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밀리의서재, 카카오페이지의 '2023년 독자 찾기'
제7회 SBI 서울북인스티튜트 출판콘퍼런스
2023년 출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온라인 서점 3사의 공통적인 견해는 젊은 세대 독자들을 위해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22.12.01)
세상의 판도를 바꾼 코로나19 팬데믹은 출판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던 독자가 온라인 서점으로 모여들었고,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 등의 출판 기념 행사는 SNS 라이브로 대체됐다. 경제 경영서, 자기 계발서 등 일부 분야가 유례없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 사이, 독자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난 11월 23일 한국출판인회가 주최한 <제7회 SBI 서울북인스티튜트 출판콘퍼런스>가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는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출판 유통사가 코로나19 이후 출판계의 변화를 진단하고, 2023년의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1부에서는 예스24 박수호 도서2본부 부본부장, 교보문고 홍준기 구매팀 차장, 알라딘 김남철 디지털콘텐츠본부 본부장이 연사로 나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용자의 변화와 이에 따른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온라인 서점 3사의 공통적인 견해는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 독자들을 위해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부에서는 밀리의서재 이성호 팀장과 카카오페이지 이수현 팀장이 오디오북과 전자책 구독 플랫폼의 미래와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를 중점으로 2023년을 전망했다.
예스24 박수호 도서2본부 부본부장은 '삼각편대를 위한 작계 2023'이라는 제목으로 종이책,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출판 생태계 변화를 분석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출판은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박수호 부본부장은 "인터넷 서점도 4세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했던 1세대, 당일 배송 전쟁에 돌입했던 2세대, 도서 정가제 영향으로 굿즈 경쟁이 시작된 3세대를 지나 '책과 연관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전자책과 구독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4세대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종이책 중심이었던 출판 생태계가 이제 종이책, 전자책, 구독의 혼합 생태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예스24에서 최초로 종이책을 구매한 고객들은 2020년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데요. 반면, 전자책을 최초로 구입한 고객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종이책을 구입한 고객 중 1만 명 이상은 '예스24 북클럽' 구독 서비스를 함께 경험하거나, 아예 구독 서비스로 넘어가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박수호 부본부장은 "예스24는 시장에 처음 진입한 사람들을 중요한 미래 고객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을 더 좁히면 '예스24에서 종이책을 최초로 구매한 이들 중, 전자책과 구독 서비스까지 이용한 경우'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30대 여성', '20대 남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모두 디지털에 친화적인 세대다. 그들에 발맞춰 예스24는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현재 예스24의 고민은 다소 올드해 보이는 플랫폼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더 젊고 트렌디하게 브랜딩할 수 있을까'입니다. 지금 20대들의 스마트폰에는 예스24의 앱이 아닌 다른 전자책 구독 서비스 앱이나 웹 소설 기반의 앱만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20대 들의 스마트폰에도 예스24 도서앱과 eBook 앱이 필수적이 앱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내년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예스24 북클럽은 그 고민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서비스다. 디지털에 익숙하고,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20~30대는 저렴한 요금으로 다양한 책을 보면서 소장 공간에 대한 부담은 없는 전자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출판 종사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설문 조사 결과, 북클럽 이용 후 88%의 고객은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10명 중 6명은 구독서비스로 재미있게 본 책은 소장하기 위해 종이책으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북클럽 이용자들은 '발견'의 즐거움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어 흥미로운 책을 마음껏 살펴볼 수 있어서다.
"과거에는 베스트셀러나 언론에서 홍보되는 책을 구입하며 수동적인 독서를 했던 독자들이 북클럽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재미있는 책을 직접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북클럽에서 주목받는 책들은 출판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시장에서는 숨겨져 있던 책이 북클럽을 통해 다시 살아나게 되는 거죠. 결국, 구독 서비스와 종이책 시장은 대체제가 아니라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인 겁니다."
예스24는 종이책,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삼각 편대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결합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30일, 예스24가 하나투어, 알에이치코리아와 함께 '썬킴과 함께하는 강화 여행 : 대한민국 근현대사 답사' 북투어를 진행한 것도 그 일환이다.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런칭해 구독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2023년의 가장 큰 목표다.
"현재까지는 기존에 출간된 책을 북클럽 서비스로 제공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북클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힘써, 2023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내부적인 논의가 끝나면 여러 출판사에 다양한 제안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교보문고 홍준기 구매팀 차장은 '변화의 시기 ON&OFF'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유통업계의 비즈니스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출판 시장 또한 마찬가지. 오프라인 서점의 이용객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전국에서 40개의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교보문고가 코로나19를 겪으며 피부로 느낀 변화다.
"2011년 교보문고의 도서 부문 매출은 오프라인 62.3%, 온라인 37.7%로 오프라인 서점이 상당히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2018년부터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역전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 격차가 현저히 벌어집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매출이 급성장해 67.1%를 차지했고요. 오프라인 매출은 32.9%에 불과했습니다."
매출의 변화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창궐한 2019년 12월부터 2020년까지 교보문고 오프라인 서점의 대표격인 광화문, 강남, 잠실점의 고객수는 급감했다가 2021년 2월을 기준으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홍준기 차장은 "팬데믹이 완화된 현재는 광화문, 강남, 잠실점은 방문객수를 회복했지만 경기, 인천 및 지방권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교보문고는 2023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홍준기 차장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세상의 기본값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에도 종이책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종이책 독자가 꾸준히 존재한다면, 새로운 판매 채널을 모색해 더 큰 성장을 이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의미다.
