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을 꿈꿔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소설
『푸른 수염의 방』 홍선주 저자 인터뷰
표제작 「푸른 수염의 방」은 지능적인 가출팸 여성과 연쇄 살인범 사이의 서스펜스와 복수극을 넘어, 가해자의 심리를 장악하고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를 위로하는 감각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2023.05.08)
「G선상의 아리아」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참신하고 젊은 한국 미스터리 소설가의 등장'이라는 평을 받아온 홍선주 작가가 최근 3년 동안 한국 추리 문학 전문 계간지인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발표한 단편 소설 네 편과 미공개 단편 소설 한 편을 묶은 『푸른 수염의 방』을 출간했다. 표제작 「푸른 수염의 방」은 지능적인 가출팸 여성과 연쇄 살인범 사이의 서스펜스와 복수극을 넘어, 가해자의 심리를 장악하고 무너뜨리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를 위로하는 감각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을 출간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등단 초기엔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들을 글로 옮기고 완성해낸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어요. 발표할 지면이 <계간 미스터리>에 한정된 상황이 고민이었지만, 그렇다고 발표할 만한 다른 곳도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새옹지마가 되어 소설집 출간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어요. 저는 이런 세상사의 원리를 운명처럼 만날 때 항상 신기해요.
표제작 「푸른 수염의 방」은 어떤 소설인가요?
가출팸 생활을 하다 성인이 된 여성이 우연히 한 남자와 동거했다가 살해 당하고, 그걸 알게 된 쌍둥이 자매가 희생자가 겪었을 공포를 살인자에게 처절히 되갚아 응징하는 내용입니다. 작품의 오프닝에서 서술된, 쌍둥이가 설 연휴 새벽에 자매의 위험을 직감하며 깨어났던 상황을 제가 비슷하게 경험하면서 '만약 내가 쌍둥이였다면 이런 경우에 형제나 자매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어요. 유치할 수도 있지만 저는 권선징악을 지향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허구의 세계에서만이라도 그 판타지를 실현하고 싶어서요. 이 작품은 특히 그 점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마음에 들었고,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아서 망설이지 않고 표제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작가 소개 중 '세상의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기반한다고 믿는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흥미로운 이야기'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독자분들께 다음 페이지를 넘기도록 하는 힘을 지닙니다. 지루한 이야기로 자신을 괴롭히고자 하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가 아닌 한, 궁금하지 않은 뒷얘기를 읽을 리 없죠. 그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힘'은 결국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촉발될 수밖에 없고요. 미스터리가 아닌 다른 장르로 구분되었다 하더라도, 흥미롭다고 소문난 이야기들은 조금만 뜯어보면 미스터리적 요소가 반드시 있을 겁니다.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중 「최고의 인생 모토」는 작가님이 직장 생활을 하셨던 경험이 잘 녹아든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건가요?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다양한 성향과 모난 구석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선웅이 인생 모토로 삼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효율'은, 저도 한때 중요하게 여긴 원칙입니다. 그런데 효율에 매몰되다 보면 삶이 너무 빡빡해지고 놓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문제가 되고요.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제가 실제로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건 '재미'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제 안에서도 상반되는 생각들을 자조적으로 조합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쓰게 되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 소설을 쓰실 때 가장 즐거울 때와 힘들 때란 어떤 때인가요? 집필이 막힐 땐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글로 풀어내는 건, 장르에 상관없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독자분들의 뒤통수를 살짝이나마 건드릴 수 있는 트릭과 서술을 완성하는 순간에는 정말 짜릿한 희열을 느끼죠. 미스터리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힘든 점과 재미있는 점이 혼재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집필이 막힐 땐 억지로 이겨내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써지든 안 써지든,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계획에 맞춰 그냥 씁니다. 어떤 날은 술술 써져서 계획한 분량을 금세 채우고, 어떤 날은 썼다가 지우길 무한반복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떻게든 그날 목표한 분량은 억지로라도 채웁니다. 일단 그렇게 써두면 수정할 의지가 생기거든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워요. 취향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작가님과 작품도 계속 나오니까요. 지금은 인간의 내면을 다루면서 그 변화무쌍한 심리 변화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재밌어요. 현재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도 그쪽이고요. 그래서 서미애 작가님, 이두온 작가님이 풀어내는 방식을 좋아하고, 최근에 읽은 영국 작가 사라 핀보로의 『비하인드 허 아이즈』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를 먼저 봐서 반전을 다 알고 있는데도 읽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소설을 집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미스터리는 보통 'Who done it(누가)'이나 'How done it(어떻게)'을 중시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Why done it(왜)'에 집착했습니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언제나 '동기'이고 그걸 추적하면 '누가'와 '어떻게'가 자연스럽게 밝혀지니까요. 더불어, 동기는 인간이 일생에 걸쳐 형성한 성격(기억)과 운(우연과 운명)의 영향을 받는다고 믿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인간'은 그러한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것들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홍선주 2020년 「G선상의 아리아」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22년 『인투 더 디퍼 월드』로 고즈넉 메타버스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세상의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기반한다고 믿고, '어떻게?'보다는 '왜?'를 좇으며, 기억이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우연과 운명의 드라마로 풀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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