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코뿔소 모자 씌우기』 임수현 시인 인터뷰
『코뿔소 모자 씌우기』 임수현 시인 인터뷰
이 시집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상상의 나라를 선물하며 시작된다. 낯선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연결점을 찾아낸 아이들은 따뜻하고도 넓은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2023.04.07)
섬세한 시선으로 외로운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임수현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코뿔소 모자 씌우기』가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상상의 나라를 선물하며 시작된다. 낯선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연결점을 찾아낸 아이들은 따뜻하고도 넓은 새로운 세계를 그린다. 타인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고, 잊었던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외톨이로 지내던 어린이가 움츠러든 마음을 한껏 펼치며 재미있는 놀이를 상상하게 하는 동시들이 내면의 힘을 기르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벌써 세 번째 동시집을 출간하셨어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6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동시를, 2017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시를 써 오다 등단은 동시로 먼저 했습니다. 동시는 이렇게 저렇게 써 봐야지 하는 마음 없이 제게 자연스럽게 왔어요. 새벽에 깨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 메모장에 동시를 썼어요. 뭔가가 밀물처럼 마구 밀려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손가락만 움직일 뿐이었죠. 마치 거대한 사랑 같았어요. 그 사랑을 동시집에 담을 수 있어서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제7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에 이어 제2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시 부문까지 수상하셨어요. 7년 동안 일곱 권의 책을 내시고 계속 주목받고 있으신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계속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쓰는 행위는 일과 같은 거예요.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하는 일처럼 말이에요. 좋게 말해 시에 매혹당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시가 저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쓰는 사람일 때 가장 좋아요. 내가 쓰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생기면 세상에 대한 소소한 일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안에는 어린이와 청소년과 성인이 뒤섞여 있어요. 그걸 차례대로 마주하다 보니 여러 권의 책을 짧은 시간에 쓰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시를 쓰지만, 시가 나를 만든다는 생각이 줄곧 들었어요. 시가 나를 치유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에요. 그저 저는 쓰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려고 쓰는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상은 언제나 저를 조금 더 멀리 가게 만들어 줘요. 상에 빚진 마음이에요.
『코뿔소 모자 씌우기』라는 제목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을까요?
불가능한 것을 떠올리다가 생각이 났어요. 초고는 선인장에 선크림을 발라 주는 이야기였어요. 가시에 찔려 가면서 선크림을 발라 주려는 야단법석인 상태가 그 당시 제게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이 그렇잖아요. 내가 온갖 정성을 다해도 상대는 그게 불편하거나 부담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그걸 아름다운 희생이라 부를 순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문득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이 구절을 흥얼거리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코뿔소에게 모자를 씌워 주려 애쓰는 모습이 떠올랐죠. 불가능할 걸 알면서도 사다리를 찾아오고,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애씀이 좋았어요.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기특한 생각들이죠. 그런데 코뿔소는 그저 물속으로 풍덩 하면 되는 거였어요. 결말이 허무할 수 있지만, 그게 코뿔소가 진짜 원하는 거니까요. 우리가 하는 사랑이 가끔은 있는 그대로를 응원하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코뿔소 모자 씌우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따로 있을까요?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시집의 가장 첫 번째 시와 가장 마지막 시를 신경 쓰는 편인데요. '번데기 주름잡는 이야기'라는 시가 시집 가장 마지막에 있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번데기 주름잡는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은 그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믿어요.
'새침데기 팬지꽃에도 / 무뚝뚝한 바위에도 / 담장 아래 민들레에게도 돌돌돌 말아 둔 이야기가 있거든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번데기가 주름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듯 우리도 각자의 이야기로 삶을 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당신 안에 감겨 있는 이야기도 들려 달라는 소박한 마음이기도 해요.
시를 쓰시면서 주로 떠올리는 어린이들이 있었나요? 어떤 어린이들에게 이 시집을 선물해 주고 싶으신가요?
제 시의 어린이는 '혼자'라는 부사 속에 살아요. 아이들이 언제나 밝고, 희망이 있는 건 아니지요. 그래서 어른들이 그런 걸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밝고 희망차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시인의 말에도 썼지만, 가끔 쓸쓸하거나 우울한 어린이들이 읽어 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모든 어린이가 되는 셈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가끔 쓸쓸하거나 우울하잖아요.
작가님께 동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좋아하시는 동시집을 한 권 추천해 주셔도 좋아요.
동시란 어떤 의미라기보다 '그냥 아름다운 것'인 것 같아요. 쓸쓸하거나 외로운 감정도 소중하고 거기서 얻는 불씨 같은 희망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게 꼭 반짝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가네코 미스즈의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를 좋아해요. 시에서 마음이 멀리 갔다 싶으면 이 시집을 꺼내 읽어요. 이 시집은 쓸쓸한데 아름다워요. 그런 분위기를 어린이들이 느끼면 좋겠다 싶어요.
혹시 다음 책도 준비 중이실까요?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싶은데,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마음이 묵직해져요. 내가 나를 더 밀고 갈 수 있을까? 두려움도 생기고요. 시를 이야기의 경계까지 밀고 가고 싶다는 아득한 희망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동시는 운동으로 치자면 비인기 종목이에요. 제아무리 올림픽이래도 수중 발레 시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그러나 수중 발레 선수를 보면 동시 쓰는 사람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속에서 숨을 참으며 코를 집게로 집은 채 팔을 쉼 없이 휘젓지만, 보는 사람은 물 위로 솟은 두 발뿐이에요. 그런데 그게 아름다워요. 수중 발레 선수들 인터뷰를 보면 자신의 수상보다 수중 발레 자체를 사랑해 달라고 하지요. 어른들이 동시를 읽어 주면 좋겠어요.
*임수현 경북 구미에 살며 푸른빛이 어스름한 금오산을 좋아한다. 2016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2017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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