면서 아동 청소년의 트라우마 치유를 목적으로 하다가 저희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나 생각이 든 거예요. 우리가 엄청난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해가지고 아동 청소년들한테 트라우마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작품들을 만들었고요. 심리 증진에 도움이 되는 애착 인형 만들기라든가, 지금은 청소년들의 자아 찾기 관련해서 보드게임도 만들었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후에 피해자 분들을 기리면서 저희들끼리 글쓰기 활동도 했고요. 이번 (세월호 참사) 10주기 때 좀 힘드신 분들이 올 수 있는 편한 공간을 만들어 드리자 해가지고 안전지대라는 공간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황정은: 책에 운디드 힐러의 창립에 관한 이야기를 쓰셨는데, 거기에 ‘우리는 모두 상처를 받고 그로 인해 정체되어 있었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고 또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어떻게 하셨어요?

유가영: 가끔씩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다른 데만 보더라도 막 힘든 일 겪었던 사람이 무언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거나, 혹은 사소하게나마 그냥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 돈을 기부를 했다든가, 그렇게 힘든 사람들이 더 힘든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는 걸 보고 ‘나도 이런 일을 겪었으니까 내가 사람들을 좀 더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황정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부분이 있다?

유가영: 나만이 알고 있는 좀 힘든 부분도 있을 테고, 아무래도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황정은: 올해 세월호 참사 10주기 맞아서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작가님의 책인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 그 다큐멘터리의 단초가 되었고요. 작가님도 촬영에 참여를 하셨고. 제가 알기로는 다큐멘터리 제목이 책 제목하고 같았다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유가영: 네.

황정은: 그런데 방영이 취소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그 내용을 언제 어떻게 전달을 받으셨어요?

유가영: 제가 아마 다큐를 두세 달 정도 찍었을 거예요. 처음 찍다 보니까 몰랐는데, 엄청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더라고요. PD님을 우리 엄마보다 더 자주 본다거나, 맨날 와가지고 질문하고 저에게 계속 생각거리를 안겨주니까 처음엔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그래도 꽤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PD님이 너무 바쁘신 거예요. 바빠가지고 보지 못했는데, 그때부터 조금 느낌이 왔죠. 무언가 있나 보다, 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PD님이 엄청 힘겨운 목소리로 ‘할 얘기가 있는데’라고 운을 띄웠을 때부터 이 이야기를 하시겠구나, 라고 그냥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일이 있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싸워왔는데, 결국엔 이렇게 될 것 같다’라고 하셨고 저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SNS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사실 위에서 그렇게 말을 하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라는 걸 좀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그 이야기 전달하면서 PD님도 대단히 마음이 아프고 어려웠을 것 같아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영을 취소한 거 아닙니까. 다 만든 상태에서 불방이 된 건가요? 아니면 만들고 있다가?

유가영: 절반 정도 찍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아까워서 어떡하죠? 찍어놓은 거.

유가영: 저도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먼 훗날 또다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황정은: 그러게요.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완성이 돼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싶고요. 또 그렇게 믿고 있고.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어요?

유가영: 다큐멘터리 제목이 제 책과 같은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였잖아요.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많이 하려고 했어요. 그때 당시에 내가 이랬고, 이런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했고. 그 활동에도 같이 가서 촬영을 하시고 그리고 제 일상들도 좀 찍으려고 하시고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총선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어요. 그런 정치적인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죠. 아무래도 제 인생 이야기다 보니까.

황정은: 찍으면서 혹은 찍기 전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방향이라든지 혹은 그쪽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것들이 혹시 있었나요?

유가영: 저희 생존자 학생들이 나온 다큐를 보면 보통 다 슬프거든요.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애초에 울고 시작하고 슬픈 이야기를 계속 꺼내고 하는 것 자체가, 왜 굳이 또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 더 힘들게 하는지, 이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더 비춰서 조금 더 시청률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닌지, 좀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찍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그렇게 슬픈 방향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PD님도 저도 새로운 방식으로 그런 걸 찍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는 찍기 전에 모토를 하나 정하자 하고 울지 말자라는 모토를 정했거든요.

