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지코, 재도약의 발판 위에 선 '허슬하는 래퍼'
지코(ZICO) <Grown Ass Kid>
어느새 서른을 넘기고 완숙미를 물씬 풍기는 <Grown Ass Kid>는 논쟁거리이자 매혹적인 구경거리다. (2022.10.12)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지코의 칼끝은 과거를 가른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난 후의 복귀작은 담대한 구상을 세우는 대신, 연혁을 훑으며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무대를 휘어잡던 아이돌, 힙합 경연 쇼미더머니 최연소 프로듀서를 지나, 직접 창립한 소속사 KOZ의 수장까지, 이미 '다 자라난 아이'는 잔뼈 굵은 명함들을 모아두며 잠시 숨을 고른다.
언더그라운드 래퍼 시절의 맹랑한 열정부터 여전히 우상향 중인 랩 실력을 증명한다. 2020년을 먹어 치웠던 두 거물 'Meteor'의 창모와 '아무 노래'의 지코가 주고받는 만담 'Trash talk'에는 신선한 리듬과 플로우가 살아나고, '부스터 샷도 못 막아, 내 목표는 인재 양성' 등 펀치라인에는 타격감이 넘친다. 노력과 실력 없이 한탕만을 꿈꾸는 신예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Omz freestyle' 역시 커리어 내내 매섭게 갈고닦아 온 역량을 과시하며 꾸짖음의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분위기를 뒤엎는 타이틀 '괴짜'는 블락비 시절을 추억하는 찬가다. 지구 멸망 상황이란 신박한 소재에 호응하는 빠른 리듬과 익살스러운 사운드가 그룹의 대표 트랙 'Jackpot'이나 '닐리리맘보'를 따르며 유별난 악동 이미지를 뇌리에 되새긴다. 'She's a baby', '천둥벌거숭이'처럼 트렌디한 힙합에 치우친 그간의 개인 작업에 과거 몸담았던 팀 색깔까지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 모습이다.
다음 장은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재능으로 미디어를 잠식하고 정상에 오른 지코의 전성기가 장식한다. 전작 <Random Box>를 요약한 듯한 트랙들은 힙합을 지배하는 억센 자아와 잔잔한 감성으로 대중성을 저격한다. 유려한 기타 반주 위 부드러운 보컬을 담아낸 'Seoul drift'는 간결하고, 지올 팍과의 합작 'Nocturnal animals'도 얼터너티브 알앤비 신성의 통통 튀는 매력과 본인의 노련미를 무난히 섞어냈다.
어느새 서른을 넘기고 완숙미를 물씬 풍기는 <Grown Ass Kid>는 논쟁거리이자 매혹적인 구경거리다. 신을 점령할 청사진을 기대한 이들은 '허슬하는 래퍼'의 낯선 현상 유지에 저마다 의문을 품기도 하고, 그 의지에 수긍하기도 한다. 자기 답습, 혹은 담금질인가를 재단하기 이전에 꾸준한 태도만은 명확하다. 소문이 무성한 괴짜의 작업물이 이제 막 재도약을 위한 발판에 올라섰다.
추천기사
관련태그: 채널예스, 예스24, 이주의앨범, 지코, ZICO, GrownAssKid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19,300원(19% + 1%)
9,900원(19% + 1%)
26,700원(19%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