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유혹하는 재능, 책을 권할 때도 필요해요 (G. 김소영 아나운서)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15회)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좋아하는 걸 잘 좋아하는 사람, 두 번째 산문집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를 출간하신 김소영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12.08)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권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결론'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클럽 멤버들이 책편지를 읽고 나면, 책을 펼치도록 해야 하니 결말 언급은 피해야 했습니다. 애써 제가 정한 원칙을 지키다 보니 점차 이 중간 과정에 오래 머무는 일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은 시작과 결말이 아닌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을, 작가가 만든 이야기 속을 유영하며 때로는 감탄하고, 슬퍼하며, 짓눌렀다 또 살아나며 나의 감정이 팔딱팔딱 숨 쉬는 과정에서 찾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슬픔과 분노, 차오르는 감동이 동시에 존재하는 문장들'에서 인생을 배웠다는 김소영 작가님은 큐레이션 서점 '책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오히려 책과 멀어지는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요. 그러다 종이책 구독 서비스 '책발전소 북클럽'을 운영하면서 다시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고, '시작과 결말이 아닌 과정'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 발견을 여러 문장에 기대어 다정하게 전했죠.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에는 그 편지들이 단정하게 묶여 있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를 출간하신 김소영 작가님을 모시고 좋아하는 것을 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들어볼게요.
오은 : 얼마 전에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가 6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김소영 : 예상 못 했어요. 예상했다고 하고 싶은데요.(웃음) 그렇지 않아요. 첫 책을 썼을 때는 편집자님이 몇 쇄라고 말을 하실 때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었는데요. 서점을 5년 운영하다 보니 그것이 정말 귀한 일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많이 좋아해 주시고 계신 것 같아요.
오은 : 얼마 전에 책발전소가 5주년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책읽아웃>도 지난 10월에 5주년이 되었는데, 나이가 같네요.(웃음) 5년 동안 변화가 여러모로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소회를 품고 계신지 듣고 싶어요.
김소영 : <책읽아웃>이 5년 됐다는 말을 듣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는 엄청난 발전을 이룬 서점이 되어야만 5년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오히려 5년이 되어 느낀 감정은, 변치 않는 모습으로 5년을 있는다는 게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었어요. 시대가 변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거쳐오면서도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게 정말 힘들구나, 그런 감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오은 :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처음 책방 시작했을 때는 '나 왜 이렇게 무지하지'라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그런데 제가 잘 덤비더라고요." 덤빈다는 말, 굉장히 인상적인 단어인데요. 고민하지 않고 뛰어드는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결국은 하게 되는지, 작가님의 동력이 궁금했습니다.
김소영 : 예를 들면 서점을 냈을 때 책은 어떻게 사고, 어떻게 팔아야 되는 건지, 어떻게 계산을 해야 하는 건지, 하다못해 계산기에서 바코드를 어떻게 찍으면 결제가 되는 것인지도 몰랐어요.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다 보니까 정말 우당탕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저의 성격은요. 왜 난 이걸 모르고 있을까, 이걸 모르는 나를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걸 모르니까 다른 데서 어떻게 해야 해서 배워야 할까,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 일단 부딪혀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겁 없이 쇼핑몰을 열 때도 이커머스 산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부딪혀 봤던 거죠. 어떤 생각을 한다기보다 어떤 생각들을 안 하기 때문에 덤비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번에 낸 책도 '책에 관한 책'이잖아요. 서점을 하면서 얻은 나름의 개인적인 데이터로 말하자면 책에 관한 책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웃음) 그걸 나름대로 5년간 충분히 겪어서 알고 있었음에도 일단 저는 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오은 : 이제 김소영 작가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MBC 아나운서로 5년간 일하다가 큐레이션 서점 책발전소를 내고 5년째 운영 중이다. 라이프 스타일 큐레이션 커머스 '브론테(BRONTE)'를 운영하며 종이책 구독 서비스 '책발전소 북클럽'의 대표 북큐레이터로 매달 책을 권하는 편지를 보낸다.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썼다. 책방, 회사, 어느 하나 계획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지금은 시작한 일이 잘 되는 것보다 꾸준하게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가끔 인지 부조화 같은 게 올 때가 있거든요. 작가님은 역할 분리가 잘 되는지 굉장히 궁금해요.
