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약점은 채우고 강점을 키우는 기적의 육아법
『5~10세 아들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 박지현 저자 인터뷰
13년간 먼저 해본 엄마가 자신 있게 권하는 아들의 책읽기 방법, 이것만 알면 엄마도 살고 아들도 산다. (2022.09.19)
아침에 신상 잠바를 입고 나갔는데 그날 오후에 티셔츠만 입고 돌아오고, 단원 평가에 뺄셈 문제가 나왔는데 열심히 덧셈으로 풀고, 알림장을 보고 숙제하자고 이야기했더니 깜짝 놀라며 "숙제가 있었어?"라고 되묻고, 몸에 멍이 들어 어디서 그랬냐고 물으면 자기도 멍든 걸 이제 봤다고 이야기하고... 예상치 못한 아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엄마들은 책을 펼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맘카페에 하소연의 글을 남기지만 딱 그때뿐. 아들의 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10세 아들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는 아들의 약점은 채우고 강점을 살리는 방법이 '책 읽기'에 있음을 알리며 구체적인 책육아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13년간 먼저 해본 엄마가 자신 있게 권하는 아들의 책읽기 방법, 이것만 알면 엄마도 살고 아들도 산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박지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살았어요. 잡지와 신문, 인터넷에 두루 기사를 쓰다가 결혼 7년 만에 아들을 낳으면서 책육아에 입문하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책이나 읽어주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육아를 시작했어요.(웃음) '글을 쓰는 사람인데, 이거 못하겠어?' 싶었지요. 그런데 막상 책육아 세상을 기웃거리면서 제가 정신줄을 놓게 되더라고요. 단계별로 아이에게 읽어줄 책은 얼마나 많은지, 그때마다 검색되는 전집은 끝이 없더라고요. 다들 목숨 걸고 책육아에 매진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저 역시 며칠 밤 전집을 검색하기도 했답니다. 그때 깨달았죠. 책육아 역시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 1단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요.
『5~10세 아들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는 어떤 책일까요?
아들의 읽기 능력은 언제 어떻게 급속도로 성장하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5세부터 10세까지는 아들이 그림책을 즐기다 한글을 배우고, 기본 읽기책을 보다 글줄이 많은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역동적인 시기입니다. 즉, 아들의 읽기 능력이 발현되어 폭풍 성장하는 시기인 셈이죠. 이 구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의 읽기 능력이 꽃처럼 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시들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초등 고학년부터 자기 생각을 서술하거나 교과목의 개념을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답니다. 책에서는 아들 엄마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5세부터 10세까지의 책읽기에 대한 중심 뼈대를 정리했습니다. '아, 아들의 책읽기가 이렇게 흘러가고 발전하는구나'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이죠. '다들 책육아를 한다는데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면 좋지?'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엄마들에게 제시하는 시기별, 상황별 책육아 로드맵입니다.
이번 책을 출간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 흥미로운 경험을 했거든요. 한번은 엄마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다들 온갖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정신이 없더라고요. 아이가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까, 의자에 잘 앉아 있을까, 읽기가 느린데 교과서는 잘 볼까, 책가방은 잘 챙길까, 옆집 아이는 벌써 어떤 책을 읽는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이요. 다들 횡적 비교에 민감할 때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구성원을 둘러보니까 저를 포함해서 다들 아들 엄마더라고요.(웃음)
그때 생각했죠. 왜 아들 엄마는 육아가 더 힘들고 아들은 책읽기가 훨씬 어려운 걸까, 하고요. 책읽기 때문에 고민하고 고생하는 딸 엄마는 잘 못 봤거든요. 그런 의문을 가지고 아들과 초등 과정을 쭉 지내보니, 확실히 아들은 엄마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더라고요. 아들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지만, 뭔가 분자는 다른데 분모가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그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책읽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실제 남자아이들은 나가 노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책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부모가 많습니다. 책 자체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들은 성별을 떠나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베드 타임 스토리가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옛날부터 할머니가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하셨고요. 아들이라고 책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그렇다면 남자아이들이 왜 책에 흥미를 잃을까요? 기본적으로 활동적인 성향이 강한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자극적인 매체를 빨리 흡수하고 있거든요.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과격하게 싸우는 게임에 빠지면서 아이들은 천천히 책장 넘기는 행위 자체를 힘겨워합니다. 자극 지수가 훨씬 약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아들이 책을 다시 읽었으면 좋겠다, 바라신다면 기본적인 사항부터 점검하시면 좋겠어요.
첫째, 머릿속 상상 발전소를 작동시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책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거든요. 즉, 아날로그 책을 머릿속에서 입체화시키는 거죠. 잠깐 생각해보세요,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가만히 앉아서 듣잖아요. 그건 아이가 갑자기 차분해져서가 아니에요. 몸 대신 상상력을 움직이고 그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기 때문이죠. 다만, 상상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서는 연습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일 부모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 읽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엉덩이 힘이 생깁니다.
둘째, 충분히 놀게 해주세요. 이게 무슨 이야기야, 싶으시죠. 엄마들은 아들이 차분히 앉아서 책을 보는 모습을 사랑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아들은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배터리와 같거든요. 여자아이처럼 가만히 앉아서 놀거나 수다로 소통하는 것으로는 몸속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합니다. 무조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면서 에너지를 풀어야 해요. 놀이 학원에 가서 선생님 밑에서 노는 것 말고, 자유롭게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합니다. 특히, 상호 작용이 가능한 5세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는 최대한 많이 놀아야 해요. 나중에는 놀고 싶어도 다들 학원 가느라 놀 수가 없거든요. 그럼 책읽기는 언제 하냐고요? 신나게 놀고 읽으면 충분합니다.
