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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향수의 응어리를 풀다, 38년만의 송골매 합동 공연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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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의 정체성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훼손이 없었다. 배철수의 스트레이트한 로큰롤 감성은 거의 옛날 그대로였고,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1983년 '젊음의 행진' 감전 사고 때의 문제적 레퍼토리 '그대는 나는'은 시작 전 배철수가 말한 '오늘의 난관'이 아니라 '오늘의 정점(의 시작)'으로 작용했다. (2022.09.16)


관객들은 모처럼 80 레전드 무대의 흥분에 젖었다. 송골매의 구창모와 배철수. 1982년 송골매 2집 앨범에서 1984년 4집 녹음 때까지의 짧았지만 찬란했던 시절 둘의 재결집은 가슴 속 저 깊은 밑바닥에 눌러놓았던 음악의 환희와 청춘 '리즈 시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향수를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복고의 영역에서 이러한 만족스런 결과를 달성한 '주술감응' 공연은 아마도 코로나 시점에서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나이 든 관객이 많은 록 콘서트'라는 배철수의 말대로 이들은 기존의 밴드와 록의 본질적 중심도 살짝 이동시키면서 공연에 '인격'을 불어넣었다. 록은 주지하다시피 '나'라는 1인칭의 자기만족과 표현이지만 이번 송골매 콘서트는 먼저 관객의 즐거움에 철저히 봉사했다. 예술적 완성도 제고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추억하고 좋아할 노래들을 집중 선곡한 것이다. 록이든 뭐든 갈수록 음악에서 소비 대중과 팬덤의 위상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배철수와 구창모가 모를 리 없었다.



만약 록 혹은 밴드의 포효에 역점을 두었다면, '가요스런' 구창모의 '희나리'는 리스트에서 제외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곡은 송골매의 것이 아니라 송골매 탈퇴 후 구창모의 솔로곡이다. 하지만 블랙테트라, 런웨이, 송골매, 구창모와 배철수를 포괄하는 범주에서 홍콩 영화 <영웅본색>에도 흐른 빅 히트 넘버 '희나리'를 빼는 것은 불가능하며 (관객의 입장에선) 용서할 수 없는 탈선이다. 26곡을 연주 노래한다는 애초의 보도에 '너무 많다', '모르는 노래 혹은 새 노래도 하나?'는 생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현장의 관객들부터가 일제히 놀랐다. "아니 어떻게 모르는 노래가 하나도 없지?" 행여 곡목은 몰라도 어디선가 듣고 접했던 익숙한 멜로디와 리듬의 노래 일색이었다. 한 관객은 "젊었던 시절에 우리가 '지금과 달리' 얼마나 음악을 열심히 들었는지 일깨운 자리"라고 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구창모와 배철수가 과시한 것은 복원(復元)력이었다. 베테랑 공연을 가는 모든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소간 원곡 재현에 대한 우려와 회의를 품게 된다.



송골매의 정체성은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훼손이 없었다. 배철수의 스트레이트한 로큰롤 감성은 거의 옛날 그대로였고,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1983년 '젊음의 행진' 감전 사고 때의 문제적 레퍼토리 '그대는 나는'은 시작 전 배철수가 말한 '오늘의 난관'이 아니라 '오늘의 정점(의 시작)'으로 작용했다. 이 곡과 함께 초기의 긴장은 소멸하고, 그부터가 쾌락을 향해 호기롭게 치달려갈 수 있었다.

구창모는 역시 '명품' 보컬이었다. 배철수로 하여금 그를 송골매로 불러들이게 했던 그 견인 요소인 미성과 고음은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감싸 안을 정도로 풍성했다. 블랙 테트라의 '구름과 나'에서부터 객석은 일각의 걱정을 걷어냈다. 특히, '아득히 먼 곳'은 상기된 표정에 실린 컨디션 회복을 증거하며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선사했다. 거의 40년 전의 호흡을 거뜬히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은 복원을 향한 분투, 그 순간 집중력 외에 오랜 이력과 실력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무대에서 둘이 건넨 모처럼의 대화는 결집, 유대 그리고 그것을 축조한 우정을 환기시키면서 추억의 증진을 제공했다. 노래도 수다도 능숙했다. 그게 기획된 포용일지 몰라도, 누가 봐도 훈훈한 우정의 미학은 이후 순회공연에도 감정적 확장과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통합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앞으로의 공연이 탄탄대로로 보일 만큼 둘은 유쾌하게 떠들었다.

물론, 더 즐거운 것은 관객들이었다. 비록 마룬 파이브와 제이슨 므라즈 공연에 따라붙는 청춘의 떼창은 아니었으되 향수 공급에 감격해마지 않는 기성세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마음속에서는 더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모두 다 사랑하리'의 앙코르 무대에선 끝내 그 갈채가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추억의 과잉 섭취를 공연이 내건 타이틀 '열망'으로 끌어올리며 황홀해했다. 모두가 행복해했다. 70대로 보인 한 어른은 나지막이 소리를 냈다.

"앞으로 자주 공연장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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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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