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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4년, '부당함'을 말하다"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2월호 - 『그건 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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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정'은 각자가 믿는 '옳음'을 내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라고 본다. 공정 논쟁이 끝없는 싸움이 되는 이유다. (2022.12.05)


한국 사회는 왜 이토록 '공정'에 집착할까? 역대 대통령 취임사부터 채용 비리, 여성 할당제 이슈에서 중심이 되는 건 언제나 '공정'이라는 키워드였다. 특히, 젊은 세대가 '공정'에 민감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들이 외치는 공정은 기계적인 평등일 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임홍택 저자는 "젊은 세대가 유독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건 환상"이라고 말한다. '공정'의 이면에는 '부당함'에 대한 요구가 있다. 단지 젊은 세대는 "옳지 않다"고 말할 뿐인데, 사회는 '그것이 진짜 공정인지'를 되묻는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4년, 우리는 불공정을 넘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이 『그건 부당합니다』에 담겼다.



공정 담론의 핵심은 '부당함'

『90년대생이 온다』『관종의 조건』에 이어 이번엔 ‘부당함’이다. 

언제나 나 자신이 궁금한 것을 쓴다. 사실 인생에서 '공정'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부당한 일을 겪으며 느끼는 게 많았다. 출판사와 인세 누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을 드나들면서 불공정한 일을 관행으로 덮으려는 모습을 봤다. '관행'이라는 단어를 쓰는 단어는 절대 정의로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이를 계기로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파고들게 됐다.

미디어에 익숙한 건 '공정'이라는 키워드인데, 제목에 '부당함'을 내세운 이유가 있나.

기존의 공정 담론이 도돌이표처럼 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나 2019년 인천 국제공항 비정규직 문제 등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유독 공정에 민감한 것처럼 보도하고, 기성세대는 '무엇이 진짜 공정인지'를 묻는다. 결국, 젊은 세대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정만을 외치는 경우는 없다. 표면적으로는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부당함'이 있다. 무엇을 부당함으로 느끼고 요구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공정' 이슈는 유독 젊은 세대와 결합된다. 공정을 외치는 젊은 세대는 구조적 차별은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인 평등을 바란다는 비판도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의 이미지가 대표적인데.

그들은 그저 정해진 원칙을 지켜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가 "이 게임은 공정하지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권민우의 전체 행적을 두둔할 수는 없다. 드라마 작가의 기획 의도에 따르면, 권민우는 처음부터 페어플레이에 관심이 없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다. 그러나 몇 가지 사실을 놓고 보면 그도 억울한 면이 있다. 극중 로펌에서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는 우영우의 무단결근에 대해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무마하고 넘어간다. 여기에 권민우는 원칙대로 하자고 요구하지만, 상사는 명확한 해명 없이 권위를 내세운다. 권민우로서는 회사의 규칙에 따라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셈인데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느낀 거다.

완벽한 '공정'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를 보면, 대부분의 정권이 우리 사회를 공정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정'은 유독 실현되기가 어려울까? '공정'은 사전적으로 '공평'과 '정의'의 합성어다. 어디에 붙여도 완벽해보이는 개념이라 현실화가 어렵고 늘 논란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정'을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결국, '공정'은 각자가 믿는 '옳음'을 내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라고 본다. 공정 논쟁이 끝없는 싸움이 되는 이유다. 온라인 상에서 '공정론'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그림이 있다. 키가 다른 세 사람이 야구 경기를 보는데 왼쪽 그림은 똑같은 높이의 박스를 딛고 서 있는 반면, 오른쪽 그림에는 키가 작을수록 더 높은 박스를 줘서 모두가 경기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왼쪽이 '공평'이고, 오른쪽이 진정한 '공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영문 버전을 보면 애초에 '평등(equality)' 하나만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뿐 여기서도 진짜 '공정'이 뭔지는 알 수 없는 거다. 각자의 도덕적 입장으로 서로를 비난할 뿐, 이렇게 해서는 실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부당함'을 푸는 열쇠는 시스템

『90년대생이 온다』는 '세대론'을 촉발한 책이었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는 꾸준히 특정 세대를 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혀왔다.

출간 당시에도 거듭 말했지만, 나는 사회 현상을 특정 세대의 문화로만 설명하려고 한 게 아니다. 『90년대생이 온다』에서도 90년대생들이 특이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환경이 바뀌었으니까,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다. 일반화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면, 문제는 어떻게 일반화할 수 있느냐는 거다. 젊은 세대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이 다채로운 취향을 가진 세대다. 다만, 싫어하는 게 같다. 톨스토이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고 했지만, 반대로 젊은 세대는 즐기는 건 다양하지만 회사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 그들은 상사가 회식을 강요하거나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MZ세대 역시 잘못된 용어라고 지적했다. 

