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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오묘한 아이러니
뉴진스(NewJeans) <NewJeans 1st EP 'New Jeans'>
단일 그룹으로서의 조화와 개개인에게 비칠 스포트라이트, 아이돌이 추구해야 할 미덕을 과거와 현재의 양쪽에서 모두 잡아내고 있다. (2022.08.31)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만으로 화제가 되기엔 충분하다. SM 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다년간 활약하면서 샤이니의 <Sherlock>, 에프엑스의 <Pink Tape>와 같은 작품으로 독보적인 흔적을 남긴 제작자의 이름은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가 하이브 산하에서 새롭게 차린 레이블 ADOR의 첫 아이돌 '뉴진스'는 자연스레 그룹 또래의 10대와 더불어 어느덧 2010년대 초중반 케이팝을 아련하게 추억하는 2030 세대의 호응까지 끌어낸다.
뮤직비디오를 통한 전곡 선공개 등 독특한 행보를 선보이나 핵심은 기시감에 있다. 몽환적인 포토슛에서는 에프엑스가 저절로 떠오르고, 'Attention'의 이국적인 뮤직비디오는 샤이니의 'View'를 안팎으로 뒤집은 형태다. 주체성을 키워드로 하여 '나'를 외치는 최근 걸그룹의 추세와 달리, '너'를 적극적인 구애의 대상으로 삼고 성별 언급을 꺼리지 않는 가사는 초기 아이돌 음악의 향수를 자극한다.
섬세한 보컬 연출이 콘셉트와 음악을 연결한다. 비트 위를 상당수 화음만으로 채운 'Attention'은 음색의 절제로 마련한 여백에서 향긋함을 물씬 피워내고, 'Hype boy'는 반대로 선명한 훅에 각각의 개성을 부각하면서도 깔끔히 다듬은 덕분에 출력의 과잉이 느껴지지 않는다. 단일 그룹으로서의 조화와 개개인에게 비칠 스포트라이트, 아이돌이 추구해야 할 미덕을 과거와 현재의 양쪽에서 모두 잡아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Cookie'는 큰 특색 없이 지나가는 'Hurt'보다 더 불분명한 트랙이다.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Y2K 감성을 따라 쿠키를 CD에 비유한 엉뚱한 가사와 말미에 더해지는 키치한 라임의 존재감이 커, 새초롬한 10대 정서와 구시대 이미지의 재현 사이 절묘하게 걸친 다른 트랙과는 달리 비교적 전자 한쪽에만 쏠린다. 다만 오묘한 아이러니를 의도한 시크한 의상이 노래가 다음 단계를 위한 작은 실험의 장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시사한다.
뚜렷하게 세운 지향점으로 넓고도 곧은 노선을 그려냈지만, 아직은 필연적으로 제작자의 이름이 계속해서 전면에 부각될 시기다. 세련된 비주얼과 치밀한 기획력에 놀라다가도 결론이 개성 있는 멤버들의 역량보다 디렉터의 능력으로 귀결되는 현상은 훗날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New Jeans>는 분명 성공적인 첫 단추다. 다만 발사된 로켓이 어느 순간 추진체를 분리하듯이, 앞으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기반을 딛고 일어설 온전한 '뉴진스'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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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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