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좋은 협상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그가 이겼다고 믿게 하라』 김의성 작가 서면 인터뷰
좋은 협상은 이기는 협상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협상입니다. (2024.01.29)
상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이기는 협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끝까지 그가 이겼다고 믿게 하라』의 김의성 저자는 상대에게 덜 중요한 것을 양보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얻는 윈-윈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사업개발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협상 이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경험한 협상과 이론으로 배운 협상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영업활동을 하던 2006년 대학원에서 협상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객과 협상이나 협의를 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겪게 된 경험을 이론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상대가 나에게 쓴 협상 기술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놀랐습니다. 그때 배운 다양한 협상 기술에 제 에피소드를 추가하여 만든 자료로 내부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 반응이 좋아서 외부 활동도 하게 되었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협상’이라는 주제로 대학교와 기업에서도 강의했습니다. 협상은 암묵지에 가까워서 이론으로만 배울 수 없고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단 형식지의 부분도 필요하므로 이론과 기술을 배워 실제 경험해 보면 매우 좋은 암묵지가 되어 체득이 할 수 있게 됩니다. 제대로 된 이론과 기술 없는 경험은 잘못된 골프 스윙과 같아 고치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특히 감정 관리는 많은 연습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체득이 되어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그가 이겼다고 믿게 하라』라는 이 책의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협상에서 상대가 끝까지 이겼다고 믿게 하려면 어떤 협상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어떤 심리전을 펼쳐야 할까요?
상대가 이겼다고 믿게 하는 방법은 한두 가지의 협상 기술보다는 상대의 기대치를 관리한다는 협상의 기조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협상은 이기는 협상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협상입니다. 협상의 준비단계부터, 협상의 여정 내내 상대의 기대치에 영향력을 끼쳐야 합니다. 상대는 이겼다고 생각하고, 나는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면 되는 것이죠. 한 가지 소개해 드린다면 양보할 때는 상대가 양보의 가치를 최대로 느낄 수 있게 강조하는 가치양보(Value Concession)가 있고, 반대로 상대에게 요구할 때는 내 요구 사항이 적게 느끼도록 하는 최소 프레이밍(Minimum Framing)이 효과적입니다.
협상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하시면서 협상의 준비단계부터 마지막까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협상의 목표라고 하셨는데요. 협상의 목표를 설정하는 게 왜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협상은 상대방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기에 감정 관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정교한 대화가 오가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의 말 때문에 화가 나거나, 억울하거나 오해했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이를 바로잡으려는 유혹이 들 때 대부분의 협상가는 목표를 잊고 논쟁에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감정이 앞서는 협상에서는 양측 모두 원하는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협상 내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협상을 하고 있는지’ 집요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순위대로 나눈 목표를 구체적인 목표 수치로 미리 설정해야 합니다. 첫 제안포지션인 인텐드와 한계포지션인 머스트를 각각 설정하여 위임을 받은 협상팀이 인텐트와 머스트의 범위 내에서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가져오려면 구체적인 목표설정과 위임은 핵심 조건입니다.
대화에서도 침묵은 무기가 될 때가 있는데요. 협상에선 침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침묵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상대의 침묵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침묵이 불편해서 더 양보하거나 약한 논거를 제시할 때에는 상대가 나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침묵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제안했을 때 5초 정도 침묵을 보인 후 근거를 물어보는 질문을 던지면 상대가 감정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협상에서 5초의 침묵은 수많은 생각이 교차할 수 있는 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의 협상교육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스캇워크만의 특별한 협상 방식이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캇워크의 협상 교육방식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협상 여정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조직의 협상 역량을 진단해서 세 가지 기준점과 비교한 14페이지의 보고서를 제공하고, 개선이 필요한 역량을 교육프로그램에 반영한 뒤 24시간 동안 핵심인재 12명이 두 명의 컨설턴트와 실습을 반복해서 협상 기술이 몸에 체득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습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시도한 48년의 노하우를 통해 15배의 교육투자 대비 효과(ROI)를 자랑합니다.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 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 대비 효과입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협상이나 협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협상 기술을 우리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협상은 고객사와 계약 협상을 진행할 때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고객, 동료, 상사뿐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과도 협상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메뉴를 고를 때, 여행지를 논의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상대와 협상을 통해서 양측 모두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좋은 방법이 협상입니다. 협상의 구조와 기술을 숙지할 때 의견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나의 목표를 알려주고 상대의 목표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나에겐 유연하거나 덜 중요한 것 중 상대에게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양보하고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을 가져오는 교환입니다. 음식점에서 신메뉴를 무료로 먹어보고 싶을 때, 좋은 리뷰를 써 주거나 소셜미디어에 홍보해 주는 양보가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죠. 두 번째는 좋은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고맥락사회라 질문에 인색한 편입니다. 교육 중 실습을 진행할 때도 간단한 질문 하나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질문을 하지 않고 가정과 추측을 사실로 판단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매우 많이 목격합니다.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의식적으로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키우면 좋을지 독자분들을 위해 조언해 주셨으면 합니다.
협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한 가지의 기술이 협상을 도와주지 못합니다. 반대로 한 가지의 핵심적인 실수가 협상을 망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술을 체득할 수는 없으니 중요한 마음가짐 두 가지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구조적인 협상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목표와 양보 항목, 그리고 전달할 정보와 받을 정보를 차분히 정리한다면 협상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만 당황할 일이 줄어들어 감정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감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에 바로 답변하기보다는 5초 정도 시간을 가지며 심호흡하고 좋은 질문을 해야 추가 정보를 받을 수도 있고, 차분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용합니다.
*김의성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언어를 전공하고, 알토대학원(전 헬싱키 경제대학원) EMBA를 졸업한 후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사업개발 등의 업무를 경험했고, 사노피, 베링거 인겔하임 컨슈머 사업부 대표,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커머셜, 비즈니스 모델, 조직 통합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리더이자 협상가다. 현재 세계 최대의 협상교육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효과적인 협상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교육과 강연을 통해 “협상은 사례나 이론으로 배울 수 없다. 협상의 구조는 머리로 익히고 기술이 몸에 체득되어야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리더십 코치, 협상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멘토로 활동하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홈페이지 _ scotwork.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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