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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미래과거시제』, 제 대표작이 될 거라 생각해요"

소설집 『미래과거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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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쓴 소설들을 출간하거나 개정판 작업을 할 때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면 고칠 게 많다는 게 너무너무 느껴져요. 그런데 다행이죠. 몇 년 전에 쓴 글이 지금보다 더 좋으면 큰일이잖아요. 비어있는 데가 보여서 다행이에요. (2023.04.24)


배명훈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독자를 찾아왔다.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만이다. 우리가 배명훈의 소설 속으로 들어갈 때 기대하는 것들, 이를테면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세계의 놀라움과 예리한 현실 인식과 특유의 유머와 경쾌함과 순도 높은 마음은 여전히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변함없는' 이야기라기보다 '늘 새로운' 이야기다. 언어와 시간에 대한 실험이 펼쳐지고, 낯선 감각들이 쏟아진다. 배명훈 작가는 『미래과거시제』가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을 예감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최근에 인터뷰하신 내용을 봤어요. 이번 소설집이 대표작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신다고요. 

네, 제 감으로 그래요. 글을 계속 써오고 봐온 감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수록된 단편들의 완성도가 조금 높았던 것 같고요. 저는 작업하면서 '좋은데? 글이 계속 좋아지는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라는 느낌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그 결과물인 것 같고, 그래서 자신 있는 글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 계속 좋아질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 단계예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별'에 비유셨어요. "소설집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별자리처럼 한데 모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나하나가 다 다른 시간에 최초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고 쓰셨는데요. 『미래과거시제』를 보실 때 느낌이 어떠신가요?

개별 지면에 따로따로 발표했을 때는 작품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지? 좀 신기하긴 한데?" 하는 반응이라면, (소설집에서) 작품들이 붙어 있으면 맥락이 더 생기잖아요. 그런 게 재밌어요. 예를 들면 「차카타파의 열망으로」가 혼자 있을 때랑 「미래과거시제」, 「임시 조종사」와 같이 있을 때랑 맥락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접히는 신들」과 「미래과거시제」는 일부러 붙여놨는데, 「접히는 신들」이 꼭 앞에 와야지, 순서가 바뀌면 안 되잖아요.(웃음)

맞아요, 읽고 나면 왜 그렇게 배치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그런 효과가 있죠.(웃음) 그리고 교정, 교열 작업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세 작품 정도에서 15년이 지나는 장면이 (공통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왜 15년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것도 작품들이 같이 묶여 있으니까 보이는 것 같아요. 

등단 15주년 즈음에 쓰신 작품들 아닌가요? 

아, 그런가요? 데뷔하고 15년이면... 그쯤이겠네요. 그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소설에서 보면 어느 정도 사람이 변했을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났을 때잖아요. 저는 그 시간이15년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등단 이후의 15년은 작가님을 어떻게 바꿔놨나요?

많이 변했죠. 일단 기술적으로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건 맞아요. 저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몇 년 전에 쓴 소설들을 출간하거나 개정판 작업을 할 때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면 고칠 게 많다는 게 너무너무 느껴져요.(웃음) 그런데 다행이죠. 몇 년 전에 쓴 글이 지금보다 더 좋으면 큰일이잖아요. 비어있는 데가 보여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점점 좋아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 거예요.

『미래과거시제』에서는 작가님이 무엇에 대해 쓰고 실험하시는지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작가 노트를 정리하면서 '아, 내가 언어를 계속 다루는구나'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물론 그 작업을 의식적으로 지속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계속하고 있었다는 건 좀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사실은 세계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죠.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다른 작가들과 약간 다른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이 책의 추천사들이 되게 좋았던 게, 제가 소설을 좀 쉽게 쓰라는 메시지를 자주 듣거든요. "난이도를 높여서 더 발전해라, 더 어려운 걸 시도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추천사를 보고 '그래도 동료 작가들은 그런 걸 알아봐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마음과 사람들이 읽기 좋게 쓰려는 마음 사이에서 고독해질 때가 있어요"라고 말씀하셨죠. 비슷한 맥락일까요?

