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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아니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곽재구 첫 동시집

『공부 못했지?』 곽재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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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계속 더 잘해 나간다면 공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았다. 곽재구 시인이 포착해 낸 시의 세상이 일러스트레이터 펀그린 작가의 붓끝에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2023.07.18)

곽재구 저자

『공부 못했지?』는 곽재구 시인이 등단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를 쓰는 곽재구 시인이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 61편이 담겨 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아이는 좋아하는 것이 참 많다. 하지만 단 하나, 공부는 싫어한다. 그러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계속 더 잘해 나간다면 공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았다. 곽재구 시인이 포착해 낸 시의 세상이 일러스트레이터 펀그린 작가의 붓끝에서 자유롭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순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금은 순천에 있는 작업실에서 시를 쓰신다고 들었어요. 하루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제 작업실은 옥천이라는 작은 강가에 자리하고 있어요. 입구에 '정와(靜窩)'라는 조그만 문패가 붙어 있는데요, '맑고 고요한 오두막이' 라는 뜻이에요. 정년퇴임하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오두막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지요. 제가 생각보다 비겁해요. 강변 오두막에서 달빛보고 반딧불이 보며 시 쓰고 사는 꿈을 뒤로 미뤘어요. 멍청이죠. 꿈을 미루다니. 여러분은 미루면 안 돼요.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해요.

매일 옥천 강을 따라 걸어요. 걷다가 시 쓰고 춤도 추고 종이배도 띄우고 비둘기들에게 모이도 줘요. 누런 황토색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안에 찰보리쌀이 들어 있죠. 비둘기들이 아주 좋아해요. 비둘기들은 매일 나를 기다려요. 기다리는 비둘기를 위해 시를 써요. 옥천 강이 끝나는 삼거리에 동천이 흘러요. 동천을 따라가며 꽃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시를 쓰고 춤도 추죠. 춤, 별거 아니에요. 두 팔을 들고 가만히 스텝을 밟는 거죠. 바람이 좋아하며 따라와요. 동천 왼쪽으로 가면 순천 웃장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아랫장이 있죠. 가까운 시골 마을들에서 온 할머니들에게 달래도 사고 애호박도 사고 고등어도 사요. 고등어가 대해를 헤엄치던 시절 생각하며 시를 쓰죠.

라면 끓일 때 달래를 넣으면 입안이 상큼해져요. 장터 할머니들과 함께 삼겹살집에 간 적도 있죠. 다들 좋아하셨어요. 옥천과 동천은 예부터 선비들이 '소강남'이라고 불렀지요. 강남은 중국에서 경치가 제일 좋은 곳인데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뜻이에요. 정원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혹 순천에 오시면 정와에 찾아와요. 예쁜 동시 써서 찾아오면 내가 짜장면도 사 주고 찹쌀떡도 사 줄게요. 순천 찹쌀떡 짱이에요. 언젠가 물 없고 전기 없는 오두막에서 살고 싶은 꿈 꼭 이룰 거예요. 내가 쓴 시로 세수하고 촛불 아래 새로운 시를 만난다면 하늘의 별들과 반딧불이들이 좋아하며 찾아오겠죠? 생각만 해도 신나요.

50년 넘게 시를 써 오고 계세요. 선생님께 시 쓰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요?

50년 이상 시를 쓰며 살았지요. 시 쓰는 게 참 좋아요. 그래서 아침에 해가 뜨면 시를 썼어요. 세수를 하며 시를 쓰고 밥을 먹다가도 시를 쓰고 걸어가면서도, 버스를 타면서도 시를 썼어요. 친구 집에 가서도 시를 썼고 저녁에 별을 보며 시를 썼어요. 꿈속에서도 시를 썼죠. 꿈속에서 쓴 시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요. 꿈에서 깨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니 아쉽기도 하죠. 고3 때엔 시를 쓰느라 열흘 뒤에 대입 예비고사(수능시험)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친구가 내게 "재구야 열흘 뒤면 대입 예비고사인데 시험은 어떻게 볼 거야?"라고 얘기했죠. 믿지 않겠지만 사실이에요. 난 걱정하지 않았어요. 시험보다 시가 내겐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세상의 어떤 무엇보다 시가 사랑스러웠지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일은 자기가 사랑하는 일에 푹 빠져서 사는 거예요.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죠.

선생님 성함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인도에서 3년쯤 지냈어요. 인도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아주 좋아했어요. 다들 내 이름을 부르며 하하하 웃었지요. 처음엔 영문을 몰랐어요. 내 이름 재구를 영문으로 'Jai Gu'로 썼지요. 별생각 없었어요. 인도의 상류층인 브라만들은 산스크리트어를 쓰는 걸 품위 있게 여겨요. 산스크리트어로 'Jai'는 빅토리, 승리의 뜻이라는군요. 'Gu'는 똥이에요. 그러니 내 이름이 '똥의 승리'가 되는 셈이지요. 브라만들은 나를 똥의 승리라고 부르며 좋아했지요. 문제는 똥의 승리라는 한국어 발음이 인도인들에게 힘들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더 쉬운 한국어 발음을 알려주었지요. '똥의 힘', '똥심이'. 소리 나는 대로는 '똥시미'죠. 똥시미! 똥시미! 사람들이 나를 똥시미라 부르는 것이 좋았지요.

