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작하는 '똑똑한 초등 글쓰기'
『똑똑한 초등 글쓰기』 신효원 저자 인터뷰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지적 성장 가능성을 믿는다. 텍스트 구조화에서 글쓰기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머릿속에 생각의 지도가 촘촘하고도 논리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2024.01.05)
‘아이가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 저변에는 ‘어려운데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해야겠지? 하지만 싫어하겠지’ 같은 불안한 마음도 뒤엉켜 있을 것이다. 이 복잡다단한 마음이 드는 이유에 대해 신효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내 생각과 지식의 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척도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글쓰기가 더 고약한 점은 이것입니다. 알고 있는 내용을 어디에 어떻게 배열하고 배치할 것인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전까지는 연필 쥔 손을 옴짝달싹도 못 하거든요.”
19년 경력의 한국어교육전문가이자 『어른의 어휘 공부』, 『똑똑한 초등신문』을 쓴 신효원 저자는 이번 신간 『똑똑한 초등 글쓰기』에서 ‘개요’라고 모호하게 통칭되어오던 이 과정을 ‘텍스트 구조화’로서 재정의한다. 생각과 지식을 재료로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논리의 집을 아이와 함께 짓는 방법, 직접 저자에게서 들어보자.
『똑똑한 초등신문』이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흥행하는 가운데, 신간 『똑똑한 초등 글쓰기』가 나왔어요. 전작 『똑똑한 초등신문』과 연계된 도서인가요?
신문 기사를 재료로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똑똑한 초등 신문』이 기사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고 이해해가는 입력의 과정이라면, 『똑똑한 초등 글쓰기』는 기사를 읽고 글의 구조를 분석해보고, 그 구조에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입혀 한 편의 글로 써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어요. 즉, 입력을 통한 이해에서 멈추지 않고,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 지도를 만들고 이것을 글로 써내는 출력의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글쓰기 책은 시중에 많은데, 그럼에도 내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책을 쓰시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그동안 부모님들도 아이들도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마지못해 어느 지점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 지점이란 무턱대고 한 문장이라도 써 보는 것이나, 의미 없는 질문에 별 뜻 없는 생각들을 써 내려가는 정도였을 거예요. 글쓰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데다 글쓰기에 근원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도 찾기 어려우셨을 테니까 그 타협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고요.
저는 아이들의 지적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믿어요. 『똑똑한 초등신문』을 즐겁게 읽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의외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꾸 헐거운 글쓰기만 반복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 안타까움들이 모여 ‘똑똑한 내용을 담은 쓰기 책을 만들어야겠다!’라는 다짐에 이르게 되었죠. 계속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아,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 ‘어렵지만 하다 보니 되네?’, ‘나도 복잡해 보이는 글을 쓸 수 있었네!’를 느낄 수 있는 책 말입니다. 이것이 『똑똑한 초등 글쓰기』 집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언어교육 전문가로서, 초등학생이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논리력을 키워 나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아이들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거기서 더 깊은 사고를 펼쳐 나가야 되는데, 논리력 없이는 이 일련의 과정이 다 뒤죽박죽 엉망이 되고 맙니다. 열심히 읽었는데 읽고 나서 이전 단락의 내용이 새하얗게 지워진 경험, 다들 해보셨을 텐데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 글이 어떤 논리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나가야 돼요.
글의 구조를 능숙하게 그려 나갈 수 있는 능력, 머릿속에 논리의 집을 짓고 그 집의 문을 열 수 있는 논리력의 마스터키. 그것은 바로 글쓰기가 쥐고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이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것이죠.
논리력을 키우는 글쓰기,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읽기에서 출발해 글쓰기로 마무리하는 과정을 거듭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읽고 그냥 써서는 논리력도, 글쓰기도 읽기 능력도 확장되지 않아요. 글을 읽을 때 텍스트 속 정보가 어떤 형태로, 어떤 맥락에 따라 펼쳐져 있는지 도식으로 나타내는 이른바 텍스트 구조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봐야 해요. 그런 다음 글을 쓸 때 자신이 그동안 읽었던 글에서 접해본 여러 구조화 틀을 상기하면서 내 글에 어울리는 것을 골라 얼개로 사용해 보는 거예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텍스트를 구조화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내재화가 되는데요, 종국에는 글을 쓸 때 어떤 의미의 틀을 사용해 내용을 정리하고 살을 덧붙이면 좋을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한층 더 탄탄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글쓰기는 읽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반대로 쓰기가 읽기에도 도움이 되나요?
글쓰기는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이 읽기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주어진 텍스트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내가 스스로 구조를 엮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것. 그 둘의 난도 차이는 언뜻 생각해 봐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글을 쓸 때마다 글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 때문에 텍스트 구조 파악 능력이 크게 늡니다. 그러니 역으로 문해력, 읽기 능력이 더 향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읽기와 글쓰기가 선순환 과정을 거쳐 나가다 보면 앞으로 더 어려운 수준의 텍스트를 무리 없이 읽어 나가는 데 커다란 힘을 실어줄 거예요. 읽기 능력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논리적인 글쓰기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작가님 자녀분이 이 책의 대상독자 나이대라고 들었어요. 책을 본 자녀분의 반응은 어땠나요?
글쓰기는 ‘쓰기’라는 적극적인 행위가 동반되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기도 하고 귀찮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도 이따가 하면 안 되느냐, 그냥 읽기만 하면 안 되느냐고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써보라고 시켰더니 마뜩잖은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방에 들어간 뒤로 한동안 조용하길래 안 쓰고 딴짓을 하나 싶어 방문을 슬쩍 열어봤죠. 뭐하나 들여다봤더니 아이가 연필을 꾹꾹 눌러 가며 열과 성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있었어요.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었어?”
“어! 나 아까는 좀 귀찮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멈출 수가 없네! 재미있는데?”
제 아이의 대답처럼, 이 책을 접하게 될 모든 아이들이 일단 시작만 하면 즐겁게 써 내려갈 거라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똑똑한 초등 글쓰기』 책을 구매하시는 학부모님들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학부모님들께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재미와 흥미만을 앞세운 학습은 금세 흔적도 없이 휘발되어버립니다. 학습의 자국을 남기기 위해서는 복잡한 것을 풀어나가려는 애씀의 시간이 얼마간은 필요합니다.
『똑똑한 초등 글쓰기』가 얼핏 보면 좀 복잡해 보이고, 또 실제로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이 시간을 조금만 참고 지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어른들의 마음에 쏙 들게 아이들이 글을 쓸 수는 없어요. 좀 엉성해도, 몇 문장 못 썼다고 하더라도 응원해 주세요.
『똑똑한 초등 글쓰기』에는 글쓰기 전에 생각해 봐야 되는 질문이 나와 있어요. 쓰기 주제를 확인하고 그 질문들을 보면서 쓸거리를 떠올려보고, 그것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다 보면, 어느샌가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던 마음이 글쓰기의 즐거움과 뿌듯함으로 채워질 거예요. 내 생각들을 정리해 스스로 글 한 편을 완성했다는 것, 모호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구조화하고 글로 써서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것은 상당히 큰 앎의 기쁨이에요. 저는 아이들이 이 알아간다는 것의 충만한 기쁨을 꼭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쓰기의 과정을 거쳐 나가며 새로운 지적인 세계에 눈을 뜨기를 바랍니다.
*신효원 ‘한국어’라는 언어를 연구하고 가르쳐 왔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했으며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과 각국 주한대사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어린이언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똑똑한 초등신문』, 『어른의 어휘 공부』, 『아이의 말하기 연습』, 『한 번에 키우기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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