네, 그런 거죠. 특히나 한국에는 SF 전문 편집자가 없는 것 같아요. 창작 SF를 다뤄본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 다음 단계를 쓰려고 할 때 조언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제가 시도한 걸 봐주면서 완성도를 높여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고독한 작업이에요.



독자와 통했으면 된 거죠

「임시 조종사」는 판소리 SF입니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파열음이 사라진 시대의 한국을 그리고 있어서, 작품에  'ㅊ, 'ㅋ', 'ㅌ', 'ㅍ', 'ㄲ', 'ㄸ', 'ㅉ', 'ㅃ'이 나오지 않아요. 두 작품 모두 용감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실험은 아니었어요. 데뷔작 「스마트D」에도 'ㄷ'이 안 들어간 문장으로 소설 쓰는 사람이 나오잖아요. 그 작품을 쓰면서 이미 그 스타일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완성돼 있는 스타일로 쓰는 거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자체로 모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임시 조종사」는 약간 '이건 나도 좀 어렵고 독자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의 오타를 제보하는 전화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웃음) 「임시 조종사」와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쓰시면서 '독자들이 내가 의도한 대로 잘 따라와 줄까'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항상 그 고민을 하죠.

독자들이 잘 읽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나요?

그렇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규칙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더 재미있지만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는데, 가독성을 생각해서 조정했어요. 표기법을 봤을 때 이해가 되도록. 규칙을 더 적용하면 이상해질 수 있었는데 그렇게는 안 했어요.(웃음) 독자들이 "오자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출판사에 제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반면에 그 규칙대로 리뷰를 쓰는 분들도 되게 많아요. 그 규칙을 완전히 소화하고 재밌다고 느끼시는 거죠.

그럴 때는 독자들과 뭔가 통한 느낌이 드시겠어요.

네, 그럼 된 거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의 처음 두세 문단은 반복해서 읽었어요. 오자를 의심하면서요.(웃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게 말하자면 SF에서 이야기하는 '인식의 전환'이고 '소설 안에 들어 있는 세상이 그 세상이 아니네'라는 걸 깨닫는 그 순간의 느낌 같은 것도 중요해요. 그것도 경이감을 일으키는 요소 중에 하나거든요.

「임시 조종사」는 어땠나요? 독자들이 잘 따라와 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대중들이 잘 따라올 거라고 생각을 안 했고, 지금도 안 하고, 그래서 표제작으로 안 썼어요.(웃음) 그래도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임시 조종사」는 전문가 독자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소설이에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국문과 출신들이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분들이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게 맞죠. 그런 맥락에서 정보라 작가님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판소리 SF를 쓰게 된 계기는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소리꾼 이자람의 팬이기 때문이지만, 창작자로서의 동기는 훨씬 복잡하다"고 쓰셨습니다. 이자람 님과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으시죠?

네, 그때 제가 장단에 맞춰서 글을 낭독했죠. 원래 장단 따로 치고 저는 그냥 낭독을 하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렇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장단에 맞춰서 썼으니까 그대로 읽었어요. 지금은 몰입에서 나와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그때는 몰입이 돼 있는 상태니까 그렇게 했죠.

「임시 조종사」는 아니리, 창조, 진양조, 중모리 등 판소리 장단에 맞춰서 쓴 소설인데요.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도 휴대폰에 메트로놈 앱이 있어요. 다른 장단은 4음보인데 세 글자로 되어 있는 12칸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진양조는 달라요. 네 마디가 아니라 여섯 마디인 거예요. 보통 느린 장단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지니까 진양조가 가장 먼저 나오는데, 이게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지금 메트로놈 앱을 실행해서 들려주셨는데요. 작가님이 혼자 장단을 들으며 글을 쓰고 고치셨을 생각을 하니까, 되게 외로운 작업이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엄청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들고,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웃음) 그래서 공이 엄청 많이 들었어요. 누군가 알아봐줬으면 좋겠지만 대중이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전통 시가, 가사, 이런 리듬에라도 익숙해야 눈에 딱 들어오는 글이라서요. 국문학 전공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알아보시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아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임시 조종사」라고 하셨죠?

