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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여성 싱어송라이터 특집 (1)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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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뮤지션의 이름이 빼곡했던 1960~70년대 빌보드 차트를 전복했다. 그간 억눌러왔던 재능을 터트리듯 대중음악계의 우먼파워는 사기충천한다. (2022.08.19)

격세지감. "21세기 대중 음악 신은 여성이 호령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뮤지션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대형 스타들의 군웅할거(群雄割據)는 남성 뮤지션의 이름이 빼곡했던 1960~70년대 빌보드 차트를 전복했다. 그간 억눌러왔던 재능을 터트리듯 대중음악계의 우먼파워는 사기충천한다.

리스트에 오른 20세기 여성 싱어송라이터 16인은 남성 지배적인 대중음악계에서 직접 곡과 가사를 쓰고 노래까지 부르며 음악적 주도권을 확립했고 '자아를 음률(音律)로 표현한다'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이뤄냈다. 후배 여성 뮤지션들은 이들을 보며 음악의 꿈을 키웠고, 용기 낼 수 있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선각자와 계승자의 명곡 중 자작곡 혹은 공동 작곡에 해당하는 열여섯 작품을 골랐다.



조니 미첼 'Both sides, now' (1969)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 배철수는 조니 미첼을 가장 위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꼽았다. 60여 년에 걸친 포크와 록, 재즈를 아우르는 음악적 변화와 사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반영한 노랫말은 싱어송라이터의 기준을 정립했다. 포크 록 걸작 <Clouds>와 그녀를 대표하기에 이른 <Blue>, 본격적으로 재즈 퓨전을 시도했던 1970년대 중반의 <Hejira>와 더불어 실험적인 신스팝 앨범 <Dog Eat Dog>까지 미첼은 정체(停滯)를 거부했다.

'Send in the clowns'로 유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주디 콜린스가 1967년 미첼의 자작곡 'Both sides, now'를 취입해 빌보드 핫100 8위까지 오르며 선전했고, 미첼은 본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Clouds>의 마지막 트랙으로 이 곡을 택했다. 소설가 솔 벨로의 『비의 왕 헨더슨』에서 영감을 얻은 이 곡의 키워드는 구름이며 앨범 제목과도 연결된다. 고통 속에 아름다움이 깃든 삶의 양면성을 노래하는 이 곡은 시적 언어의 정수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의 중심 테마로 젊은 팬들에 가닿았고, 미첼은 최근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후배 '브랜디 칼라일'과 이 노래를 불러 감동을 안겼다.



캐롤 킹 'It's too late' (1971)

최고의 여성 작곡가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캐롤 킹은 후보로 첫손에 꼽힐만하다. 전 남편 제리 고핀과 콤비로 더 셔를스(The Shirelles)의 'Will you love me tomorrow' 리틀 에바(Little Eva)의 'The loco-motion' 같은 명곡을 쏟아냈던 그녀는 1971년 명반 <Tapestry>로 작곡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I feel the earth move' 제임스 테일러와 입을 맞춘 'You've got a friend'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같은 완벽한 팝송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1972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수상으로 방점을 찍었다.

여자가 내리는 이별 선고는 시대를 고려하면 급진적이다. 작사가 토니 스턴(Toni Stern)은 'Fire and rain'의 제임스 테일러와 킹의 짧은 로맨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킹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와 커티스 에이미(Curtis Amy)의 색소폰이 재즈를 덧칠하고 빈틈없는 선율이 대중성과 영속성을 움켜쥐었다. 당당한 여성상을 높이 산 롤링 스톤은 이 곡을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 중 하나로 선정했다.



칼리 사이먼 'You're so vain' (1972)

커다란 입과 두툼한 입술이 인상적인 가수 칼리 사이먼의 가사지엔 진솔한 감정 표현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걸쳐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해온 그녀는 전남편 제임스 테일러와 듀엣으로 부른 'Mockingbird', 블루 아이드 소울 뮤지션 마이클 맥도널드와 함께한 'You belong to me' 등 남성 뮤지션들과 좋은 합을 보여줬다. 빌보드 핫100 2위를 기록한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주제가 'Nobody does it better'도 대표곡이다.

'당신은 허영심 넘쳐요, 당신도 이 노래가 자신을 말하는 걸 알죠? 정녕 모르시나요?'라는 구절이 남자들의 가슴을 쿡쿡 찔렀고 사이먼은 할리우드 스타 워렌 비티를 세 명의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도입부의 꿈틀대는 베이스 연주는 비틀스의 멤버들과 협연했던 독일 출신 클라우스 부어만(Klaus Voorman)의 솜씨고 피아노는 사이먼이 직접 연주했다. 크레디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숨길 수 없는 음색 덕에 대부분 팬이 '믹 재거'의 백업 보컬을 알아챘다. 사이먼의 유일한 빌보드 핫100 1위 곡인 'You're so vain'은 2021년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500대 명곡에서 495위를 차지하며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돌리 파튼 'Jolene' (1974)

자선 단체 '뮤지케어스(MusiCares)'의 2021년 콘서트는 돌리 파튼 트리뷰트로 꾸며졌다. 마일리 사이러스, 크리스 스테이플턴 등 스타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존경을 표했고, 객석의 뮤지션들도 노래를 따라부르며 위대한 가수를 칭송했다. 1946년생,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는 파튼은 컨트리 음악을 넘어 미국 대중 음악의 전설이다. 25곡의 빌보트 컨트리 차트 1위 곡으로 또 다른 컨트리 음악의 전설 레바 매킨타이어와 함께 꼭대기에 위치하고, 그래미도 50번의 노미네이션, 11번 수상해 대중과 평단에 두루 사랑받았다.