황정은: 기존의 다큐멘터리나 인터뷰를 통해서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눈물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그거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찢어놓은 참사였기 때문에 그런 아픈 이야기가 없을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고. 작가님이 이 책을 쓰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10.29 참사가 일어났잖아요.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 동안 보고 겪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대형 참사를 또 일으킨 거죠. 그렇게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절망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유가영: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언론들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한결 같이 좀 그런 반응이었고 안 좋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그때와 똑같은 반응을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좀 절망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들 측에서는 이제 그런 거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 있더라고요. 트라우마라든가 PTSD라는 게 우선은 저희 이후에 가시화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영상 같은 게 갑자기 퍼졌을 때 ‘이런 거 보지 말아라, 이런 거 있으면 정말 트라우마 같은 게 생길 수도 있다’라고 다들 주의를 했고, 그 후로도 이 사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이거는 트라우마야 혹은 PTSD야’라고 하면서 많이 위로를 해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그걸 지켜본 사람들에게도 힘든 면이 있다는 걸 다들 인정하게 되었고 그런 면으로는 꽤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을 해요.

황정은: 맞아요. 피해자 혹은 피해의 범위를 조금 확장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분명히 된 것 같아요. 4.16 참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10.29 참사가 일어났을 때 서로를 생각하는 조언으로 또 나타나기도 한 것 같고요. 유가영 작가님이 책에서 본인을 참사 경험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참사 경험자로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을 것 같아요. 10.29 참사를 보면서 ‘우선 이런 것부터 바꿔야 되는데 왜 안 바꿀까?’라든지 ‘바꾸기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거 왜 안 바꾸지?’라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지 않습니까? 어떠셨어요?

유가영: 사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 중에 어떤 일부의 사람들이 또 이태원 참사를 겪게 된 거잖아요. 그걸 보고 나서 ‘왜 이걸 아직도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좀 의문이 들긴 했어요. 이거는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뒀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그러질 않은 거예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라는 것처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도 했고요.

황정은: 그런 면에서 경험자라고 말씀을 하셨나 봐요. 당신의 경험이 될 수 있는 일을 내가 먼저 겪었을 뿐이다, 라는 뜻이 맞습니까?

유가영: 맞아요. 언제든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이거를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관심을 그만두기 시작하면 언젠가 나나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황정은: 맞아요. 그거는 대형 참사를 직접 겪지는 않은 사람으로서도 자주 느끼는 답답함, 의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산재 유족 네트워크의 이름이 ‘다시는’이거든요. 정말 가슴 아픈 명칭 아닙니까? 그런데 ‘다시는’이라는 이 간절함이 왜 겪은 사람들에게만 간절해지는지, 저는 그걸 잘 모르겠는 거예요.

유가영: 맞습니다. 왜 피해자들만 이렇게 나서가지고 세상을 바꾸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지 저도 그게 의문이긴 했어요.


황정은: 4.16 참사 이후에 한국사회가 피해의 범위를 좀 확장해서 생각하게 된 면이 분명 있다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저는 이번에 온다프레스에서 출간된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읽었는데, 여기에 박선영 씨 인터뷰가 수록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박선영 씨와 운디드 힐러에서 같이 활동하시죠? 그 분의 인터뷰가 당시에 수학여행을 같이 가지 않았던 학생들의 이야기인 거잖아요. 처음으로 인터뷰로 나온 건데, 피해 범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단은 한국 사회에 대단히 미숙한 것 같아요. 미숙하다 보니까 뭐가 필요한지를 잘 모르고 제일 중요한 사건 초기에 우왕좌왕하다가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처가 거듭되고 고통을 받고 그런 일이 매번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유가영: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이거는 전 국민적 트라우마다, 누구나 이런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에 당신이 뭘 하고 있었냐고 물어보면 다들 내가 그때 뭘 하고 있었고 어떤 밥을 먹고 있었는지 다 기억을 하는 거예요. 그것 자체가 그 사람에게 엄청나게 충격이었고 일종의 트라우마 혹은 PTSD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것 자체가 전 국민적으로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거죠. 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잘 보살펴줘야 되는데 아직 해결된 것도 없고, 누군가가 엄청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다 보니까,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회복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10년 전 그때와 아직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지금 이 10년 후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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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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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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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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