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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활보하던 괴물 이야기, 『한성요괴상점』

『한성요괴상점』 기구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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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마포장터의 외진 골목, 특이한 상점이 하나 있다. 요괴를 사고 팔며 요괴문제를 해결하는 '한성요괴상점'. 이곳의 주인은 요괴잡이라는데 주인공에게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다. (2023.03.24)

기구름 저자

조선 마포장터의 외진 골목, 특이한 상점이 하나 있다. 요괴를 사고 팔며 요괴문제를 해결하는 “한성요괴상점”. 이곳의 주인은 요괴잡이라는데 주인공에게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다. 일반 무협에서 나오는 주문이 아닌, 떡메를 치고 다듬이질을 하는 주문이라니?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선사하는 『한성요괴상점』의 기구름 작가를 만나보자!



기구름 작가님은 다양한 필명으로 여러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20대 중후반에 시와 소설로 등단했을 때부터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잡지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의 글과 사람을 접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시와 소설만이 아니라 대본, 에세이, 여행서, 어린이 책, 웹툰 스토리 등 다양한 장르의 글에 도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기구름'이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기구름'은 웹툰 <조선홍보대행사>에서 사용한 '18세기구름'이라는 필명에서 '18세'를 지운 이름입니다.

웹소설도 쓰시더라고요. 이번에 출간하신 『한성요괴상점』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즉시 1위를 차지하고, 책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160만 뷰가 나왔다고 들었어요. 『한성요괴상점』은 어떤 매력이 있는 작품일까요?

제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4년 간 살다오니 웹소설 시장이 엄청 커져 있었어요. 온라인에 직접 연재하는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품이 <한성요괴상점> 시리즈입니다. 『한성요괴상점』은 판타지 성장 모험 소설입니다. 저는 조선을 판타지의 세계로 그려냈다는 것이 『한성요괴상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선'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것은 그곳이 우리의 과거라는 의미보다 그 자체가 판타지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실제 조선은 내가 그려낸 세계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팍팍한 공간일 겁니다. 그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과거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현대의 잣대로 과거를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반면, 판타지로 세계를 확장하면 사고가 다채로워지면서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집니다. 물론 판타지가 믿음을 주려면 현실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조선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요괴를 등장시키면서 '요괴란 대체 어떤 존재일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했습니다. 주인공 한기의 아버지는 『한성요괴상점』에서 요괴 '고산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귀신(鬼神)은 '멀 귀', '혼 신'이라 하여, 정신이 멀다는 뜻이다. 즉 '서로 정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먼 존재가 귀신인 것'이다. 귀신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신경 쓰지 않는 이가 귀신이며,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이에게 내가 귀신이란 뜻이다."

저는 요상하고 기이한 요괴의 뜻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합니다. 요괴가 따로 있고 인간이 따로 있고 신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멀리 있으면 요상하고 기이한 존재, 요괴이며, 마음이 진심으로 믿고 바라면 신령스러운 존재가 되는 거라고요. 이렇듯 『한성요괴상점』은 요괴를 잡고 이물을 모으면서 조선을 구하는 모험 스토리이지만, 더불어 마음과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성장 소설입니다.

'요괴'라는 소재가 대중적으로 익숙한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도, 빈틈없는 디테일을 위해서 한국의 요괴에 관한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자료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요괴에 대한 공부와 자료 수집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자나 연구자가 아니라서 몇 줄의 글로 기록된 한국의 요괴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입체화시키느냐가 더 큰 고민이었습니다. 간혹 자료를 보고 영감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에피소드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요괴를 찾거나 상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가 되려면 시대 배경에 대한 디테일이 필수였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뭘 하지?', '철마다 어떤 옷을 입지?', '세수는 어떻게 하지?', '세안용품은?', '상에는 무슨 반찬이 오를까?', '외벽과 마루와 마당에는 어떤 것들이 있지?', '주 배경인 마포나루의 풍경은?' 하나하나 걸리지 않는 게 없었어요.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글쓰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공부하고 조사하는 수밖에는 답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머릿속에서 조선의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졌습니다. 또한 이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요괴를 찾거나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책 표지에 보면 앞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고 노는 '고산자'가 보여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요괴가 매우 귀여운데요, 작가님께서도 특별히 애정하는 요괴가 있으신가요?

가장 애정이 가는 요괴는 상상으로 탄생한 '고산자'입니다. 독자들도 가장 좋아하신 캐릭터죠. 검은 얼굴에 하얀 몸을 지닌 곰처럼 생긴 요괴입니다. 고산자는 주인공과 함께 살기 위해 눈과 귀에 '송연(松煙)'으로 검은 얼룩을 만들어 판다 흉내를 내죠. 지도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러 다니는 요괴로 고산자 김정호에서 모티프를 따왔습니다. 온라인에 연재했던 시리즈에 등장한 요괴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앙엽기>에 소개한  '침중계(枕中鷄)'라는 요괴가 있습니다. 베개 안에 넣어서 키울 수 있을 만큼 매우 작은 닭 요괴입니다. 저는 이 침중계로 상참(임금을 배알하는 조회)에 매일 늦어서 임금께 야단을 맞은 대감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요괴를 잡는 주문법이 재미있는데, 어떻게 떠올리게 되신 거예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주문으로 사용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재미있고, 쉽게 와 닿을 것 같았습니다. 건장한 떡매꾼의 떡메 치는 모습이나 여인이 다듬이질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도끼질로는 일가견이 있는 김해의 장사 이징옥, 맹인 검객 황정학 등등. 조선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을 통해 모호한 기법이 현실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요괴를 잡는 주문이 특이한 이유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책에도 설명해 놓았습니다.

'새로운 조선형 크리처물의 등장'이라는 후기가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정말 탄탄하고 군더더기 없다고 느껴졌어요. 혹시 이 외에도 작가님의 여러 작품 중에서 추천하는 작품이 있을까요?

이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님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한성요괴상점> 시리즈를 보시면 좋겠어요. 2개의 시리즈가 있는데 책의 근간이 된 '요괴화첩'과 '요괴사냥꾼'입니다. 『한성요괴상점』에서 다 풀지 못한 방대한 요괴 이야기가 펼쳐지고, 더불어 조선을 배경으로 주인공과 친구들의 일상들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줄 겁니다. 참고로 <한성요괴상점> 세 번째 시리즈는 내년에 연재할 계획입니다. 또한, 김양수 만화가와 함께 작업한 웹툰 <조선홍보대행사 조대박>은 현대의 유능한 홍보 대행사 팀장이 '조선'이란 시공간으로 타임슬립한 작품으로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곧 연재 예정인 <조선에 취업했다-조선 소맥당>이 있고, 준비 중인 아포칼립스물과 정통 판타지 작품은 웹소설 장르로 연재하게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이든 웹소설이든 장르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장르보다는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심리학과 천연의약품, 해적의 황금기라 불리는 1700년대 초반의 해적에 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글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기구름

다양한 필명으로 여러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세계의 문학>에 「이 세상에 과거는 없다」 외 네 편의 시로 등단했다. 여러 잡지에 에세이를 비롯한 원고를 꾸준히 게재하고 있으며, 웹소설 <한성요괴상점> 시리즈, 웹툰 <조선홍보대행사>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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