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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최소한의 산재 기록을 남기는 게 제 책무" (G. 신다은 기자)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6회)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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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를 안다는 것은 그 진상을 규명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떠나간 이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마음 깊이 추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시는,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쓰신 신다은 기자님 나오셨습니다.


일터의 죽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독자들이 아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한다. 사고 발생 후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은 몇몇 기업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의 사항을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설비 개선을 하며 ‘안전에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고 기업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 결과다. 노조들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의무로서 산업안전을 주목하고 대응책을 찾고 있다. 모두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한겨레21> 신다은 기자님의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의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매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 약 800명. 매일 2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들의 참혹한 죽음은 기업의 은폐 속에, 사회의 무관심 속에 이름 없는 죽음으로 남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 신다은 기자님은 김용균, 이선호, 구의역 김군, 김다운 등 우리가 기억하게 된 이름뿐 아니라 이름을 갖지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모아 알려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정확히 아는 일’이 어떻게 ‘정확하게 추모하는 일’이 되는지 알게 되지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쓰신 신다은 기자님을 모시고, 아픔의 곁에 서고, 돌이킬 수 없이 연루되고, 마침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신다은 편> 

오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희가 환영을 하면서도, 무거운 책이기 때문에 들떠서 인사를 드리기는 어렵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 책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이 책을 집필하기까지 마음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책을 내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여쭙고 싶어요. 

신다은: 사실 산재를 전문 취재처로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저도 고용노동부의 노동정책을 취재하면서 산재를 같이 취재하게 되었는데요. 보니까 제도적으로 산재라는 그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예요. 기자나 노동부 감독관, 산업안전공단 직원 정도가 가능하죠. 바깥에서, 시민단체나 유가족분들은 엄청나게 이 안을 알기를 원하고, 도와주려고 노력도 하시거든요. 근데 정보가 많이 차단되는 거예요. 그래서 어쨌든 그 안에 입장 되도록 허용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저의 어떤 책무다,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은: 신다은 작가님 프로필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 안전할 권리 등을 주제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한국 사회의 열악한 안전 실태에 처음 눈떴다. 이후 한 명의 시민으로, 사회부 기자로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을 찾아갔다. 재난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과 대안을 알고 싶었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진 못했다. <한겨레>에서 노동 분야를 담당하며 일터에서도 매일 재난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됐다. 산재사고를 접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자꾸만 헤맸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애초부터 안전에는 또렷하고 쉬운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쉬운 길을 찾고픈 유혹을 버리고 그 난해한 문제 풀이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 삶을 깎아 그 일을 먼저 시작한 유가족과 활동가, 연구자들이 있다. 이 책은 그들이 발견한 진실의 조각들을 모으고 기록한 것이다. 사회 곳곳이 안전해지는 여정에 앞으로도 기록자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개글 가운데 ‘기록자’라는 말이 남다르게 와닿는 것 같아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 아무도 섣불리 발 들여 알아내려고 하지 않은 일들을 기록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기록자라는 단어를 쓰실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신다은: 가장 큰 이유는 투쟁하신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 노조, 기업에 계신 진심을 다하는 안전관리자 분들이 이 글들의 주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기록자라는 의미로 쓴 것도 되게 컸던 것 같아요. 그분들이 발견한 것들을 제가 정리하고 유통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오은: ‘여러 사람 만나고 이야기 들으면서 애초부터 안전에는 뚜렷하고 쉬운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부분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게 시민으로서, 기자로서 해야 된다는 생각하시는 거죠? 

신다은: 네, 같은 체념감과 좌절감을 느끼더라도 ‘이래서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과 완전히 불가해의 영역인 것과는 그 체념의 깊이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깊이를 조금 얇게 해보고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은『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가 어떤 책인지 작가님께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신다은: 한 해에 일터에서 질병을 제외하고, 사고만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연간 800명 정도 돼요. 2022년 작년 한 해는 874명이었고요. 그렇게 되면 하루에 약 2명 정도가 출근을 했다가 퇴근을 못하는 것인데요. 그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구의역 김 군이나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씨 같은 경우는 기억을 하지만요. 800명이라는 숫자에 비해서는 너무 적게 알려지는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많은 죽음이 알려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알려진 죽음들에는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인지를 정리해 보고 싶었어요. 알려진 죽음에 어느 정도 겹치는 패턴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유형화해서 시민들께 전달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오은: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다음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안전을 경영의 중심에 놓아본 적 없는 기업이 생산 효율을 최우선으로 추구할 때 아주 ‘자연스럽게’ 노동자가 죽는다.’ 정말 일상에서 많이 쓰는 표현인데 이렇게 뼈아프게 다가오는 ‘자연스럽게’라는 표현이 없었어요.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이 이 한 문장에 다 담긴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요. 이 문장에 담은 기자님의 생각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신다은: 자연스럽다는 말이 ‘당연히 그래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작은따옴표를 썼는데요. 고의가 아니어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산업사회에서 일터는 당연히 생산 원칙이 우선이죠. 그러다 보면 원래 안전 조치도 함께 가야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생산 목표를 이룰 수 있을 텐데요. 사업주가 일부러 노동자의 눈을 멀게 해야겠다거나 눈이 멀든 말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고도요. 그저 생산이 증대되는 만큼 동일하게 안전이라는 것을 챙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노동자에게 큰 위협이 돼요. 안전도 결국 자원이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은: 결국 보도되지 않으면 이런 사건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없잖아요. 하루에 2명 이상씩 사망하고 있지만 체감하기 어렵고요.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고, 보도가 많이 되어서 귀에 익은 분들 말고는 피해자가 이렇게 많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하게 마련이에요. 실제로 오늘 방송 들으시면서 놀라시는 청취자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서 갑(원청)이 을(하청)을 탓하고 을은 또 그 책임을 죽거나 다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 패턴이 반복되는 근원적인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하는 고민도 깊어졌거든요. 기자님은 이 고민에 어떤 답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신다은: 외주화라는 말이 저는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주화는 비용 절감이 되고 깔끔하다, 책임을 분산하기 용이하다는 식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어감으로 사용되는데요. 쉽게 말해 외주화하면 돈 아껴, 뭐 이런 거잖아요. 근데 사실은 외주화의 잘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는요,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거예요. 어쨌든 내가 했어야 되는 일을 남한테 준 거잖아요. 그러면 하청 업체에서 예를 들어 안전 관리비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노동자들을 위험한 공정에 집어넣어도 모르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외주화하면 돈 아껴, 이게 아니고요. 외주화하면 나중에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중요한 사각지대가 반드시 생겨, 그리고 너는 그걸 책임져야 할 거야, 이거예요. 이 둘은 굉장히 다른 맥락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후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저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입니다.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신다은: 아주 잘 읽히는 책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재난 안전에 대한 시각의 완전한 전환을 준 책이라 추천하겠습니다.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이라고 하는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님이 쓴 책인데요. 혹시라도 세월호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찜찜한 마음이 조금 남아 있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더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요. 그 참사가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라는 종류의 질문에도 아직 우리가 답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저는 이 책이 일차적인 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덕분에 어떤 정치적 의문이 가득한 ‘게이트’ 같은 사건에서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만들어 낸 총체적인 사고라는 인식으로 옮겨가게 되었어요. 혹시 재난 참사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신다은 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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