네. 판소리 형식의 소설이다 보니까 판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냥 소설로 써도 내용이 되게 재밌을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해요.(웃음)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소설을 '양떼'에 비유하신 적이 있어요. 자식보다는 '유목하는 양떼' 같다고요. 말하자면 「임시 조종사」는 '내가 가장 애정하지만 모두에게 사랑 받지는 않을 양'인 건데요. 작가님의 마음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SF 중에서는 제가 그래도 꽤 쉽게 쓰는 편이에요. 난이도를 낮춰서 이해하기 쉽게 쓰고 아주 어려운 건 그냥 안 쓰고 쉬운 걸 쓰는 편인데, 그래도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해요. 쉽게 쓰는 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발전하기 위해서 써야 되는 건 있잖아요. 더 깊이 들어가야 되는 것들이 있죠. 이번 책에는 그런 것들도 넣었어요. 좋다 싶으면 그냥 넣고, 빼려고 고려하지 않았어요.

작가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발전해야죠. 기술적으로 계속 좋아져야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독자들과의 공감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렇지만 5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지금 쓴 글을 보고 마음에 안 들어야 되잖아요. 그런 발전은 있어야죠.



언어를 들여다보는 순간

소설집에 첫 번째로 실린 단편은 「수요곡선의 수호자」입니다. 처음에 배치하신 이유가 있나요?

맨 앞에 놓기 제일 좋기도 하죠. 언어적 실험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일단 유쾌하게 시작하잖아요. 저는 앞쪽에는 좀 즐겁게 시작하고, 뒤쪽에는 좀 감동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앞쪽은 좀 깔끔한 느낌, 가벼운 느낌, 유쾌한 느낌의 글들이 실리고 뒤쪽은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독자'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되는 소설입니다. 「홈, 어웨이」도 그런데요. 두 작품 모두 2021년에 쓰셨어요. 우연의 일치인가요? 아니면, 이 시기에 소설가와 독자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어요?

감탄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감상하고 감탄하는 법을 잊으면 안 되고, 그래야 좀 풍요롭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수요곡선의 수호자」의 '마사로'는 소비하는 로봇이기도 한데 감탄하는 존재잖아요. 「홈, 어웨이」도 그런 관점이기는 하죠. 소설에는 단순한 어플이 등장하는데, 그래도 그게 창작자한테는 감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느낌이니까요. 그런 건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SF 비평이 필요하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한편으로는 감탄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걸까요?

네. 더 좋은 걸 시도해도 그것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까, 그냥 시도만 하고 기록으로만 남겨놓는 느낌이에요. 「임시 조종사」도 처음에 『오늘의 SF #2』에 발표했을 때 반응이 거의 없었어요. 모든 문학이 가독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런 건 좀 아쉽죠. 어떤 건 더 높은 단계로 가려고 쓴 작품이고 어떤 건 대중적이려고 쓴 작품인데, 항상 반응은 대중적으로 쓴 작품에만 있어요. 사실 더 쉬우니까 언급하기 좋아서 그런 거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그것만 있는 건 좀 아쉽죠. 아마 다른 작가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발전하려면 작가들의 작품을 분류만 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되고 이 작가가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출판사에서 제작한 이번 소설집의 인터뷰 영상을 봤습니다. 고래상어 변신 로봇을 보여주셨죠. 「수요곡선의 수호자」에 영향을 줬다고요.

네, 지금도 집에 있어요.(웃음) 소설 쓰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거예요.

어떤 오브제가 소설에 영감을 줄 때도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인류의 대변자」에는 더 많이 나와요. 그 경로가 제가 예전에 살던 집에서 내려와서 잠실 롯데타워로 가는 길이에요. 치킨집 앞에 살고 있던 고양이도 일부러 실제 그대로 묘사를 했어요. 실제 우리 주변의 모습을 집어넣는 기술 같은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SF 팬들이 보기에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순문학 독자들이 보기에는 좀 익숙한, 그런 영역이겠죠. 지금 생각해 보면 SF 독자들이 보기에는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SF 마니아로 (소설 쓰기를) 시작한 게 아니어서, 그냥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썼던 것 같아요. 의도하고 쓴 건 아닌데, 지금에 와서는 그것의 효과를 알 것 같아요. 그래야 훨씬 생생하고 잘 쓸 수 있잖아요. 

