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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과 사랑에 빠진 조향사가 들려주는 향의 세계

『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정명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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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방향을 잃은 기분과 여러 고민으로 힘든 순간을 겪는 것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제가 향으로부터 받았던 위로와 쉼의 순간을 공유하고, 괜찮다고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조향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2024.03.29)


숨을 들이마시는 찰나에 향은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다. 갓 지은 쌀밥이 풍기는 고소하고 따뜻한 냄새는 아늑하고 정다웠던 가족과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풋풋했던 첫사랑이 즐겨 뿌린 향수 냄새를 길에서 맡으면 순간 마음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보편적인 감성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특별한 흔적을 남긴 향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의 향을 맡는다면 기억 저편에서 향을 다시 불러온다. 향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도 순수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인다. 이런 향의 매력에 매료되어 조향사가 된 『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저자를 만나 향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저자 정명찬입니다. 향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 조향사가 되었고, 현재는 프래그런스 브랜드를 운영하며 향기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여러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진행하고 있습니다.

20대에 첫 사업을 실패하고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길을 걷고 있을 때 처음 향을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에게 향은 어떤 의미인지, 많은 향 직업 중 조향사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20대에 시작한 첫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도 물론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몸과 마음이 힘들 때면 무의식적으로 향을 가까이하려고 했습니다. 향초를 피우거나, 향기로운 식물을 옆에 두거나 하는 방식 등등으로요. 평소에 생각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향은 저에게 호흡이 되어 주었습니다. 문득 스치는 향기가 마치 새로운 호흡을 받아들이는 순간처럼 정신을 깨우고 기분까지 환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무언가 방향을 잃은 기분과 여러 고민으로 힘든 순간을 겪는 것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들께 제가 향으로부터 받았던 위로와 쉼의 순간을 공유하고, 괜찮다고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조향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향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취미가 될 수 있는지도 더 널리 소개하고 싶습니다.

최근 향은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향과 관련된 직업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조향사가 되려면 어떤 전공을 졸업하고, 어떤 자격증을 공부해야 할까요? 또 조향사가 되면 어디에서 일을 하게 되나요?

아쉽게도 국내에서 조향만을 공부할 수 있는 ‘조향학과’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학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화학 혹은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외국의 유명 조향스쿨 진학을 위해서는 화학 공부를 마쳐야 합니다. 화장품 공학을 전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향 국가자격증은 존재하지 않지만, 조향사 민간자격증이 있습니다. 다만 민간자격증인 만큼 시행 기관별로 커리큘럼이나 시험 내용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론과 후각 훈련 등의 실습을 꼼꼼하게 진행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에 향을 구분하는 실기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자격증 취득 이후 실제로 향을 다룰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향수나 화장품, 방향제 등 쉽게 떠오르는 제품뿐만 아니라 음료 등 식품, 치약 등 생활용품에도 향이 정말 많이 사용됩니다. 향 개발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향료 회사나 향이 들어가는 제품을 취급하는 생활 화학 제품 회사에 취직할 수 있고, 또는 조향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저처럼 향과 제품을 개발해 창업도 가능합니다. 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유하는 수준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향을 활용하는 능력이 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향 중에서 작가님이 가장 선호하는 향은 무엇인가요? 혹은 작가님에게 가장 의미 있는 향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향은 사랑받아 마땅하지만, 그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향은 과일 향을 표현한 ‘프루티(Fruity)’ 계열 향입니다. 정확히 향을 구분할 수 없었던 시절부터 야금야금 모았던 향수를 나중에 분류해 보니 70% 이상이 프루티 향수였을 정도로 본능이 이끄는 취향입니다. 지금도 어떤 향을 맡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향수는 새콤함과 달콤함이 함께 어우러진 프루티 향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된 향기의 기억은 ‘오이 비누’ 냄새입니다. 세련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향기이지만 흐릿한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서 오이 비누 냄새만큼은 또렷한 색채로 남아 있어요. 처음 그 냄새를 인식하게 되었던 날의 초여름 날씨와 도란도란 사람들 말소리, 그날 입었던 흰색 옷까지 기억에 각인되어 아직도 길을 걷다 우연히 오이 비누 냄새를 맡게 되는 날에는 그때 그 순간으로 짧은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향수 공방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공방 소개와 프래그런스 브랜드 창업 팁이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 연남동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공방은 제품을 제작하는 작업실이고, 수강생과 만나는 교육의 장이자 새로운 영감을 정리하고 수많은 기획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같은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홍대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조향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아 산책하는 주민분들과 강아지 친구들을 자주 만나고, 아침이면 창을 통과한 햇살이 반짝이는 공간입니다.

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공방이나 브랜드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다른 공방,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세요.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내가 왜 향을 좋아했더라?’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생소한 분야라서, 주위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정보를 찾기 어려워서, 아이디어를 뺏길까 봐 등등 다양한 이유로 생각과 고민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죠. 게다가 창업 과정에서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이때 조금이라도 덜 지치도록 그리고 한 뼘이라도 더 힘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보세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향기 활용 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는 이런 향기 활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에탄올 등 알코올을 베이스로 제작된 향 제품은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지게 됩니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풍성한 발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중 습도가 가장 높은 곳은 보통 욕실인데, 공교롭게도 향기가 가장 필요한 공간 또한 욕실입니다. 그래서 디퓨저를 많이 두지만 높은 습도가 디퓨저의 발향을 방해해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즉각적이고 확연한 향기를 위해서는 스프레이 형태 등으로 향을 분사하거나 향초를 태워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내 공간에서 향초나 인센스 스틱 등을 태운 뒤에는 꼭 환기해 주시고, 불이 필요한 제품을 사용하는 중에는 자리를 비우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으로 조향사를 꿈꾸는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후각이 좋아야만 조향사를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물론 후각이 예민하면 향을 다룰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후각만 좋은 조향사가 좋은 조향사는 아닙니다. 저는 평소에 많이 관찰하고 사유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머릿속 서랍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활용할 수 있도록요. 화가가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작가는 글을 써서 이야기하듯이 조향사는 향을 통해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순간, 이야기, 감정은 내가 많이 생각하고 움직일수록 그 양이 풍성해진다고 믿습니다. 향기가 있어야 하는 영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고,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전문성을 키워 다양한 영역에서 꿈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정명찬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점에서 향으로 위로받고 향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향을 좋아하던 ‘코덕’(코스메틱 덕후)은 화장품 영업 및 마케팅을 하다가 결국 향으로 시간과 사람, 공간을 잇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래그런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다양한 형태의 조향 워크숍을 개발하며 향의 세계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향을 위한, 향기에 의한 마케팅 및 비즈니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yitorok_fragrance
이메일 hello@yitorok.com


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정명찬 저
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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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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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좋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정명찬> 저16,2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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