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곳에 영원히 머무를 그대
어른을 위한, 선물 같은 그림책 『늘 그대』 곽수진 작가 서면 인터뷰
『늘 그대』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노래 「늘 그대」(심현보 작사, 성시경 작곡, 양희은 노래)의 노랫말을 글로 삼아 곽수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로운 감성으로 펼쳐 보인 그림책이다. (2023.12.11)
얼마 전 출간된(2023. 11. 20) 『늘 그대』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노래 「늘 그대」(심현보 작사, 성시경 작곡, 양희은 노래)의 노랫말을 글로 삼아 곽수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로운 감성으로 펼쳐 보인 그림책이다. 노래의 화자가 그러했듯,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그러했듯, 이 책을 감상하는 독자들 또한 자신만의 ‘그대’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살포시 꺼내어 어루만지게 한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림책을 출간하실 때 글을 직접 쓰기도 하시지만 다른 글 작가님과 협업을 하시게 되면 좋은 원고를 고르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최근 작업하신 책들이 노래와 관련된 경우가 많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누가 누군가를 고른다기 보다는, 저에게 있어 글 작가님은 함께 조별 과제를 하는 팀원처럼 느껴져요. 그림 작가로서 글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또 글에게 끌려가기만 하지 않도록 밸런스 조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업자처럼요.
최근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노래에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작업했는데요, 가끔은 너무 좋은 가사가 멜로디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사람들은 같은 노래를 듣더라도 각자 다르게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데, 제 시점을 독자님들과 공유하고 공감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늘 그대」 노래를 들었을 때, 혹은 원고를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언제 감상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곤 하잖아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느끼기도 하고, 향수의 경우는 탑 노트, 미들 노트, 라스트 노트가 다른 것처럼요.
저는 듣자마자 가족이 떠올랐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삼십여 년간의 삶에서 늘 한결같은 존재는 가족밖에 없었던 것 같거든요. 요즘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가 유행인데, 시절에 상관없이 저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는 와중에도 가족은 한결같이 제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늘 그대’를 들었을 때, 변치 않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저는 반복해서 들어도 비슷한 감정이 일었어요. 물론 떠오르는 장면과 기억들은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요.
책장을 넘기다 보니 중간에 자연스럽게 화자가 바뀌더라고요. 그림책 중에서도 이 책의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닌데, 그 안에서 엄마와 딸의 서사가 함께 펼쳐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공감이 참 잘 되었거든요. 그림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실 때 부담은 없으셨는지, 또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아무래도 적은 분량의 페이지 안에 두 명의 화자를 담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화자가 엄마에서 딸로 변하는 시점을 자연스럽게 그려 내야 했거든요. 하지만 엄마의 존재를 깨닫는 존재로서 딸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딸을 향한 엄마의 일방적인 애정만 드러나는 것 같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딸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책을 구매하신 분들 중에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후기가 제법 있더라고요. 작가님이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신다면 어떤 분께 드리고 싶으신가요? 작품 속에 ‘엄마’를 담아 주셨으니까 그분은 제외하고 말씀해 주신다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 또 다른 가족이자 반려묘 ‘수수’에게 주고 싶어요(물론 수수는 글을 읽지 못하겠지만요). 제가 『늘 그대』에서 그려 냈던 엄마처럼 곁에 늘 있을 테니까 제가 외출을 해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해 주고 싶고, 아파도 옆에 있어 줄 테니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의지해 줬으면 좋겠어요.
『늘 그대 』뿐 아니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도 강아지, 고양이, 새 들이 종종 등장하던데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꼭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작가님 작품 속에서 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
네, 동물들의 계산적이지 않은 모습과 개성 있는 외양을 작품에 그리기 좋아해요. 또 함께 지구를 공유하는 이웃으로서, 당연히 제가 그리는 이야기 속에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인간만 살고 있지 않으며, 산을 그리려면 나무를 그려야 하듯이 말이에요.
여덟 번째 장면에 ‘더는 아무것도 머무르지 않은 게 서글플 때’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어릴 때와 지금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실 때, 이 장면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 작가님이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살짝 들려주세요.
친숙한 표현 중에 ‘낙엽만 굴러가도 웃을 나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공감되지 않았었는데요. 지금 돌이켜 보니 정말 어린 시절에는 작은 것에도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대부분의 경험이 처음이라 이에 따른 설렘도 자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풍부한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처음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공모전에 입상했을 때, 그리고 처음 책을 냈을 때의 두근거림을 붙잡고 싶어요. 이런 긴장과 설렘이 좋은 책을 내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거든요.
요즘은 그림에 관심 있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감상뿐 아니라 실물이든 태블릿이든 ‘붓을 드는’ 사람들이 늘어났잖아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방법도 좋고, 즐기면서 그림을 그리는 방법 같은 것도 좋습니다. 그림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을 너무 ‘잘’ 그리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상하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면 더 어색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처럼, 그림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할수록 더 긴장되고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이제는 정석보다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그리는 기술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기본 지식과 기초적인 테크닉이 도움이 될 테니 클래스도 들어 보시고,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독학을 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함께 멋진 그림으로 세상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어요.
*곽수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배우다가,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첫 번째 동화책인 『A Hat for Mr. Mountain』을 영국에서 발표했으며,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에서 『Costruttori di Stelle』로 대상을 받았다. 이후 월드일러스트레이션어워즈와 요토카네기메달(케이트 그리너웨이상) 후보로 지명되고, 202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 심사 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강아지 별』, 『별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린 책으로 『비에도 지지 않고』, 『10CM 그라데이션 Gradation』,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덕담』, 『고양이는 이사 중!』 등이 있다. 강렬하면서도 따스한 여운을 남기는 그의 그림은 문학과도 퍽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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