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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독서 프로젝트] 고전, 올해는 완독할 수 있을까? - 김중혁 소설가

고전 어드바이저 – 김중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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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의 무게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다면? 김중혁 소설가가 알려주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2024.01.24)

김중혁

소설가. 2000년 <문학과사회>에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스마일』, 산문집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등을 썼다.


고전, 어렵다면 이 책부터 – 초심자 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루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송승철 역 | 창비

고전을 읽는 게 처음이라면 무엇보다 현재와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그냥 유명하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 ‘지금’과 연결돼 있는 고전을 읽으면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입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겁니다. 손쉽게 줄거리를 설명할 수 있죠. 품위 있는 박사 지킬 씨가 하이드라는 야수로 변하는 이야기입니다. 조승우 배우의 출연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서태지와 아이들’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이 소설에서 비롯된 작품들이죠. 그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하이드를 덩치 큰 괴물로 상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원작에서는 오히려 지킬 씨보다 작습니다. 인간 내면에 선한 측면과 사악한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더 자주 사용하는 쪽이 더 크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9할은 노력과 덕성과 통제의 삶이었기 때문에 사악한 측면은 훨씬 덜 활용되었고, 훨씬 덜 소진된 것이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할 때 몸이 줄어들면서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되는 거죠. 원작을 읽어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질 겁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 저/이상원 역 | 현대문학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 중에는 영화화된 게 많습니다. <레베카>, <새>, <자메이카 여인숙>(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지금 쳐다보지 마>(니콜라스 뢰그 감독), <나의 사촌 레이첼>(헨리 코스터 감독) 등이 영화로 만들어졌죠. 그중에서도 단편 <새>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히치콕의 영화도 훌륭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의 공포가 훨씬 강렬했어요. 보통 대프니 듀 모리에를 ‘로맨틱 서스펜스의 대가’라고 부르는데, 섬뜩한 아름다움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저/홍성광 역 | 열린책들

최근에 그런 놀이가 유행했죠. “내가 만약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짧으면서도 심오한 질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질문의 근원적인 답을 찾으려면 카프카를 읽어야 합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문학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첫 문장이고,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는 문장입니다.


고전, 나만의 취향 찾기 – 심화 편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김욱동 역 | 민음사

가장 좋아하는 고전입니다. 헤밍웨이의 이 소설에는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습니다. 홀로 고립되어 있는 인간이 등장하고, 소설의 분량은 짧으며, 절망과 고통이 인간을 집어삼키지만 마지막에는 위로가 등장합니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이대우 역 | 열린책들

소설가가 된 직후에 읽었던 고전입니다. 소설가가 되었지만 소설 청탁이 거의 없어서 낮에는 장편소설을 쓰고 저녁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긴 소설들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생애 한 번쯤은 시간이 많아서 주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따로 있습니다. 길고 지루하고 흥미진진하고 숨 막히는데 잠도 솔솔 오는 그런 책입니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보면 어느 한 시절이 떠오릅니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필립 K. 딕 저/조호근 역 | 폴라북스

필립 K. 딕의 소설들도 좋아합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크리스마스 시장에 어울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를 쓴 것처럼, 필립 K. 딕은 주택 융자금을 갚기 위해서 1952년부터 1955년까지 백 편 가까운 단편을 썼습니다. 상황이 절박하면 소설가들은 뇌를 2백 퍼센트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필립 K. 딕의 장편소설도 좋지만 단편에서 느껴지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상상력을 더 좋아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저 | 송승철 역
창비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 저 | 이상원 역
현대문학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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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저 | 홍성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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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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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저 | 김욱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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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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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 | 이대우 역
열린책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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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 저 | 조호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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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중혁(소설가)

소설 쓰고 산문도 쓰고 칼럼도 쓴다. 『스마일』,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뭐라도 되겠지』, 『메이드 인 공장』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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