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와 목사, 두 남자의 합동 수사가 시작된다!
『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저자 인터뷰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가짜를 통해서 진짜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가로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작품보다는 현실을 살아내게 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2023.01.03)
『천국에서 온 탐정』은 신학대를 자퇴한 형사와 법의관을 그만둔 목사라는, 독특한 과거를 가진 형사와 목사가 의문의 죽음을 통해 거짓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법과 제도, 심판과 용서라는 두 사람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다르지만, 죄의 뿌리를 뽑고자 하는 같은 목적 아래 의기투합한다. 한 노숙자의 의문의 자살 사건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실종된 스물아홉 청년 사건, 한밤중 일어난 방화 사건, 스토킹 범죄와 데이트 폭력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담아내며 흡인력 있는 전개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약 1년만의 신간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늘 글을 쓰거나 쓸 준비를 하면서 지냅니다. 내년 봄이면 첫 번째 소설을 내놓은 지 십년이 되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첫 책을 출간할 때의 기쁨과 설렘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요. 전업 작가인 제게 글쓰기는 밥벌이의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글쓰기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출간의 기쁨과 설렘은 사라졌는데, 글쓰기를 향한 열망과 기대는 오히려 커졌어요. 십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글쓰는 게 재밌어요. 『천국에서 온 탐정』도 글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재밌게 쓴 작품입니다. 그 재미가 독자님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천국에서 온 탐정』은 신학대를 자퇴한 형사와 법의관을 그만둔 목사의 합동 수사를 그리고 있죠. 인물들의 설정이 특이한데요. 집필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캐릭터가 먼저 창조되고 캐릭터를 따라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천국에서 온 탐정』은 반대로 이야기가 먼저 존재했습니다. 정확히는 첫 번째 에피소드인 '죽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시작이었죠. 죄를 지은 소년들이 등장하고, 그 죄를 대신 짊어지기로 한 남자가 나오지요. 세월이 흘러 죗값을 치룬 남자는 노인이 되어 교도소에서 나오고, 이제는 이 사회의 어른으로 성장한 소년들 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아직도 과거에 묶여 있는 소년들은 노인의 등장에 패닉에 빠지고 각자의 방식대로 노인을 대합니다. 그리고 노인은 시체로 발견되지요.
노인이 왜 소년들을 찾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 이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드러낼 탐정이 필요했습니다. 고전 추리 소설인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떠올랐습니다. 목사가 탐정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었지요. 이 이야기는 심판과 구원, 그리고 속죄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목사를 주인공으로 결정하면서 천국에서 온 탐정이라는 제목을 자연스럽게 붙이게 됐지요. 하지만 제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졌어도 아무 배경도 없이 탐정 역할을 한다는 것은 개연성이 없게 느껴져서 법의학자를 관둔 목사라는 설정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유진신'이란 캐릭터의 틀이 잡히자 처음엔 목사의 보조자이자 관찰자라 생각했던 형사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겼죠. 유진신과 대비되어 붙을 때마다 스파크가 일어나는 인물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신학대를 자퇴한 형사 성요한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에는 신과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일까요?
저는 무신론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가지 않아도 신처럼 믿고 있는 것이 있다는 말입니다. 돈이나 주먹, 권력, 인맥, 혹은 부모나 자식,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심지어 나는 그 무엇도 믿지 않는다는 것도 믿음이지요. 무엇을 믿음의 대상으로 삼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다른 세계를 살게 됩니다.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는 어떨까요. 모두를 의심하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는 사람이 어떤 인간성을 갖게 될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런 인간성을 가진 인물이 어떤 사람이든 그 가능성을 보고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희극이 될지 비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충돌이 생기겠죠. 각기 다른 믿음의 세계가 서로 부딪히는 겁니다. 저는 이런 순간을 그려내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천국에서 온 탐정』에서 나타나는 범죄는 결국 다 믿음의 충돌로 벌어진 사건들입니다.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귀한 인생을 망가뜨리는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믿음은 무엇인지,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탐구하고 표현해나가고 싶습니다.
'죄를 저질렀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은 주님도 구원하질 못한다.'(228쪽) 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였을까요?
유진신이 한 말이죠. 유진신은 죄의 뿌리를 뽑으려 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죄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악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천국에서 온 탐정』에 나오는 몇몇 죄인은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던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유진신은 그들의 숨겨진 죄를 밝혀내면서도 그들을 함부로 정죄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귀한 인생이 죄에 집어삼켜져 파멸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요. 하지만 원수도 사랑할 것 같던 유진신도 용납하지 못하는 악인들이 있어요. 죄를 죄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선과 악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불의를 덮어버리는 사람들입니다. 뿔이 달린 악마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지만 이런 악인들은 소설 밖 현실에서도 존재하지요. 이런 악인들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보통 글의 주제나 소재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현실이요.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가짜를 통해서 진짜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소설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로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작품보다는 현실을 살아내게 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렇다고 감히 제 글에 누군가의 현실을 바꿀 힘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요즘처럼 추운 날에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맛있는 식사 같은 글이 되었으면 해요. 밖은 여전히 춥지만 뜨끈한 국물을 마신 후에 "자, 다시 한 번 가볼까?"라고 말하게 하는,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현실을 잘 알아야겠지요. 그래서 저와 여러분이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커다란 사건뿐 아니라 버스에서, 식당에서,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목소리들에도 귀를 기울여요. 소설에서나 볼 법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천국에서 온 탐정』에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나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늘 글을 쓰거나, 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우선 『천국에서 온 탐정』을 이어서 쓰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국에서 온 탐정』말고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써볼까 해요. 최근 몇 년 동안 병원에 자주 갔거든요. 제가 입원한 적도 있었고,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큰 수술을 받으신 적도 있었지요. 저는 현실에서 이야기를 찾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고달프고 괴로운 현실이었지만 그 속에서 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설은 작가 혼자 쓴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글은 작가가 쓰지요. 하지만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책이 나온 것으로 끝은 아니지요. 책은 결국 독자님들의 손에서 완성이 됩니다. 책의 시대가 끝난다면 그건 작가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독자들이 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이동원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스터리를 사랑한다. 군병원 내에서 벌어진 연쇄 자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살고 싶다』로 제1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천국에서 온 탐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죄를 뿌리 뽑고자 하는 형사와 목사의 이야기를 다루며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공동 주최 한 제5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단편 웹소설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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