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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 속 감각하는 음유 시인,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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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기에 없다.' 밥 딜런을 해석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문장이 있을까? (2022.09.28)

시대의 음유 시인 '밥 딜런'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난해한 가사, 쉬이 멜로디를 캐치하기 어려운 노래들, 별다른 설명과 해석을 달지 않는 밥 딜런 본인의 성격까지 그의 음악 앞에 자리한 장벽은 공고하다. 그럼에도 밥 딜런은 활동명(실제 이름은 '로버트 짐머만'이다)을 제목으로 내세운 첫 번째 정규 음반 <Bob Dylan>(1962) 이후, 2022년 현재까지 끝없이 회자하고 소환되는 음악가다. 그 이유가 바로 오늘 소개할 영화 <아임 낫 데어>에 담겨있다.



그저, 감각(Sense)할 것

1970년대 화려한 글램 록의 시기를 담은 영화 <벨벳 골드마인>(1999)을 거쳐, 오늘날 영화 <캐롤>(2016)로 국내에 많은 골수팬을 거느린 감독 토드 헤인즈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밥 딜런의 전기를 거칠게 풀어낸다. 6명의 배우, 7명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모습의 밥 딜런을 연기한다. 영화 속 각 주인공은 인종과 성향이, 사는 시대가 모두 다르다. 이를테면, '우디'라는 이름의 흑인 소년과 은퇴한 총잡이 '빌리', 저항 음악으로 사랑받는 포크 가수 '잭', 시인 '아서'가 한 화면 안에 담기는 식이다.



불친절하다.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천천히 이야기를 쌓고 끝내 이를 터트리며 어떤 주제를 전하는 '기승전결'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진득하게 말에 주목하고, 규칙 없이 각 캐릭터를 오고 간다. 시인 '아서'가 소심하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동시에 은퇴한 총잡이 '빌리'는 한 발짝 뒤에서 사회를 따뜻하게 포용한다. 날뛰고, 널 뛰는 시선과 분위기의 교차 속에서 밥 딜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혹자는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저, 감각(Sense)할 것을 권한다. 이해하지 말고 느낄 것. 토드 헤인즈가 포착한 7개의 가면 아래 선 밥 딜런을 그저 감각하다 보면 실체가 선명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두가 밥 딜런의 자아 : 케이트 블란쳇의 '쥬드', 히스 레저의 '로비'

1966년 오토바이 사고 이후 긴 시간의 잠적, 마약, 1970년대 말 갑작스런 기독교인으로서의 선언 등 밥 딜런의 음악 여정에는 다양한 사건이 동행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가 겪은(혹은 행한) 이러한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약간의 상상력을 덧대, 창조됐다. 그중 눈여겨볼 캐릭터는 케이트 블란쳇이 열연한 '쥬드'와 히스 레저가 분한 '로비'다.



'쥬드'의 등장은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작품에서는 '뉴 잉글랜드 JAZZ & FOLK FESTIVAL'로 지칭된다)에서 시작된다. 무대에 오른 쥬드는 '일렉트릭 기타'를 메고 진한 블루스의 'Maggie's farm'을 연주한다. 같은 날 연주한 'Like a rolling stone'이 빌보드 싱글차트 2위까지 오르며 '포크 록'의 선구자, 밥 딜런을 대표하지만 영화는 되레 조금은 덜 익숙한 'Maggie's farm'을 소환해 포크와 시대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던 시절의 그를 묘사한다. 명곡 'Ballad of a thin man'에 맞춰 언론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쥬드'의 정수이니 눈여겨봐도 좋겠다.



히스 레저가 맡은 '로비'는 밥 딜런의 실제 연인이었던 수즈 로틀로와 아내 사라 로운즈를 뒤섞은 듯한 인물 '클레어'를 통해 완성된다. 클레어와 사랑이 시작될 땐 사라 로운즈와의 웨딩 앨범으로 이해되곤 하는 <Blonde on Blonde>(1966)의 수록곡 'I want you'가 흘러나오고, 이별의 징조가 진해질 땐 실제 사랑의 끝을 달리고 있던 시기 발매한 <Blood on the Tracks>(1975)의 'Simple twist of fate'가 스피커를 채운다. 완전한 헤어짐 이후 절절한 비(悲)음으로 부르는 'Idiot wind' 또한 밥 딜런의 인생을 이해하기에 적절한 트랙이다.


I'm not there, 나는 거기에 없다.

영화의 제목인 'I'm not there'은 밥 딜런의 곡에서 가져왔다. 오토바이 사고 이후 칩거할 당시 만든 노래이며, 1975년 발매된 <The Basement Tapes>에 실릴 예정이었지만, 실제 발표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해적판으로 떠돌다가 <The Genuine Basement Tapes, Vol2>(1992)에 실렸고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으로 다시 한번 정식 발매됐다. 투박한 노이즈를 잘 살린 후배 그룹 소닉 유스의 재해석으로 밥 딜런의 생애를 음악으로 '정조준'한다.



'나는 거기에 없다.' 

밥 딜런을 해석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문장이 있을까? 결국 영화가 '밥 딜런'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묘사하며 비전형적으로 나아가듯, 'I'm not there'라는 문장은 해석하기를 거부하며 그저 부르고 쓰는 것을 반복한 밥 딜런과 닮아있다. 나는 거기에 없다. 늘 사회와 시대 속에서 노래했지만, 결코 대표하기를 원치 않았던 밥 딜런. 그를 이해하는 7개의 캐릭터 사이 실체 없는 밥 딜런이 짙고 연하게 움직인다.



Bob Dylan (밥 딜런) - Blonde On Blonde
Bob Dylan (밥 딜런) - Blonde On Blonde
Bob Dylan
SonyMusicColumbia
Bob Dylan (밥 딜런) - Blood On The Tracks
Bob Dylan (밥 딜런) - Blood On The Tracks
Bob Dylan
SonyMusicColumbia
Bob Dylan (밥 딜런) - The Basement Tapes [2 LP]
Bob Dylan (밥 딜런) - The Basement Tapes [2 LP]
Bob Dylan
SonyMusicColumbia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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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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