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정은우 저 | 창비
종종 뉴스나 소설을 읽고 그 이후를 생각해 본다. 한 발짝 떨어져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정말 산 사람은 잘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정은우 작가의 첫 소설집 『묘비 세우기』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소중한 사람, 비슷한 사람, 때로는 과거의 한 덩어리를 통째로 잃고도 계속 살아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산업 재해, 인종 차별, 혐오 범죄, 성폭력 등 사회 문제의 남겨진 피해자이지만, 당사자의 비통함보다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래서 책을 덮은 후에도 이들이 삶을 계속 살아낼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든다. 남겨진 자의 일상을 자주 고민하게 되는 요즘, 작은 위로가 되는 책. (이참슬)
장춘익 저 | 곰출판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철학서가 아닐까? 철학은 곧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다소 어려워 보이는 철학가들의 사상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복잡함을 누군가의 지혜로 좀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임을 알아야 한다. 『나의 작은 철학』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일상 키워드들을 철학 이념들에 빗대어 그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총 6장의 챕터에서 '철학'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끝나는 점도 인상 깊다. 귀찮고 힘들어서, 혹은 정말 정신없이 인생의 디테일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 책을 권한다. 장춘익 작가가 짚어주는 이야기들로 나만의 개념과 신념을 가볍게 다잡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수빈)
이지나 저 | 라이프앤페이지
대개 부모가 되면 여행을 잠시 멈춘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는 적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치안은 괜찮을까?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지? 디자이너이자 여행하는 사람인 저자 '이지나'는 결혼하고 아이 '얼이'가 태어난 후에도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결혼은 둘이 함께하는 여행 같았"고 "여행과 아이,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저자. 오히려 그는 아이 덕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알지 못했던 것을 배웠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을 모르던 나의 작은 시인의 언어를 받아 적다 보니 책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이지나 작가는 말한다. "아이와 세상을 여행하는 일은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여행과 아이, 이보다 우리를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내 옆의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어디든 떠나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엄지혜)
보리, 현빈, 현창 편 / 플랫폼씨 기획 | 빨간소금
어린 시절, 시위에 나가거나 사회 변화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들려오던 말이 있었다. "너, 꿘이냐?" '운동권'에서 따온 '꿘'이라는 말은 '이루어지지 못할 사회상을 밀어붙이는', '늘 시끄럽게 구는', '독단적인 신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이제 '꿘'이란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활동과 활동가만이 있을 뿐이다. 사회 운동이 망했다는 자조 위로 새로운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노동조합, 여성 단체, 반빈곤단체, 시민 사회단체 등에서 일하는 젊은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한 책. '꿘'은 '권리'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정의정)
옥타비아 버틀러 저 / 장성주 역 | 비채
우리는 과연 어떤 현실을 살고 있을까? '현실'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문득 차별과 혐오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제대로 된 것인지, 나는 무감각하게 흡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늘해지고는 한다. 어둠까지 보는 섬세함이 필요할 때,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는 SF소설의 걸작 '우화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20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극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해진 사회를 다뤘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간다고 가정할 때 일어나지 않을 일은 그 책에 단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무서운 건 그중 일부가 이미 일어나는 중이라는 겁니다." 살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우리는 무엇을 보고 보지 않으려 하는지 날카롭게 드러내는 걸작 SF.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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