언어 문제도 거기에서 처음 걸리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한국 SF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걸리는 문제 중에 하나가 '등장인물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해도 되나'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예를 들어 우주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는데 한두 명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등장인물들이 어떤 언어로 대화할 것이냐' 하는 거였어요. 저는 결국 한국말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는) 영어로 대화했지만 작가가 한국말로 쓰고 있다, 라고 하면 이미 해상도가 떨어지잖아요. 언어 문제가 거기에서부터 처음 시작된 것 같아요. 언어의 해상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잖아요. 언어에 다른 질감을 넣을 수 있냐의 문제이고.

"내가 아는 SF는 생각보다 자주 언어에 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고 쓰셨죠. 같은 맥락인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아요. 옛날 SF의 문제는, 이게 제국의 장르여서 강대국들이 쓰기 훨씬 편하고 좋은 장르이고, 그래서 한국 사람이 쓰기에 되게 오글거렸던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면 화성에 가 있는 사람들이 다 한국말로 이야기한다고 쓰면 독자들이 먼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연히 작가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해도 되나?' 계속 고민하면서 써온 게 지금의 한국 SF이기는 하거든요. 결국 작가는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는 수밖에 없고, 더 좋은 언어로 표현해야 되잖아요. 언어를 매체로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어 자체를 들여다봐야 되는 순간이 생겨요. 더 좋은 질감을 내는 말을 쓰고 싶으니까. 그래서 계속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화성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연구하셨죠. 연구 내용으로 연작 소설도 쓰셨고요. 그 소설들이 묶여서 출간되나요? 차기작이 될까요?

아마 다음 책이 되겠죠? 지금까지 네 편을 써서 발표해뒀고, 두 편만 더 쓰면 돼요.

에세이 『SF 작가입니다』를 출간하셨을 때 <채널예스>와 인터뷰하셨어요. "제 작품 중에서는 뭔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글이 주로 지면에 실리지만,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라며 "저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실 지면이 선택한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어요"라고 하셨는데요. 지면에 선택 받지 않은 작가님의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수요곡선의 수호자」은 보통 '마사로'의 이야기로 기억되지만 '유희'의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유희의 이야기도 계속 쓰고 있는 사람이에요. 『안녕, 인공존재!』가 그 이야기이고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도 마지막에 왠지 열반해야 될 것 같은 이야기이고... 제가 열반하고 해탈하는 이야기를 되게 많이 쓰고 있기도 해요. 그런데 그걸로 언급되지는 않는 것 같고,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기억되는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마사로도 뭔가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게 되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제가 꾸준히 쓰고 있는 이야기죠. 어떤 방식으로 해탈한 이야기, 딴 걸 하러 갔던 사람이 갑자기 해탈하게 되는 이야기, 그런 걸 되게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열반, 해탈은 왜 중요한가요?

글쎄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럴까요? 저의 고민이기도 해요. 나의 존재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걸 저는 문학을 통해서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잊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소설에 순수한 사랑 이야기도 나오는 거죠.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하고 조금 다른, 나의 본질에 가까운 나와 저 사람의 본질이 서로 인사하는 장면 같은, 그런 것들을 계속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책에 실리지 않은 작품군 중에 「알람이 울리면」과 약간 비슷한 작품군이 있어요. 서술자가 객체화되어 있고 서술의 임무에 대한 내용도 있는 작품들인데, 따로 묶으면 좋을 것 같아서 빼놨어요. 서술자가 절대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제품이거나 어떤 문화적인 결과물이어서, 내가 서술하는 것에 편향이 있다는 걸 가정하고 쓰는 작품들인데요. 이 방식을 통해서 결국 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존재의 문제예요. 대중 소설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 쓰는 건 아니고, 제가 계속 갖고 있는 주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언급이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배명훈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 문학과 장르 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 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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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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