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종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들을 만들고 싶어요"
『#라이프_스포일러』 박희종 작가 서면 인터뷰
경험을 통해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과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인 것 같아요. (2024.01.03)
『#라이프_스포일러』의 주인공 쌍둥이 남매 중 한 사람은 좋은 미래만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나쁜 일만 볼 수 있다. 상반된 능력만큼이나 대조적으로 살아온 두 사람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탐욕으로 인해 쫓기게 된다. 이 소설은 미래 예지 능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또한 스마트폰 해킹, 보이스 피싱, 장기밀매 조직 등 현실적인 소재를 결합하여 독자들이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네 번째 소설 『#라이프_스포일러』로 독자분들께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질문들에 앞서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어릴 적 꿈을 놓지 못하고 여기저기 끄적이다가 소설가가 된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작가로서의 근사한 꿈을 꾸곤 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직장 생활과 육아의 역경 속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꿈인 만큼 의욕도 할 이야기도 아직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소설가’로 활동하시지만 과거 남다른 이력을 많이 가지고 계신데요,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꿈을 접고 평범하게 살면서 다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에 대한 꿈은. 그런데 첫째를 낳고 너무 아이가 이뻐서 저도 모르게 육아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일기를 쓰듯이 썼는데, 그 글들이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포기했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근길에 “타운하우스” 현수막을 보고 아이디어가 생겼고,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맥주를 한잔하면서 카톡으로 프롤로그를 썼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냈는데, 아내의 대답이 “우와 재밌다. 소설 같아.”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첫 데뷔작이 되었습니다.
이번 소설 주인공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지함 선생의 ‘토정비결’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토정비결을 소재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집필할 때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나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실제로 제가 직장인이다 보니까. 회사에서 별일이 다 있었어요, 그리고 진짜 힘들어서 이직을 하려고 고민하던 시기에 주변의 권유로 처음 점을 봤죠. 그때 점을 봐주신 분이 그랬어요. “내년 3월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에 제가 좀 살 것 같았어요. 정말 당장이라도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던 마음이 진정이 되는 것을 보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미래를 알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간절함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그 간절함을 담고 싶었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남자의 간절함이 나타나는 프롤로그와 외할머니의 간절함이 드러나는 에필로그입니다.
소설의 소재(글감, 아이디어)와 캐릭터는 주로 어떻게 발견하고 구축하시나요? 이러한 인물들을 그리게 된 이유나 의도도 궁금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제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타운하우스도 멀게만 보이던 연예인을 가깝게 지내게 되었던 기억을 소설로 풀어낸 것이고, 감귤 마켓도 제가 경험했던 수많은 거래들이 기본이 되었구요. 전작도 제가 직장 생활에서 경험한 블라인드 앱의 이야기였고, 라이프 스포일러도 결국은 불안하고 간절함이 가득했던 저의 20대에 구상했던 이야기입니다. 경험을 통해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과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인 것 같아요.
2021년 출간된 첫 소설 『타운하우스』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출간 소식을 전해주고 계세요. 작년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 『감귤마켓 셜록』은 ‘2022 문학나눔 도서’로, 올해 출간된 『더 비하인드』는 ‘2023 부산스토리마켓 한국IP 부문’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매년 소설 책이 출간되는 것도 놀라운데 출간된 작품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예비 소설가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작가님만의 집필 노하우(비결, 습관 등)가 있으신가요?
진짜 전 막 써요. ‘이러다 욕 먹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요. 일단 ‘써야겠다’ 마음을 먹으면 우선 한 줄이라도 씁니다. 그게 카카오톡이든 수첩이든 어디든지. 그래서 제 머릿속에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해요. 왜 공부할 때도 뭔가 다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항상 책을 들고 다니다가 짬이 나면 책을 보는 애들도 있잖아요. 저는 후자가 같아요. 그래서 막 뭔가 거창하게 준비하기보다는 꾸준히 시간이 날 때마다 무조건 쓰는 편입니다.
앞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계속 들려주고 싶으세요? 작가님의 추구하는 집필 방향이나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제 글을 읽어 주신 분들이 판타지라는 말을 말이 하세요. 현실적인 이야기에서도 뭔가 판타지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고요. 저는 제가 제일 잘하는 이야기인데요. 그냥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들을 만들고 싶어요. 스릴러, 드라마, 로맨스, 호러 등 제가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좀 더 확장하고 가공해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게 가장 큰 포부고요. 그래서 제 이야기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그게 소설을 통해서든 영상으로 제작되든 말이죠.
마지막으로 『#라이프_스포일러』을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떤 분이 꼭 읽어주시면 좋을지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미래는 바꿀 수 있어.’ 제가 이 소설을 통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제 미래가 정말 많이 바뀌었거든요. 4년 전만 해도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상하고 노력하다 보니 이렇게 달라지고 있거든요. 혹시라도 ‘나는 원래 그래’라고 포기에 익숙해지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소설을 통해 “누가 그래? 내가 그렇다고” 이렇게 화내시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희종 희곡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연극을 공부한 뒤, 열세 편의 뮤지컬을 만들었다. 이후 다양한 회사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소설가도 겸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장편소설 《감귤마켓 셜록》, 《타운하우스》를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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