언제나 용어의 정확한 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각각 명확한 규정이 있지만, MZ는 서로 다른 세대를 공통점도 없는데 붙여놓은 용어다. 정작 MZ세대를 처음 사용한 대학내일에서는 늦은 밀레니얼과 Z세대의 시작을 함께 설명하기 위해 편의상 이 용어를 사용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서 MZ세대라고 말하면서 기준이 불명확해졌다. 단지  '요즘 것들'을 비판하고 싶을 때마다 MZ세대를 소환하면서 설명을 붙이는 거다.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으면 정확한 분석도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MZ세대는 젊은 세대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남용하는 '불쉿' 같은 용어라고 생각한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원제가 '9급 공무원 세대'였을 정도로 당시 9급 공무원이 인기였는데, 지금은 대기업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말이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공무원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 비교적 인기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여전히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그 이유를 낮은 임금에서 찾지만, 예전에도 공무원은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지원하는 자리였다. 오히려 원인은 부당한 조직 문화에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당한 일이 있으면 바로 스마트 기기로 찍어서 증거를 남기고, 블라인드 게시판과 커뮤니티 등에 문제 제기를 한다. 외부 이슈에 민감한 대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 내부의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공무원 사회는 상대적으로 변화에 느린 조직이어서, 대기업에 비해 부당함이 더 눈에 띄는 거다.

부당한 관행들이 이전부터 있었다면, 최근에 사람들이 부당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이 달라졌다. 과거만 해도 체벌이 부당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우리 세대에는 맞는 것이 당연했고 감히 문제제기를 할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핸드폰에 고화질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체벌 현장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사회 이슈가 됐다. 그렇게 부당함이 알려지면서 법이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것이다. 흔히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특정 세대가 유독 특별하다는 비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나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하고 싶다. 기술과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생애주기상 영향을 크게 받는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익숙한 환경을 살아간다. 이것이 부당함을 미세하게 느끼는 경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젊은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라 아예 '디지털 마인드'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쓴 '디지털 마인드'를 장착한 세대다. 단순히 기기를 잘 다룬다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디지털화되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미세한 숫자로 표기되듯이,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형태만 보이는 것들이 이제는 세분화되어 보인다. 디지털 마인드로 보는 세상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회사 업무는 수치적으로 딱 떨어지지 않지만 이제 사람들은 모든 영역에서 높은 투명함을 요구한다. 그래서 실제 사회의 투명성과 사람들의 투명성 인식 간의 차이가 더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은 세분화된 차이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주식 열풍이나 MBTI, 줄서기 현상 등을 '통제 가능성'으로 분석했다.

자기 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자율성'은 인간이 본래 지닌 핵심 욕구다. 그렇지만 수치가 세분화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예측 가능한지 따져보며 '통제 가능성'에 더욱 집착한다. 주식 열풍이 대표적이다. 주식 투자가 공부의 영역이 되면서, 개인은 학습만 하면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믿게 됐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자율성을 요구한다. 많은 IT기업이 유연 출퇴근이나 재택 근무를 실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미 자율출퇴근이나 재택을 실시하면서 직장인들에게 시공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기회를 주고 있다. 스스로 주도권을 잡아서 일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더욱 세세한 규칙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통념상 사람들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술 한잔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블라인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이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응답했다. 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취해서 업무에 이상이 있느냐 아니냐가 핵심이었던 거다. 실제로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에는 맥주가 비치되어 있다. 일을 잘 해야한다는 규칙만 지키면, 맥주를 먹든 안 먹든 크게 상관이 없는 거다.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규칙이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세세한 규칙을 확인하고 합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히 예민하게 느끼는 부당함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젊은 세대는 '금수저' 같은 태생적인 불평등은 받아들이지만, '부모 찬스'로 대학입시나 채용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상황은 부당함으로 인식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회사 오너의 자녀가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그 이외의 부당함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거다. 속은 쓰리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모 찬스'로 대학 입시나 채용에서 부당한 방법을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납득이 되느냐이다. 합당한 이유가 없어서 납득이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부당함'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스포츠의 페어플레이처럼 명확한 규정을 만들고 따르게 하는 거다. 물론, 그 규정은 상황에 맞게 계속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윗사람들은 원칙 대신 태도를 내세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태도'를 문제 삼아왔다. 태도가 모든 것을 말하니까 윗사람한테 알아서 좋은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사회에서는 '태도'야말로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바꾸고 그에 따르면 되는 건데, 갈등의 원인으로 '태도'를 들면서 사람 탓을 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례를 들어줄 수 있을까?

한 대학교에서 입학 논술 고사를 치르는데 헤어롤을 말고 온 학생들이 많았다. 감독관인 교수들이 그 모습을 보고 "마인드가 안 됐다"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는 사전에 정해놓은 사안도 아닌데, 왜 통제하는지 의문을 품은 거다. 학교 측에서 '헤어롤은 상관하지 않습니다'고 공지를 했고 문제가 해결됐다. 합의하에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갈등이 사라진 거다.

앞으로 조직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조직 문화는 회사의 특수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번 원칙을 정하면 철저히 지켜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르면 안되는 거다. 그러나 현실은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회사 홈페이지는 화려한데 입사해보면 계약서도 안 쓰고 야근을 시키고,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것부터 지키자.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공정'이다.



*임홍택

『90년대생이 온다』, 『관종의 조건』을 통해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불러 일으키는 작가. 현재 직장 생활을 이어가며, 정부 기관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직 내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소통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건 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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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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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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