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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작가가 알려주는 일기를 에세이로 만드는 법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도제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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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쓰는 건 늘 어렵다. 이런 막막함을 풀어주고자 현직 편집자이자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한 도제희 작가가 에세이 쓰기의 방법과 노하우를 담은 책,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를 썼다. (2022.12.27)

도제희 저자

일기장이나 SNS, 브런치 등에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면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 편의 에세이를 써보려 할 땐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다.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쓰는 건 늘 어렵다. 이런 막막함을 풀어주고자 현직 편집자이자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한 도제희 작가가 에세이 쓰기의 방법과 노하우를 담은 책,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를 썼다. 신춘문예에서 소설이 당선되며 글쓰기를 시작했고 자신의 글로 책을 냈으며, 타인의 글을 편집하고 책을 만드는 글쟁이다. 도서관 등에서 꾸준히 글쓰기 강의를 해오던 저자는 '강의를 하다보면 교재로 쓸 마땅한 에세이 작법서가 없었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개인적으로 쓴 글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 일기와 에세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일기도 에세이의 여러 갈래 중 하나입니다. 유명인의 사사로운 일기가 사후 에세이로 출간되는 일도 있지요. 다만, 이런 질문이 나온 까닭은 사적인 기록에 머무는 에세이와 공식적으로 발표해서 여러 사람이 읽는 에세이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둘은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혼자서 보는 일기, 설령 블로그에 게시할지라도 사실 기록에 그치는 글의 독자는 지은이 자신이기만 할 확률이 높지만,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쓰는 에세이는 소재나 표현법, 주제 등에서 여러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인과 달리 보통 사람의 일기는 어떤 독자가 내 글에 매력을 느낄지 생각하고 쓸 때에야 많은 이에게 가닿습니다. 즉, 독자를 염두에 두느냐 아니냐에서 방구석 일기와 에세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강의를 해오시면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제일 어려워하나요? 그리고 그 부분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쓰고 싶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런 분들은 재능이 뛰어난데도, 남다른 소재로 매우 탁월한 글을 써야 문자 공해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겸손한 완벽주의자입니다. 평범한 소재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자 한다면 '나는 걸어 다니는 글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 내 일상에서 글감을 길어 올리는 법을 말씀드렸습니다.

더 안타까운 경우는 글의 구성력은 갖추었지만, 메시지에서 보편성을 담지 못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문제는 쉬이 극복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순수한 중수필을 제외하면, 에세이는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보편적인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글입니다. 그렇다면 그 개인사를 독자가 왜 읽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선 자기 글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 거리감에서 바로 보편성과 객관성이 나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에 담겨 있습니다.

에세이를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에세이를 추천해주신다면요?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를 참 좋아합니다. 한 노인의 일상다반사일 뿐인데도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데다 그 안에 깊은 비애감이 있습니다. 통찰력과 지혜도 무심한 듯 담겨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가 입체감 있게 전달되는 점이 좋습니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잘 읽히면서도 한 장 한 장 쉬이 넘기기 힘들 만큼 큰 울림을 줍니다. 저는 상상도 하기 힘든 상황과 환경에서 나온 글이기에 인간의 내면과 외면, 그 내외면이 처한 물리적인 환경, 그러한 환경을 안겨준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도 좋아합니다. 자연 과학, 사회 과학, 심리학, 철학 등을 에세이로 풀어낸 책을 유독 좋아는 편인데요. 그중 이 책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난도로 쓰였을 뿐 아니라 제가 잘 모르는 과학 상식이 담겨 있고, 리듬감 있는 문장력으로 한 편 한 편 풀어가 읽는 동안 지루할 겨를이 별로 없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에세이가 매일 출간됩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에세이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 출간되는 에세이 중 다수는 유명인이나 문인이 아니라도 자신의 일상다반사를 담아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경향이 강하지요. 누구나 에세이를 출간할 수 있는 시대이므로 독자를 구체적으로 대상화하는 게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청춘', '위로', '사랑' 같은 막연한 주제 의식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한, 어떤 취향을 가진 독자를 겨냥하는지 구체적으로 제목에서부터 드러내주는 거죠. 이런 글의 특기할 만한 점 가운데 하나는 솔직함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면도 용기 있게 공개함으로써 글의 설득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삽니다.

신춘문예에서 소설로 데뷔하며 공식적인 글쓰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왜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먼저 책을 내게 되셨나요?

소설보단 에세이에 크나큰 뜻과 포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하늘을 우러러 열 점 정도 부끄럽네요. 거짓입니다. 제 소설집을 출간하고 싶다고 제안하신 출판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요즘도 간혹 이런저런 얘기를 써보곤 합니다. 다만, 소설 쓰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많은 순간이 있습니다. 허구 인물과 이야기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요. 그때 에세이를 씁니다. 더욱이 에세이 쓰기는 소설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지요. 저에게 픽션이 아닌 다큐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건 나와 타인에게 솔직한 자세로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전히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지만, 세상에 쓸 수 있는 글이 허구 외에 에세이도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에세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 사는 게 다 별 거 아니군. 별 거 아닌데 이 작가는 이런 점에서 한 끗이 다르네, 배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 침투해 글의 난도를 낮추어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철학, 문학, 언어학 등도 인문 에세이로 쓰면 사회 과학, 화학, 물리학 등도 과학 에세이로 쓰면 저처럼 어려운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독자에게 일독할 만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처럼 에세이는 물과 같아서 여기저기로 흘러가 네모나졌다가 세모나졌다가 동그래지기도 하는 유연한 장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글을 잘 쓰기 위한 혹은 꾸준히 쓰기 위한 습관이나 루틴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직장인이기 때문에 주로 주말에 쓴다는 점이 루틴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중에 쓰고 싶을 땐 한밤에 컴퓨터 앞에 앉고요. 이 밖에 특기할 만한 건 없지만 마음가짐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편입니다. 누군가 제 글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면 당연히 신이 나죠. 다만 쓰는 동안엔 '대단히 잘 써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줄 테야', '내 글이 별로라서 주목을 못 받거나 악평을 받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은 없다시피 합니다. 글쓰기가 순수하게 재미있습니다. 그것이 글쓰기의 가장 큰 동력이 되어줍니다. 쓰다 보면 간혹 '손가락이 미쳤네, 완벽해' 이렇게 정신의 핀이 나갈 때도 있지만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습관인 듯도 합니다. 나는 고유하고 특별한 존재이나, 이렇게 고유하고 특별한 수많은 개인이 모여 이 세상이 굴러간다는 점을 글쓰기를 통해 자주 깨닫습니다.



*도제희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편집자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다. 신춘문예에서 단편 소설이 당선되며 공식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이기도 하다. 글쓰기와 고전을 소재로 강연을 하고 글쓰기 공모전에서 심사를 보기도 한다. 다음에 낼 책을 생각하며 꾸준히 원고를 쓴다.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도제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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