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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배우 봉태규, 질문하는 마음

<월간 채널예스> 2023년 5월호 -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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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아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 마음만큼은 닳고 닳을 때까지 써도 되는 거 같아요. (2023.04.28)


6년 동안 매달 한 편씩 매거진에 글을 썼다. 갑작스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가 시작이었고 배우, 남편, 아빠, 시민으로 사는 일상이 보태졌다. 2017년 첫 책 『개별적 자아』를 시작으로 2년 후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를 썼고, 이번에 출간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세 번째 에세이다. 자아, 가족, 어른. 봉태규의 관심사는 한결같다. 스스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일. 배우라는 타이틀로만 살지 않고, 세상과 꾸준히 소통하는 일. 한참 캐스팅이 되지 않아 일을 오래 쉬었을 때, 봉태규는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여전히 노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는 봉태규는 자꾸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저는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나에게 꼭 필요했던 작업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글 마감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지면을 내어주신 덕분이죠. 매달 편집된 글을 보면서 조금 더 나은 글쓰기를 할 수 있었고요. 

글쓰기의 출발이 '아버지'였다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관계'였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굉장히 엄한 분이셨고, 어릴 때도 아버지와 감정을 교류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동성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서 기본적으로 애정 결핍이 있는데, 이 결핍이 관계성과도 이어지고 결국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넘어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단순히 내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첫 글의 제목이 「별을 지나 빛이 되었다」입니다. 아버지 이야기가 등장할 거라 예상했는데,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 글을 꼭 첫 번째로 넣고 싶었어요. '이전 책과는 조금 다르다'는 알림 같은 의미이기도 하고요.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를 썼을 때 많은 분들이 연예인이 쓴 육아 에세이로 단순하게 생각하셨거든요. 물론 육아도 중요한 소재였지만, 제가 의도했던 건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인 담론을 꺼내 보자는 의미가 컸어요. 눈치를 채신 독자분도 물론 있었지만 기대보다 많진 않아서 이 글을 꼭 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부분을 국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개인이 투사가 되는 거죠. 아들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 죽음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데 가정주부였던 어머니가 가장 선두에 서서 싸워야 하는 세상이 우리의 현실이에요.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죠. 자꾸만 피해자 가족이 대표성을 띠게 되는데, 이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계속해서 말하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세 번째 책을 쓴 소감도 궁금합니다. 

글쓰기가 조금 편안해졌나요? 두 번째 책을 썼을 때, 중점으로 뒀던 게 완독할 수 있는 책을 쓰자는 거였어요. 제가 30대 초반에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독서를 시작했을 때, 완독이 진짜 힘들었거든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어쨌든 글이 잘 읽혀야 끝까지 읽는데 이해가 쉽게 안 되니까 되돌아가서 또 읽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쉽고 편안하게 쓰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미사여구 같은 건 최대한 배제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하게 엄청 신경을 썼어요. 그런데 막상 책이 너무 쉽게 읽히니까 평가 절하하더라고요.(웃음) 사실 그때 되게 놀랐어요. 그래서 이번 책은 독자의 완독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쓰려고 했어요.



어린 시절 일화도 많이 담아냈고 가족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으셨어요.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나서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아버지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다고. 처음에 누나들이 걱정하더라고요. 원고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들에게 아버지인 것처럼 제게도 아버지이고 서로 기억하는 게 다를 수 있지만 그냥 각자의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건 제 생각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내가 겪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했어요. 왜곡하거나 감정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했고, 다른 가족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대신 표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과정이 저에게 되게 필요했어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때, 저와 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에요.

좀처럼 떠나보내지 못하는 감정을 글을 쓰면서 털어버릴 때가 있죠.

맞아요. 사실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었고 돌아가신 후에도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진짜 많았거든요. 아버지께서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죽음이 너무 극적이어서 왜곡된 감정과 기억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면서 이 감정들이 정리가 됐어요. 저에게는 필요한 작업이었던 거죠. 막연하게 생각만 갖고 있었다면 정리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느 정도 감정을 떠나보낸 것 같아요.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이기도 하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은 위로를 받기도 하죠.