그녀는 무려 3,000여 곡을 쓴 정상급 작곡가다. 많은 이들이 휘트니 휴스턴의 원곡으로 오인하는 'I will always love you'와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한 '9 to 5'도 그녀의 작품이다. 경쾌한 곡조의 '9 to 5'와 달리 'Jolene'은 '졸린, 제발 제 남편을 빼앗지 마세요'라고 애원하고 파튼은 실화 기반의 곡을 부르기 꺼렸다. 개러지 록의 부활을 이끌었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절규를 담은 커버와 파튼이 직접 목소리를 얹기도 한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버전이 유명하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올리비아 뉴튼 존도 7번째 정규 앨범 <Come On Over>의 마지막 싱글로 이 곡을 택했다.



존 바에즈 'Diamonds & rust' (1975)

1960년대 미국 반문화의 상징 존 바에즈는 사회상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한 포크 뮤지션 겸 인권 운동가다. '밥 딜런의 동지' 정도로 그치기엔 1950년대 말엔 마틴 루터 킹과의 교류,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대 성명, 이후의 성 소수자 존중과 사형제 폐지 등 딜런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통기타 반주에 목소리를 더한 간결한 음악을 구사했던 바에즈가 풍성한 편곡을 시도했던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 <Diamonds & Rust>는 래리 칼튼(기타), 윌튼 펠더(베이스), 토토의 건반 연주자 데이비드 페이치같은 정상급 연주자들로 포크와 재즈를 섞은 세련된 사운드를 세공했다. 한때 연인이었던 딜런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Diamonds & rust'는 사랑의 양면성을 다이아몬드와 녹으로 은유했고 바에즈가 내면적인 노래에도 강점이 있음을 증명했다.



재니스 이안 'At seventeen' (1975)

만 16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인 재니스 이안은 1967년 'Society's child' 이후 빌보드 핫100에서 뚜렷한 성공을 못 거뒀지만 1975년에 발표한 <Between The Lines>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했다. 'At seventeen' 이외에도 'From me to you', 'In the winter' 등 흡인력 있는 곡들이 포진한 소프트 록의 명반이자 경력의 정점이다.

무도회의 퀸카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안 될까?' 좌절하는 십 대 소녀 이야기다. 파티 경험이 없는 이안은 사실적인 가사를 쓰기 위해 몇 달을 고민했고 여러 차례 퇴고 끝에 완성한 노랫말은 소녀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열일곱을 노래한 스물셋의 이안은 보사노바 리듬에 실린 어쿠스틱 기타와 트롬본으로 격조를 높인 이 곡으로 1976년 제18회 그래미에서 최우수 여자 팝 보컬 상을 받았다.



패티 스미스 그룹 'Because the night' (1978)

데뷔 앨범 <Horses> 속 흑백 사진은 패티 스미스의 쿨함을 상징한다.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으나 밴 모리슨의 원곡에 살을 붙인 'Gloria'과 자유로운 사랑을 함의한 'Redondo beach'로 여성 펑크(Punk) 로커의 시금석이 되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한 축 존 케일이 제작을 맡아 아트 펑크적 성향이 짙은 이 앨범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영향으로 문학적이다.

패티 스미스 그룹의 명의로 3년 후에 발표한 정규 3집 <Easter>는 빌보드200 20위를 수확했고 뉴웨이브를 접목한 편안한 사운드는 친밀감을 더했다. 빌보드 핫100 13위까지 오른 'Because the night'의 뿌리엔 '더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있고, 그가 <Darkness On The Edge Of Town> 제작을 위해 밑 작업만 해놓았던 곡은 당찬 펑크 록으로 환생했다. "당신의 명령 아래 내 기분은(The way I feel under your command)"이란 가사가 걸리지만 전반적으로 주도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노래든 '패티 스미스 화'하는 능력을 'Gloria'에 이어 다시금 발휘했다.



마돈나 'Lucky star' (1983)

마돈나는 명실상부 대중 음악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40년 가까이 차트를 호령해온 꾸준함은 비견할 데 없고,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신화적 인물이기도 하다. 함께 '58년 개띠 클럽'을 구축했던 마이클 잭슨, 프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아왔으나 <Like A Virgin><Like A Prayer> 등의 명반을 배출하고 <Ray Of Light>, <American Life>로 음악적 다변화도 꾀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약할 뿐 마돈나는 꽤 많은 곡을 스스로 써냈다. 'Live to tell', 'La isla bonita', 'Frozen', 'Hung up' 같은 대표곡들이 모두 그녀의 손길에서 나왔고 2집 <Like A Virgin>의 초대박 히트에 묻혔을 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데뷔작 <Madonna>의 수록곡 'Lucky star'도 자작곡이다. 앨범의 유일한 탑5 히트곡이자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오른 이 곡은 펑키(Funky)한 기타와 신시사이저 리프에 꼼꼼한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5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남성의 육신을 빛나는 별에 은유했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뮤직비디오 속 마돈나의 자애적(自愛的)인 모습은 진짜 럭키 스타가 누군지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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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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