"지난 10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크게 각광받은 이슈 중 하나는 '북톡(BOOKTOK)'입니다. 해외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이 SNS 틱톡으로 책을 소개해 2021년에만 2000만 권의 책을 판매하도록 도왔고, 숨어 있던 명작을 베스트셀러로 역주행시키도 했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SNS에 올린 책 소개 콘텐츠로 묻혀졌던 책이 베스트셀러로 역주행하는 것이 출판계의 트렌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보문고는 이 점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오프라인 서점을 탈바꿈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이탈한 20~30대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시각 예술 콘텐츠를 전시하고,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를 전체 매장으로 확장해 오프라인 서점이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또, 매장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고객의 성별, 연령, 동선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알라딘 김남철 디지털콘텐츠본부 본부장은 알라딘의 구매자 통계를 근거로 지난 10년간 독자들의 독서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알라딘의 종이책 구매자는 20~30대(성별 무관)가 고르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과 현재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30대 여성 고객이 6%가량 감소했다는 점. 반면, 전자책 구매자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대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40대는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의 전자책 구매자가 30~40대였다면, 지금은 20~30대가 전자책 구매자의 67%를 차지한다.
"종이책을 구입하는 고객은 주로 40대 여성의 비중이 높습니다. 자녀 학습서의 구매 이력이 반영된 덕분입니다. 다만, 알라딘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부분은 2022년 들어 30대 여성 고객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OTT 등의 동영상 콘텐츠가 대중화되면서 고객 이탈이 일어났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2016년 이후, 젊은 세대의 전자책 구매 비중이 과거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김남철 본부장은 특히 교육 정책의 변화에 주목했다. 책과 교육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로, 교육 정책이 나아가는 방향에 따라 출판 업계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디지털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보급을 확대한다고 밝혔고, 부산과 경남의 경우 학생 100%에 스마트 기기가 보급됐다. 공책이 아닌 디지털 노트로 공부하는 세대가 머지 않아 사회에 나올 예정인 것이다.
"알라딘의 미래 고객은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책의 접근성을 강화해야 하죠. 2000년에는 서점에 진열된 책을 구입했고, 2000년 이후에는 책이 집으로 배달됐습니다. 지금은 수천, 수만 권의 책을 태블릿 하나로 읽을 수 있어요. 아직 '전자책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아니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접점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제 '책'이 아닌 '콘텐츠' 자체로 독자를 만나야 하는 시대인 겁니다."
김남철 본부장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합은 '2'가 아니라 '1.5'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각각 분리된 시장이 아니라 교집합을 공유한 공생 관계라는 의미다.
"디지털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라딘도 구독 서비스 런칭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구독료로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라, 고객의 접점을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보문고, 예스24는 단순히 알라딘의 경쟁사가 아니라 출판계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해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해 나간다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콘퍼런스 2부에서는 밀리의서재 이성호 팀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성호 팀장은 2016년 밀리의서재 설립 후 2021년 6월에 보유 도서 수 10만 권을 돌파하고, 2022년 8월 기준 누적 회원수는 약 550만 명, 보유 도서 수는 약 12만 권이라고 밝혔다.
"밀리의서재는 독서가 필요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구독형 독서 플랫폼입니다. 베스트셀러부터 인기 작가의 최신간까지 12만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디오북, 챗북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으며 직접 기획과 제작, 서비스까지 하는 밀리 오리지널도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보라 소설가의 영국 여행기 연재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밀리의서재는 현재 20대, 30대 구독자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 30대 이하의 비중이 67.5%로 1인당 일간 평균 사용 시간을 비교해봐도 인스타그램, 디즈니, 페이스북을 앞선 수치다. 구독자 당 월 평균 독서량은 2019년 6.4권에서 2022년은 7.9권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밀리의서재는 2021년 구글 플레이 선정 '올해의 앱', '올해를 빛낸 폴더블 앱 우수상'을 수상했다.
"밀리의서재는 독서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2차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셀럽, 성우, 전문가,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30분 요약본과 끝까지 읽어주는 완독본으로 구성해 구독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해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있고, 원작 도서를 10~15분 분량의 대화로 제공하는 '챗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밀리의서재 구독자를 대상으로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이동할 때, 2위는 운동 또는 산책할 때, 3위는 가사 활동, 4위는 직장 또는 학교로 나타났다. 2023년 밀리의서재는 웹툰, 일러스트 등을 활용해 책의 스토리를 요약하고 셀럽이나 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설을 제공하는 '도슨트북'과 아름다운 일러스트, 영상, 낭독이 어우러진 '오브제북'을 론칭할 계획이다.
콘퍼런스의 마지막 순서는 카카오페이지 이수현 팀장의 'IP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출판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주제로 이어졌다. 2022년 카카오페이지의 책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서점에서 인기를 얻은 책들이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가장 인기 있었던 책으로는 『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행자』,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 77』 등이었다. 2030세대가 많이 본 책으로는 정서인 작가의 판타지 힐링물 『달집 상담소』를 비롯한 스릴러/공포, 미디어 원작 도서가 집중됐다.
"카카오페이지는 더 이상 마이너한 장르, 작품의 분량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페이지는 2023년에도 출판 비즈니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후 출간된 단행본 중에서는 『곰탕』, 『콩가루 수사단』 등이 인기를 얻었는데요. 지금은 바야흐로 잡덕의 시대이고 끊임없는 덕질을 통해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획자와 IP 브랜드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협업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공동기획 및 IP 비즈니스 다각화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출판사와 원고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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