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전] 예스24 도서 PD가 엄선한 이달의 책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1월호
도발적이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세계에서 독자들은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2022.11.04)
김멜라 저 ㅣ 문학동네
선물 상자 같은 분홍색 표지를 펼치면 8편의 쌉쌀하고 달콤한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있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랑을 겪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동시에 감각적이고 몽환적이다. 사회 이곳저곳에 잡초처럼 뿌리내린 정상성의 신화를 거침없는 손길로 캐내고 '알고 있음'과 '알 수 없음'의 경계선 위로 독자들을 밀어 넣는다. 도발적이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세계에서 독자들은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이혜미 저 ㅣ 현대문학
손가락을 베였다. 상처는 분홍빛으로 부어올랐다가 붉은 실금으로 가라앉았다. 내일은 더는 붉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작고 잦은 상처에는 당황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이내 아물어 흔적으로 남을 것을 알기 때문. 그 흔적은 나를 이루는 조각이 되겠지만, 나는 그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을 알기 때문. 『흉터 쿠키』는 크고 작은 흉터들로 차곡차곡 되어가는 중인 우리를 담는다. 어떤 모양이 되든 그것은 그것으로 아름답다. 수많은 흉터를 안은 당신의 의미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렉산드라 슐먼 저 / 김수민 역 | 현암사
영국 <보그>에서 가장 오래 편집장을 지낸 알렉산드라 슐먼은 어느 겨울, 옷장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세어보았다. 저자는 아이템 하나 하나를 두고 왜 샀는지, 이 아이템을 착장했을 때의 기분 등을 이야기하며 이내 자신의 삶을, 지나온 사회를 돌아보기에 이른다. 저자의 방대한 패션 지식으로 아이템의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 옷장을 둘러보며 곰곰 생각해보고 싶은, 옷장에서 시작된 슐먼의 회고록 같은 이야기.
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 ㅣ 바다출판사
지구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충격이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음모'에 맞서는 이들이 망상증 환자가 아니라 유쾌한 운동가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각종 성격 테스트 앞에서 '그런게 어딨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나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민망한 노릇이다. 다행히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조금 이상한 것을 믿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불완전한 우리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켑틱> 편집부에서 엄선한 칼럼들이 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Sam Norris 저 / 정병선 역 | 길벗이지톡
부당한 처사를 당했을 때, 친구와 싸웠을 때... 모두 화가 나지만, '화가 난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같은 '화남'이라도 슬픔, 서운함, 아쉬움, 모멸감 등 다양한 감정이 어떻게 섞여 있는지에 따라서 농도가 다르고 표현도 달라질 것이다. 명쾌하게 하나로 집어 말하기 힘든 감정들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어 감정 표현 사전』은 얼굴 표정을 나누는 일곱 개의 범주를 따라 300개의 감정 어휘의 뜻과 미묘한 차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섬세한 어휘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나의 감정을 찾아보자.
마리야 이바시키나 글·그림 / 김지은 역 | 책읽는곰
'고모레비'가 나만 아는 아름다움인 줄 알았던 때가 있다. 맑은 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 반짝이는 볕을 맞으며 느끼는 행복. 이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정확하게 명명하는 단어가 이국에 존재함을 알았을 땐 감격하고 두근거렸다.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웠던 마음들에 이름 붙여주는 71개 낯선 단어를 만나는 책. 감정을 나누는 이와 함께 읽기를 권한다. 너를 '나즈'한다고, 내 구구절절한 마음을 앞으론 쉽게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즈는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아는 데서 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뜻하는 인도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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