셋째, 아들이 진짜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요? 현실에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강요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엄마에게 책은 창작책, 수학책, 과학책, 철학책, 자연 관찰책 등으로 수십 가지에 달하지만, 아들에게 책은 딱 2가지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이요. 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거나 사건이 팍팍 진행되거나 주인공의 행동이 웃긴 책에 흥미를 보입니다. 집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책이 주가 되어야 합니다.
아들이 맨날 만화책만 열심히 보고 학습 만화에서도 학습 부분은 건너뛰고 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거라도 안 보면 아예 아무것도 읽지 않을까 봐 걱정도 되는데, 만화책과 학습 만화만 읽는 아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들이 만화책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만화책은 아이들을 깔깔 웃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거든요. 엄마들이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만화책을 보다가 글줄책을 아예 보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대부분 책읽기 습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만화책을 접하면서 확 빠지기 쉽다는 얘기죠. 즉, 만화책을 접하기 전에 책읽기 재미를 충분히 쌓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읽기 과도기에도 아이들이 만화책에 쉽게 빠집니다. 7,8세쯤 한글을 익히고 읽기책에 들어갈 때죠. 그림은 적어지고 글자가 가득한 책을 볼 때 남자아이들은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거든요. 그때 만화책을 봤더니 글자는 별로 없고 그림이 가득하며 이야기가 웃긴 거예요. 당연히 만화책만 읽고 싶죠. 그러니까 읽기 과도기에는 최대한 부모가 아이에게 재미있는 책을 제공해주고, 아이가 읽기책을 볼 때 과하게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아이 성향에 맞게 읽기 환경을 제한할 필요는 있습니다. 만화책은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읽는다, 평일에는 읽기책 먼저 보고 만화책을 읽는다, 만화책에 나온 주제를 읽기책으로 확장한다, 등의 조건을 다는 것이죠. 만약 만화책을 무조건 금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화책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급부상합니다.
독자들이 실제 책을 읽으면서 활용할 수 있게끔 책이 보기 좋게 잘 구성된 것 같습니다. 『5~10세 아들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를 집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앞에서도 말했듯, 아들의 책읽기 성장이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은 책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시기에 맞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것이죠. 즉, 아들의 책읽기를 위한 기본 원칙 8가지를 바탕으로 두되, 유치원 시기와 초등 저학년 시기를 나누어 책읽기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시기별 핵심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집필한 것이 특징입니다. 더불어 책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하나의 파트로 빼서 솔루션을 제시한 부분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우리 아들도 비슷한데', '나도 이랬는데' 쉽게 공감하실 겁니다.
책육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책육아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자기 주도성이 강하고 엄마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듣는 아들은 억지로 무엇인가 시키면 외려 부작용이 나기 쉽거든요. 그 옛날 청개구리처럼 말이죠. 책읽기는 아들에게 '가장 공부스럽지 않은 공부'입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지금 공부하는 중이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책 재미있다'고 느낄 뿐이죠.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책읽기가 실제로 학습에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치원 시기에는 엄마와의 책읽기를 통해 소리글자를 머릿속에 가득 채워서 한글을 쉽게 배웁니다. 소리글자를 인쇄글자와 연결하면 되거든요. 학령기에는 책을 읽으면서 읽기 능력을 한껏 올리는데, 이거야말로 초등 공부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심지어 읽기는 나중에 쓰기의 단단한 바탕이 됩니다. 이런 점을 두루 생각한다면, 책읽기야말로 아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학습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들 엄마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들을 잘 관찰하고 그 특징을 인정하는 겁니다. 아이를 낳으면 온갖 정보와 경험담을 듣게 되잖아요. 나는 이렇게 키워서 성공했다, 이렇게 해야 맞다, 이야기들이요. 이런 내용은 대개 부모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육아를 했다는 조언이거든요. 당연히 첫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아들에 대한 관찰은 빼먹고 '내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생각에 빠지죠.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아들은 여성인 엄마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존재거든요. 그러니까 딸 엄마의 성공담이 통하지 않는 거죠. 아들 엄마라면 남자아이가 어떤 기질이 있고 어떻게 성장하며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먼저 관찰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화가 덜 납니다. '아들은 이런 존재니까 이렇게 행동할 수 있겠구나' 공감하는 거죠.
사실 아들 육아의 성공 지점은 '누가 누가 화를 덜 내느냐'에 달려 있잖아요.(웃음) 아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한 거죠. 제가 보장하는데요, 아들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정말로 화가 덜 납니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을 사랑하게 됩니다. 제 책이 아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지현 학창 시절, 공상과 수다, 그리고 낙서로 쉬는 시간을 채웠다. 사회에 나와서는 수다와 낙서의 연장선인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밥을 먹었다. 잡지와 신문, 인터넷에 인터뷰, 생활, 여행 기사 등을 쓰다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낳으면서 그림책 육아라는 신세계에 입문했다. 세상에 넘치는 아름다운 그림책에 홀딱 반했던지라, 그림책 육아를 만만한 해피 엔딩 동화쯤으로 생각했다가 전집과 조기 교육에 눈뜨면서 그림책 육아 역시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 1단계에 속해 있음을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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