책 제목을 정하면서 독자들을 상상해 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산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자기반성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자신이 목표하는 어떠한 지점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개인이 아무리 좋은 선택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고요.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만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으니까요. 모든 걸 내 탓으로 여기지 말자,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놓지 말자, 그런 심정이었어요.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제가 되게 좋아하고 자주 하는 표현이기도 한데요. 전 사람들이 마음 씀씀이가 좀 헤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갈라치기에 굉장히 익숙한 사회를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고요. 우리가 살면서 아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 마음만큼은 닳고 닳을 때까지 써도 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미 모두에게 넘쳐날 정도의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마음을 잘 쓴다면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 시선들이 이전과는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든 상대의 장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

이번 책 제목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북토크를 하게 되면 독자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실 것 같아요. "괜찮은 어른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요?"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누구나 알지만, 사실 저는 제 아이한테서도 어른스러움을 배워요. 그러니까 어떤 특정 나이와 상관없이 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내 친구, 또 어떤 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나서 가르침을 주길 원하고 또 대표성을 띤 누군가가 정답 같은 이야기를 해주기를 원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어른은 거대한 의미가 아니에요. 노약자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있는 사람, 어린아이에게 기꺼이 미소를 건넬 수 있는 사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상황에 따라서 내 몸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모른 척할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이에요.

때때로 아이들이 더 어른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하죠. 작가님은 낯선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거시는 편이죠?

맞아요. 어른이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잖아요. 최선을 다해 양육권자의 말을 들어주려고 엄청 애쓰죠. 과연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행동하고 있을까요? 저부터도 그렇게 못 하거든요.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배우는 거예요.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아이로부터 진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볼 때가 많아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떤 사람들을 볼 때 존경심이 생기나요?

어떻게든 상대의 장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볼 때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사람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 상대방을 평가하기 마련이잖아요. 저 사람은 뭔가 별로라고 단정짓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상대의 장점을 먼저 보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 개인적인 취향과 상관없이 모두와 친구를 맺을 수 있죠. 저는 이 점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취향과 성향은 매우 사소한 문제거든요. 진짜 별거 아니죠.

전작에서도 읽혔고 이번 책에서도 느낀 건, '봉태규'라는 사람은 스스로를 자주 되돌아본다는 점이었어요. 이를테면 자아 성찰이죠. 끊임없이 내 모습을 점검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나요?

그런 의식은 안 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생각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 하면 보통도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책에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썼잖아요. 사실 이건 내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제가 그렇게까지 괜찮은 어른이 아니라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바람이 있는 거예요. 제가 하시시박 작가님을 만나고 결혼할 때도 이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당시에는 어느 정도 자기 객관화가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보니 제가 더 별로인 거예요. 하시시박 작가님과 비교해 보니까.

그 이야기를 방송에서도 책에서도 자주 하셨죠.(웃음) 

맞아요.(웃음) '이런 나와 결혼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지?'를 오래 생각했고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를 굉장히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캐스팅하고 역할을 준단 말이야? 그러면 제가 취해야 할 태도는 열심히 하는 거예요. 겸손해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배우자를 언급할 때, '아내'라고 말하지 않고 꼭 '하시시박 작가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라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그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성이 있잖아요. 그 고유성을 존중하고 싶어요. 상대가 이미 자신을 대표하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굳이 저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내', '와이프'라고 표현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공적인 자리에서도 항상 '하시시박 작가님'이라고 불러요. 제가 조금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까 '봉태규의 아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는 단호한 거절의 뜻도 있어요. 이런 마음이 있으니까 우선 저부터 그렇게 하는 거죠. 사실 집에서 생활할 때도 이름을 많이 불러요. 하시시박 작가님의 본명이 '박원지'라서 '원지'로 많이 부르죠. 아이들도 이름으로 많이 부르고요.

남편, 아빠로서의 모습은 어떤가요? 하시시박 작가님으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나요?

