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냥 본 TV]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어떤 우물이든, 파기 전에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 우물을 왜 파려고 하는가. 그때의 대답은 크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왜 그 우물을 계속 파는가?'하는 것이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파던 우물을 계속 팔 수 있다. (2022.10.07)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돌아왔다. 2개월 만의 반가운 재회다. 휴식을 마친 <유퀴즈>가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은 '한 우물 특집'이었다. 열한 살의 나이에 줄넘기 주니어 국가 대표가 된 하준우 선수, 9년째 MBC 라디오의 <싱글벙글쇼>를 만들고 있는 24년차 방송 작가 김신욱, 10년의 준비 끝에 영화 <명량>, <한산>, <노량>에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김한민 감독,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자 27년 연기 경력을 가진 박은빈 배우가 출연했다. 

이들이 한 우물을 파게 된 사연은 모두 달랐다. 하준우 선수에게는 순수한 즐거움과 몰입의 기쁨이, 김한민 감독에게는 의미를 찾고 좇으려는 의지가 동력이 됐다. 김신욱 작가는 라디오 작가를 꿈꾸지 않았으나 20년 넘게 한 길을 걷고 있고, 박은빈 배우는 '언제든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자기 안의 소리에 집중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 

어떤 우물이든, 파기 전에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그 우물을 왜 파려고 하는가. 그때의 대답은 크게 중요치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치 않을 수도 있지만 중간에 달라지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에. 그리고 김신욱 작가처럼 거창한 포부 없이 시작했어도 한 눈 팔지 않는 사람이 있고, 박은빈 배우처럼 다른 길을 열어뒀지만 쭉 한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왜 그 우물을 계속 파는가?'하는 것이다.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파던 우물을 계속 팔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 시기가 찾아온다. 나는 왜 이 일을 계속 하는가, 에 답해야 하는 때. 나의 경우에는 3년차 즈음이 그랬다. 딱히 진로 변경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멈춰선 것에 가까웠다. 딴 생각에 잠겨서 길을 걷다가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일의 슬픔과 괴로움은 가시지 않는데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나도 모르는 내 선택의 이유를 찾아야 했다. 덕분에 알게 됐다. 나는 이런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이 일을 지속하고 있었구나. 그제야 우물 파기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딴 우물을 찾아 떠났을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파던 우물에 남아 울면서 계속 삽질을 했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과거의 박은빈 배우가 그랬던 것처럼, 그때의 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를 잃고 싶지 않다. 돌이켜 보면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력 질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풀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 딴 우물을 염두에 두었기에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역설이랄까.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끝까지 이 우물만 파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다면 결과도 지금보다 더 좋았을 거라고. 나의 대답은 이렇다. 하얗게 불태워봤자 남는 것은 재인데, 재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렇게 적당히 한 우물만 파면서 얻은 건 무엇인가. 답을 찾다 한 마디를 떠올린다. "하면 는다."는 김하나 작가의 말. 그 말을 붙잡고 싶고 그 말에 기대고 싶다. 뭐라도 나아졌겠지, 하고 자신을 달래지 않으면 두려움과 공허함에 잡아먹힐 것 같다. 파고 내려간 우물이 깊어질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오늘도 꿋꿋하게 되뇐다. 계속하는 것도 능력이다. 느리게 파도 우물은 우물이다. 물론 이런 말도 읊조린다. 괜찮아, 딴 우물도 있어!


시청 포인트

#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휴방이 아쉬웠다면

#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 다시 찾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만나요!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그냥(팟캐스터, 작가)

<채널예스>에서 작가를 인터뷰하고, 팟캐스트 <책읽아웃> ‘황정은의 야심한책 - 삼자대책’ 코너에서 책을 소개한다.

오늘의 책

이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우리는 함께 할 테니

사랑은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그래서일까. 최진영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사랑과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전쟁, 빈부격차 등 직면해야 할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2024년 올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집 중 하나.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켄 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 작가 켄 로우가 다시 한번 독보적인 13편의 단편소설로 돌아왔다. 다양한 주제와 강렬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당나라 시대부터 근미래의 우주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기상천외하고 대담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강렬한 표제작 「은랑전」은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

고객의 행동을 읽어라!

침대 회사 시몬스를 ‘침대를 빼고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이끈 김성준 부사장의 전략을 담았다.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심리를 유추해 트렌드를 만든 12가지 비밀 코드를 공개한다. 알리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게 만드는 열광하는 브랜드의 비밀을 만나보자.

우리의 세계를 만든 유목민들의 역사

세계사에서 유목민은 야만인 혹은 미개한 종족으로 그려져 왔으며 역사 속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 책은 정착민 중심의 세계사에 가려져왔던 절반의 인류사를 들여다본다. 대륙을 방랑하며,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며, 문명과 문명 사이 연결고리가 된 유목민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울림을 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