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특집] 이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2월호
올 한 해 우리는 어떤 제목에 이끌렸을까? 때로는 강렬한 인상으로, 때로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짚어주는 세심함으로 우리 눈에 띄었던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2022.12.09)
(진행 : 황유미)
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마음을 어루만지고, 어떤 제목은 불현듯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올 한 해 우리는 어떤 제목에 이끌렸을까? 때로는 강렬한 인상으로, 때로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짚어주는 세심함으로 우리 눈에 띄었던 책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헤이든 핀치 저 / 이은정 역 | 시크릿하우스
언젠가 이 제목이 책으로 나올 줄 알았다. 2018년부터 내 기획 노트에 묻혀 있던 바로 그 제목. '게으른 완벽주의자'란 말을 떠올린 그때부터 원고를 써줄 저자를 찾아 헤매며 책으로 내고 싶었으나 준비에 완벽을 기하다가 성사되지 못한 비운의 제목이다. 그 수년간의 시간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자기 변명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는 극복하다 못해 생각과 동시에 실행하는 '성급한 실행주의자'가 되어버렸지만.
— 남연정(드렁큰에디터 편집자)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 / 박미경 역 | 다산초당
제목을 정할 때 부정적인 표현과 설명이 필요한 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표현을 담은 책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경험이 더 많았고, 책의 내용이 한눈에 보여야 독자가 구매를 지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정적인 문장형의 제목으로,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담당자가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확신, 자신감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 이 제목은 자신을 의심하며 돌아보게 만든다. 참으로 찜찜하고 불편해서 좋은 제목.
— 이경희(빅피시 대표)
올해 4월, 유선사에서 첫 책을 출간했다. 3월부터는 상태가 좋지 못했다. 시간에 쫓기고, 이게 정말 최선일까, 이대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일까... 매일 답이 없는 질문만 하고 있을 때, 이 책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표지와 카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니. 이거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인가? 카피는 '불안의 폭풍우 속에 있는 당신을 구원할 책'이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 확실하구나. 바로 책을 주문했다. 요즘에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갈등이 될 때, 이 제목을 떠올린다. 어떤 결정을 하든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잊지 말 것. 생각보다 불안을 잠재우는 데 효과가 좋다.
— 정유선(유선사 대표)
신형철 저 | 난다
제목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내가 낸 책도, 만든 책도 긴 제목이 꽤 된다. 왜일까. 긴 제목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 길면 길수록 깊고 좁은 폭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책은 점점 좁고 깊은 취향을 비추는 손전등이 되는 것만 같은데... 『인생의 역사』 같은 제목을 만나면 무척 반가운 것이다. 크나큰 단어 둘을 이어놓은 포부가 당당해서, 그 당당함을 단단하게 지지할 문장과 논리가 그 안에 있을 게 분명해서. 그런 믿음을 주는 제목이었다.
— 서효인(안온북스 대표, 시인)
김도훈, 김미연,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 저 | 푸른숲
영화만큼이나 영화에 관한 글을 좋아한다.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순수한 웃음이 나왔다. 궁금증이 생겨서 바로 책을 펼쳐 들었다. 책에는 다섯 명의 시네필이 고백하는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 영화와 함께한 시간들이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김민희(예스24 홍보)
비비언 고닉 저 / 서제인 역 | 바다출판사
책등을 가득 채울 정도의 긴 제목, 다른 이미지 없이 제목과 저자 정보만 있는 표지. 하지만 아리송하기보다는 어쩐지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사람으로 가득한 거리와 이를 지켜보는 이의 뒷모습 같은. 확인하고픈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기대는 배반당하지 않았다. 삶의 여러 장면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예리하게 포착해 낸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로 초대하기에 이보다 더 나은 제목이 있었을까?
— 음소정(땡스북스 매니저)
희정 저 | 오월의봄
노동자가 일하다 생긴 직업병을 직업병으로 인정받는 일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음을, 하나도 순조롭지 않음을 알고 있다. 현직 노동자의 직업병 인정조차 꺼리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 그런데 하물며 노동자의 자녀에게 나타난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는 일은 어떻겠는가. '아프게 태어난 아이들'의 질환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대책이 있을까. '문제'가 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문제'로 만드는 일을 다룬 이 책은 제목부터 아프다. 하지만 문제가 아니던 것이 비로소 문제가 되는 변화에 대해서도 이 책 제목은 말해 준다.
— 최진규(포도밭출판사 대표)
짐 알칼릴리 저 / 김성훈 역 | 윌북
어떻게 이 책을 고르지 않을 수 있을까? 제목을 보자마자 물리학을 이해하고 싶다는 내 오랜 갈증을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관점'이라는 무게 있는 부제까지, 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몇 페이지 읽고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이해하는 중이지만, 물리학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듬뿍 느껴져서 이러한 태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과학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 가방 안에 이 책이 있다는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 봉현경(〈책읽아웃〉 청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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