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정점에 선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 인터뷰
역사 소설의 왕도와 미스터리의 정수를 모두 성취한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흑뢰성』. 그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현재 작가 경력의 정점에 도달한 요네자와 호노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2.09.02)
요네자와 호노부는 2001년 『빙과』로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리고 지난 2021년,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흑뢰성』은 제166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역사상 최초로 일본 미스터리 4대 랭킹을 모두 석권하는 등을 무려 9관왕을 달성하였다. 역사 소설의 왕도와 미스터리의 정수를 모두 성취한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흑뢰성』. 그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현재 작가 경력의 정점에 도달한 요네자와 호노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편 소설로는 첫 역사 소설인 것 같습니다. 전국 시대와 농성 중인 '아리오카성'이라는 시공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지금, 이곳'과는 다른 가치관에 강하게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다른 시대나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써왔습니다. 그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나 마땅한 통신 수단도 없는 약 450년 전의 수수께끼를, 현대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특히 노력을 기울이신 부분이 있는지요?
우선은 언어입니다. 당시의 표현을 쓰면 소설의 분위기를 구축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독자가 추리하기 어려워집니다. 미스터리로서의 공정함과 과거를 무대로 한 문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한 줄, 한 줄 검토했습니다. 다음으로 공정하게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하는 필연성을 준비한 점입니다.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합리적인 논리로 진상을 지적하여 판가름하는 습관이 자리 잡지 않았던 시대라 공정해야 할 필요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수법은 물론 동기까지 배경과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미스터리를 쓰는 일은 무척 어려워 보입니다. 『부러진 용골』이나 『왕과 서커스』도 그렇고, 작가님의 이런 테마의 작품은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는데요. 이후에도 계속 도전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가치관의 차이가 제 관심사인 이상, 계속 도전할 겁니다.
『흑뢰성』은 죽고 또 죽여야 하는 난세를 배경으로 개인과 집단, 삶과 죽음이라는 가치관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만약 없으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없습니다. 저는 소설을 마주하고 그것을 최대한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완성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것이 어떻게 읽히면 좋겠다는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네요.
『덧없는 양들의 축연』이나 『추상오단장』도 그렇지만, 한 가닥 실로 꿰듯 연작 단편들을 매끄럽게 연결시키는 구성이 정말 절묘한 것 같습니다. 각 단편은 게재되는 시간이 다를 텐데, 연작 단편을 구성하는 작가님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연작 단편 형식의 미스터리는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에 한 가닥 실로 꿰어 구성합니다. 때문에 각 에피소드에는 마지막에 실을 꿰기 위한 '구멍'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구멍이 각 에피소드의 소설적 완성도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각 에피소드의 미스터리 구조와는 별개의 레이어에 구멍을 뚫어야 단편들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고 연작 단편으로 실을 꿸 수 있지 않을까요?
나오키상 수상 소감에서 '미스터리'가 작품 세계의 기둥이라고 밝히신 바 있는데요.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정함입니다. 미스터리는 독자가 추리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이유도 없이 함정을 파거나, 무엇을 묻는지 숨긴다면 그 전제가 상실되고 맙니다.
작가님의 시리즈 후속권과 독립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무척 많습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제 소설을 읽어 주셔서 더없이 기쁩니다. 다음 소설도 기대해 주세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穗信) 1978년 기후 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요네자와는 중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가가 되기 위해 집필 활동에 매진했고, 2001년, 『빙과』로 제5회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 영 미스터리&호러 부문 장려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졸업 후에도 2년간 기후의 서점에서 근무하며 작가와 겸업하다가 도쿄로 나오면서 전업 작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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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저/<김선영> 역12,300원(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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