이번에 『공부 못했지?』로 처음 동시집을 내셨어요. 소개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공부 못했지?』에 나오는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서 사는 아이에요. 구구단을 외우는 일은 수학 공부를 위해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사흘이 지나도 3단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요. 엄마가 걱정하죠. "사흘이 지나도 3단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니 부끄럽구나"라고 말하죠. 엄마의 걱정은 필요 없는 걱정이에요. 아이는 엄마가 여고 시절에 읽은 낡고 노란 세계 문학 전집을 좋아하죠. 

오래된 책 냄새 속에서 여고 시절 엄마 냄새를 맡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난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쓸 생각을 하죠. 도자기 공방에 가서 컵을 만들고 좋아하는 곰돌이 푸 아저씨 그림을 그리죠. 도자기가 구워지기 위해서는 온도가 1000도가 넘는 가마 속에 들어가야 하죠. 뜨거운 불을 푸 아저씨가 어떻게 견딜까 걱정하죠. 겨울밤, 낮에 만든 눈사람이 외롭지 않도록 밤새 방에 불을 켜두고 쇼팽의 녹턴을 들려주기도 해요. 공룡의 머리뼈만 보아도 공룡 이름을 다 말할 수 있고 밤하늘의 별자리 이름도 척척 알지요. 길고양이를 위해 동시를 쓰기도 하고 지렁이와 개미의 삶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보이죠.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이 아이에게 3단 구구단을 외우는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죠. 이 아이야말로 오늘날 세계가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일 수 있죠.



『공부 못했지?』라는 제목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님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공부를 다 잘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교실 청소에는 관심이 없어요. 어려운 이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도 별로 없고 자연 현상이나 여행에도 관심이 없지요 오직 학과 공부만 열심히 하여 전교 1등을 한다면 저는 이 아이를 멋진 아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멋진 아이는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아이에요. 가족을 사랑하고 자연과 꿈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아이죠.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푹 빠져 사는 아이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제 꿈은 이런 아이들이 세상의 학교와 운동장과 도서관과 공연장을 바글바글 채우는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 꿈으로 가슴을 채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신나지 않나요? 이런 세상에서는 "공부해라", "숙제해라"는 말이 절로 사라질 거예요. 공부만 하고 살아온 어른들은 자신들의 삶이 부끄러워 이불 속으로 들어가 숨을 거예요. 그럴 때 아이들이 어른들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여 줄 수 있어요. '그때는 공부가 최고였으니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공부 열심히 하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하셨잖아요. 전쟁도 이겨내고 가난도 이겨 내셨지요. 그 덕분으로 지금 우리들이 있는 거죠. 우리는 엄마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점점 글을 읽는 것이 낯설어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동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을 믿어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엄마에게서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내게 꿈을 주죠. 아이들은 신과 인간 세계의 가교 역할을 해요. 신이 꿈꾸는 세상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아이들의 심장 속에 새겨져 있죠. 어른이 되면 이 심장이 쪼그라들어요. 점점 이기적인 욕심쟁이가 되어 가죠. 그래도 괜찮아요. 새 아기들이 태어나니까요.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은 꽃이 핀다는 말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죠. 꽃은 희망과 같은 의미를 지니죠. 동시는 아이들의 심장에 새겨진 천국의 문양을 읽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녀요. 맑고 꿈 많은 동시를 읽으면 세상이 조금씩 착해져요. 그러니 망가진 어른들이 동시를 읽는 것은 참 중요해요. 어른들이 동시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니 어린 여러분들이 엄마 아빠를 데리고 여러분의 이불 속으로 함께 들어가 여러분이 쓴 동시를 읽어 주세요. 엄마 아빠가 착해질 거예요. 눈부시고 신비한 세상의 시작이에요.

이 책을 읽을 아이들과 함께 읽을 부모님과 선생님 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요?

『공부 못했지?』를 읽은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공부해라, 공부 잘해야 한다!"는 말 대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렴!", "더 좋은 세상의 주인이 되렴!"이라고 말해 준다면 참 좋겠어요. 학과 성적만을 모아 등수를 정하고 우등상을 주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아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어요. 학교가 아이들의 꿈을 만드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싶어요. 더 높고 아름다운 인간의 꿈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 교육 과정이 되는 거죠. 대학의 시험도 과목별 점수의 합이 아닌 이 수험생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 판단하여 선발하는 거죠. 현실은 어렵지만 포기할 수 있는 꿈은 아니죠. 모든 공부를 다 잘 하는 아이로 채워진 학교보다 꿈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의 꿈을 키워가는 학교의 모습이 저의 꿈이죠.



*곽재구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사평역에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아리랑』, 『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 등이 있고,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다. 동화집으로는 『아기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동서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받았다. 『공부 못했지?』는 등단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공부 못했지?
공부 못했지?
곽재구 글 | 펀그린 그림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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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공부 못했지?

<곽재구> 글/<펀그린> 그림15,120원(10% + 5%)

『사평역에서』 『곽재구의 포구기행』 100만 독자가 사랑한 시인 곽재구의 첫 동시집 『공부 못했지?』는 곽재구 시인이 등단 이후 처음으로 펴내는 동시집입니다.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를 쓰는 곽재구 시인이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 시 61편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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