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지혁의 ‘소설가를 꿈꾸며’ 읽은 책
당신의 책장 – 채널예스의 특별한 책 큐레이션
소설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 문지혁의 추천 책 리스트. (2023.12.06)
문지혁은 소설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소설 『P의 도시』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등을 지었고,『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을 옮겼다. 유튜브 채널 <문지혁의 보기드문책>을 운영하며 깊고 넓게 책 읽는 법을 함께 나누고 있다.
폴 오스터 저/김석희 역 | 열린책들
무더웠던 2000년 여름, 진주의 훈련소에서 맞닥뜨린 이 몇 개의 문장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스티븐 킹 저/김진준 역 | 김영사
어떤 책은 여러 번 사게 된다. 읽고 줄 긋고 찢고 빌려주고 잃어버리고. 이 책을 세 번째로 산 건 2013년 봄이고 이후 아직까지는 잊지도 잃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스티븐 킹의 문학적 자서전이자 창작론인데, 둘 중 어느 쪽도 글을 쓰려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에 관하여(On Writing)’이라는 원제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책.
레이먼드 카버 저/김연수 역 | 문학동네
카버는 위대한 작가지만 삶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바란 것은 자신의 소설 중 「대성당」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두 작품이 살아남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는 이뤄진 것 같다. 카버가 몰랐던 것도 하나 있다. A small good thing. 동아시아의 우리가 ‘소설’이라고 부르는 작은 이야기야말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트루먼 카포티 저/박현주 역 | 시공사
대학원 시절 커포티를 읽던 어떤 날이 아직도 생각난다. 책을 읽다가 이상하게 압도되는 기분이 들어서, 잠시 두꺼운 책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던 기억.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 픽션과 논픽션 사이 어디쯤 있는 서술 방식, 커포티 특유의 문체와 태도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진짜다. 시체처럼 차갑고 피처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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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사자와의 이틀 밤』 등을 썼고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을 번역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