김소영 : 방송을 할 때는 의외로 분리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카메라가 켜지고 꺼지는 게 분명하니까요. 오히려 저는 방송하는 날 되게 즐겁거든요. 가서 재미있게 하면 되고,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몰입을 하게 되는데요. 사업에 관한 일들을 할 때는 인지 부조화가 좀 생기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다가, 이커머스의 세계로 들어가서 고군분투를 하다가, 책방에 들어갈 디저트를 만들다가, 북클럽 큐레이터로 좋은 책을 찾아나서는 것처럼 시간이 충분하게 들어가야 되는 작업을 해야 할 때 가끔 그런 때가 오죠.
오은 : 이제 작가님께서 직접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김소영 : 이 책은 제가 다시금 책을 통해서 느꼈던 행복감에 대해서 쓴 책이에요. 그러니까 책의 줄거리나 책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의 행복한 감정에 대해서 쓴 것이에요. 일상 속에서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함 그리고 다양한 희로애락의 감정에 대해서 나누고 싶어서 썼고요. 조금 무뎌져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오은 : 이 편지를 쓰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김소영 : 제가 서점을 5년가량 운영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사실 책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경영을 정말 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제가 느꼈을 때는 뭐랄까요. 유혹하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유혹하는, 이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게 제 적성이 아닐까 싶거든요. 이곳에 오면 어쨌든 책 한 권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 책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그런 생각에서 북클럽 서비스도 시작된 거예요. 왜 구독 서비스를 하는지 생각해보면 저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꼬셔야 할까 항상 고민했고요. 그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은 : 이제 '불꽂문' 코너로 가져온 문장을 얘기해볼게요. 한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방송국에서는 일이 주어져야 방송을 할 수 있어 늘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스스로 일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책에서도 사회인으로서 경험한 유리 천장 이야기가 등장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듯 싶은데요. 좋아하는 것 그리고 곁에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거기서 어떤 기회를 발견하는 일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김소영 : 첫 책에서 '진작 할 걸 그랬다'고, 정말 대단한 도전을 하는 것처럼 썼는데,(웃음) 그것은 이미 도전을 하고 난 뒤에 느낀 감사한 마음을 쓴 것이에요. 사실, 시작할 때는 그게 어떻게 펼쳐질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도전을 정말 보잘 것 없이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이 기회를 발견할 거라고 믿어서 한 게 아니였으니까요. 하다가 망할 수 있다는 걸 정말 굳게 믿었거든요. 이거 망할 수 있다, 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니까 많은 걸 투자하지 말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한 것이고요. 정말 작게, 작게 해봤기 때문에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믿어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김소영 :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되더라고요. 인생 책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고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최근 3주 사이에 가장 행복하게 읽은 책을 추천하거든요. 소개할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입니다. 김연수 작가님과 감사하게도 북토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 즐거웠지만요. 작가님이 그런 말을 해주셨거든요. 너무 머리가 복잡할 때 기분 좋은 일을 하라고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도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결정들이 결국은 미래에 이미 예견됐던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해도 돼,라는 말을 해주신다고 느꼈어요. 제가 느끼는 많은 고민들에 대해서 그냥 하면 된다고, 기분 좋은 일을 해도 된다고, 가르침을 준 책이어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김소영 MBC 아나운서로 5년간 일하다가 큐레이션 서점 '책발전소'를 내고 5년째 운영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커머스 '브론테(BRONTE)'를 운영하며 종이책 구독 서비스 '책발전소 북클럽'의 대표 북큐레이터로 매달 책을 권하는 편지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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