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 결산] 올해의 화제성 –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채널예스 2023 결산 특집 (3) - 올해의 순간
제가 좋아하는 부분, 힘을 준 부분, 아끼는 장면을 독자들도 함께 비슷하게 읽은 것 같아요. 이런 일치의 경험은 더 많이, 더 잘 쓴다고 찾아오는 건 아닐 것 같아요. (2023.12.14)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 지독하게 생생한 소녀의 이야기로 공감을 일으키며 『소녀는 따로 자란다』는 위즈덤하우스 위픽 연재 역대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작가 안담 역시 아끼는 이야기에 호응해 준 독자들의 반응이 특별히 소중하게 기억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한다.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가 위클리 픽션에서 연재될 때부터 SNS를 통해 큰 화제가 되었어요.
일단 좀 놀랐어요. 이 작품은 위클리 픽션에서 제안을 받고서 쓴 게 아니에요.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원고를 ‘지금 이때가 어울리는 무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린 거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어해서 아끼고 간직한 이야기라서요. 원래 에고 서칭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지금 아니면 못 누리겠다는 생각에 트위터 새로고침을 계속했어요. (웃음) 실시간 반응이 주는 짜릿함과 불안감에 약간 두려우면서도 신났던 것 같아요.
인상적인 반응이 있나요?
사실 제 글에 대한 이야기보다 독자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 제일 좋았어요. 나는 어릴 때 어땠고, 어떤 언니가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많이 들을 수 있어 참 좋았고 소중하게 모아두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소녀는 따로 자란다』의 대사나 장면을 많이 인용했는데, 그만큼 많은 공감을 일으킨 거겠죠?
작가가 글을 쓰면서 좋아하고 아끼는 부분을 독자도 똑같이 반응하는 건 전혀 아니잖아요. 이전에도 글을 발표하면 상상한 거랑 전혀 다른 부분이 인용되는 경험도 꽤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 힘을 준 부분, 아끼는 장면을 독자들도 함께 비슷하게 읽은 것 같아요. 이런 일치의 경험은 더 많이, 더 잘 쓴다고 찾아오는 건 아닐 것 같아요.
책 표지에는 “차라리 여자랑 사귀고 싶다고 말하면서 운다”라는 문장이 인용되어 있는데요. 특히 사랑받은 구절이 아닌가 싶어요. 작가님이 특별히 아끼는 부분도 궁금한데요.
저도 주인공이 ”남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들 중 누가 그렇게 할까? 누가 너의 머리를 이렇게 오래도록 빗어줄까?”라면서 반박하는 부분을 좋아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또래들의 상호작용보다는 속으로 생각하는 게 많은 캐릭터다 보니까 머릿속 생각을 쓰는 것이 되게 즐거웠어요. 어린아이라면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제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책에서 발견한 근사한 단어를 되게 열심히 쓴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린아이지만 단어에 한계를 두지 않고 대사를 썼어요.
무늬글방 운영자, 엄살원 주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작가라는 여러 직업을 수행하고 계세요.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을 텍스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하는 일을 하나로 꿸 수 있는 아무런 단서가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온 거죠. 인생의 생애주기별로 자기를 부르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삶의 형태가 있잖아요. 지금도 그래요. 자신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모두에게나 어려운 질문일 것 같아요. 내가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몇 년을 지내고 보니 어느 정도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말할 때 생활력이 어떻고, 살림 살이가 어떻고, 커리어적으로 성장을 하고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전 그게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통제로 이루는 일이 아니라고 봐요. 보통 노력과 그에 따른 기회를 통해 성장하면서 더 잘 살게 된다고 말하잖아요. 근데 저는 잘 살아둔 힘으로 못사는 시기를 버티는 느낌이거든요. 잘 하고 있을 때를 잘 누리다가 그렇게 축적한 힘으로 못살기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설거지나 빨래를 하는 게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시기에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파도 타듯이 모든 일들을 해버리곤 하는데, 노력에 따라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시기가 왔다가 또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2024년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먼저 <채널예스>에서 칼럼을 쓰게 되었고, 소설이나 에세이 등 여러 재미있는 작업들이 계획되어 있어요. 굳이 내 장르를 정하기보다는 닥치는 대로 해보려고 하는데요.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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