음. 긍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결혼해서 처음 알았어요. 제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걸. 모든 상황에 대해 되도록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긴 해요. 뭔가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잘 해결될 거야, 그리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 됐다, 끝났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 혼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할 때요.(웃음) 제가 원래 결혼하기 전에 가장 좋아했던 게 책 보다가 잠드는 거였어요. 요즘은 가능하지 않죠. 불가능해요.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촬영 때문에 너무 바빠서 하시시박 작가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처갓집에 간 적이 있었거든요. 촬영 시간이 조금 남아서 집에 혼자 있는데 그 시간이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 필요하더라고요. 되게 심심하고 조용하고 별로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너무 텅 비어 있어서 공황 장애가 올 것 같더라고요.

뭔가 어색해지죠. 고요함 자체가 (웃음).

가끔 장모님이 아이들을 보러 와주셔서 하시시박 작가님과 둘이 저녁을 따로 먹을 때가 있는데 그땐 되게 좋아요.(웃음) 제가 가장 기대하는 것이 아이들이 빨리 독립을 한 이후의 삶이거든요. 그 여생을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연애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결혼을 비교적 빨리하고 또 아이가 태어나서 아내와 단둘이 여행하거나 즐겼던 시간이 없었거든요. 아이들이 원한다면 빨리 독립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2019년에 출간된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는 젊은 부모들에게 각별히 사랑받았습니다. 지금도 변하지 않은 육아 철학이 있다면요?

그냥 기다려주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아이이기 때문에 어른이 이해하지 못할 행동과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지금도 둘째 아이는 외국 사람 같아요. 아예 말이 안 통할 때도 많고요. 첫째 아이와는 성향이 완전 다른데요. 기다려서 설사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케이'라는 심정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요.

올해 여섯 살인 둘째 아이 에피소드가 기억납니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라는 제목이었죠. 아빠가 뽀뽀를 하자 "아빠, 내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했잖아! 아빠 이제 오지 마!"라고 했다고요.

네,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원래 저는 애정 표현이 굉장히 인색한 사람이어서 아빠가 되고서 달라지고 싶었거든요.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했는데,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아빠, 내가 허락하지 않았을 때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처음에는 되게 당황하고 섭섭했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맞는 말인 거예요. 왜냐하면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라고 해도 부모라는 위치 때문에 생기는 권위가 있잖아요. 부모에게는 당연한 애정 표현이 아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빠를 거절할 수 있는 아이라면 원하지 않는 어떤 문제와 그 어떤 권위와 명령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안 된다고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렇잖아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어떤 행동,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둘째 아이에게 고맙더라고요. 거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빠로 만들어줘서요.

배우로서의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언제나 선택 받아야 하는 일이잖아요. 최종적으로 이 작품을 할지 안 할지는 배우가 선택하지만, 일단 제안을 받아야 하니까요.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편해졌어요. 일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작품인가 아닌가를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연기'라는 일을 철저하게 직업으로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언제나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닐 때도 있지만, 그 상황에 대해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직업인이 노동을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물론 아무 작품이나 할 수는 없지만, 이 '노동'이라는 행위 자체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일해요. 작품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값이고요. 내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잘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너무 까다롭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직업이니까요.

미술을 공부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되셨죠. 만약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물론 능력도 함께 주어진다면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하실 수 있지 않나요?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장사가 잘 안될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템이나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아서요.(웃음)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 저는 옷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네 번째 책을 기대해도 괜찮을까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꾸준히 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꾸준히 한다고 해도 지면이 없고 출판사가 없으면 책을 쓰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계속 쓰고 싶은 소망은 있어요.



"나는 나와 같이 성장해 온 친구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일하는 동료들이 그리고 내 삶의 원동력인 가족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그들과 나눈 한 줌의 행복, 사랑, 희망이 다양한 형태로 내 안에서 뿌리내리고 있음을 안다. 각자의 온기를 유지하려면 서로가 필요하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나는 외롭지 않다."



*봉태규

배우, 작가. 연기를 하고 글을 쓴다. 『개별적 자아』,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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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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